[기자의 눈]상생 없는 상생협의체…배달앱 '승리'

유태영 기자 / 2024-11-15 17:09:28
4개월만에 '반쪽짜리' 상생안 마련
수수료율 '찔끔' 내리고 배달비 전가
프랜차이즈협·가맹점주협 "상생안 철회하라"

배달앱 수수료 상생협의체는 '상생'없이 끝났다. 지난 7월 말부터 110여일 넘게, 12번의 회의를 거쳐 내놓은 결과는 한마디로 '배달앱의 사실상 승리'다. 

 

매출이 잘 나오는 입점업체에겐 7%대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배달비도 부담하도록 명문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 앞에 배달플랫폼 업체 스티커가 붙어 있다.[뉴시스]

  

내년부터 기존 9.8%의 배달중개 수수료는 매출별 차등인하해 2~7.8%로 내려 3년간 시행한다. 주요 배달앱 업체들은 일제히 보도자료를 내고 입점업체와 '상생'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알리기에 바빴다. 

정말 그럴까. 지난달 중순까지 6차례 회의를 개최하는 동안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그러다 배달의민족이 지난달 중순 '차등수수료' 안을 제시했다. 


이 때 배민은 매출 상위 60%까지는 9.8%를 그대로 적용하고 60~80%에는 4.9~6.8%, 80~100%에는 2%를 각각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협의체에 제안했다. 입점업체 측은 반발하며 '수수료율 5% 상한제 도입' 입장을 고수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14일 배민이 수정 제출한 차등수수료안에 쿠팡이츠가 따르기로 하면서 상생안 토대가 마련됐다. 하지만 중개수수료는 '찔끔' 내리고, 배달비는 확실하게 전가하는 방안이었다. 

상위 35%까지 7.8%로, 35~80%까지는 6.8%로 낮췄다. 그런데 상위 35%의 경우 오히려 기존 배달비(2900원)보다 500원 인상된 3400원을 책정했다. 수수료를 2%포인트 내리고, 그만큼 점주부담 배달비로 보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배달앱 업체들은 앞으로 매출 하위 20% 업체엔 중개수수료를 2%로 낮게 매긴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배달앱 중개수수료율과 비슷한 수준이라 절대적으로 낮다고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이번 상생안의 문제점은 배달앱 업체가 제시한 대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막판 협상에서 배달앱 입점업체 대표 단체들 중 가맹점주협의회와 외식산업협회가 상생안에 반발해 퇴장하면서 '반쪽짜리' 협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입점업체 유관단체들은 상생안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수수료율 인하 폭은 미미한데, 배달비를 올려 대부분의 자영업자에게 더 부담을 주는 졸속 합의"라며 "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입법 규제를 고민할 때"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가맹점주협의회는 "상생협의체는 실질적으로 입점업체들이 많은 단체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배민이 제시한 안을 상생안으로 발표했다"며 "중개수수료와 배달비용을 올려 입점업체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상생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게 무슨 상생안이냐"는 반응이 들끓고 있다. 한 자영업자 유튜버가 상생안 결과에 대해 찬반 투표를 붙인 결과, 15일 오후 4시 기준 약 1500명이 투표한 가운데 반대가 81%로 압도적이다.

상생(相生)은 말그대로 '다 같이 잘 살아감'을 의미한다. 배달 수수료 상생안만 놓고 보자면 '상생'의 뜻이 헷갈릴 지경이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이번 상생안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패배감일까. 안도감일까.

 

▲유태영 산업부 기자

 

 

KPI뉴스 /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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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영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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