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국 주택가격 하락,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위험"

유충현 기자 / 2023-11-22 16:10:36
"2004년·2009년과 달리 '금리인하 카드' 못 쓰는 상황"
부동산 경기 하락하면 국내 은행 '테일 리스크' 우려↑
2년 넘긴 브릿지론 비중 확대…부동산PF 위험 높아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2일 현 시점 한국의 주택가격 하락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또 취급 후 2년이 넘어가는 브릿지론에 내년에 몰려 있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손정민 무디스 연구원은 이날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가 공동으로 주최한 미디어브리핑에서 "지난 2004년이나 2009년의 주택 가격 하락기와는 달리 현재는 금리 상승기에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택가격 하락에 대응할 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손 연구원은 "지난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금리 인하를 통해 주택 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었다면, 현재 금리 상승기에서는 그러한 옵션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좀 더 크다"고 언급했다.

 

▲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는 무디스 본사 [뉴시스]

 

부동산 경기 하락은 국내 은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무디스는 내다봤다. 

 

손 연구원은 "급격한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를 예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은행들의 부동산 익스포저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테일 리스크(발생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손실이 매우 큰 위험)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면서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건설업 대출을 합산해 부동산 익스포저를 산출할 경우 전체 은행 대출의 40% 중반 정도에 달한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 수준으로 전망했다. 정부 전망치인 2.4%, 한국은행 전망치인 2.2% 대비 낮은 수치다. 무디스는 고금리·고환율·고유가가 국내 경제와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내년 상반기 이후 부동산PF 리스크가 표면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증권사 등 비(非)은행 부동산PF 익스포저(노출액)가 확대돼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는 리파이낸싱(재구조화)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PF 가운데 23~40%는 1년6개월이 경과한 사업장이다. 사실상 2년이 경과한 사업장의 경우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데, 이미 1년6개월이 경과한 비은행권의 부동산PF가 전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런 사업장은 브릿지론에서 본PF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고, 이는 대주단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비은행의 경우 중·후순위로 참여한 데다 지방 사업장 PF를 대규모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증권사가 보유 지방사업장 부동산PF 비중은 45%에 달하며, 캐피탈과 저축은행도 35% 내외다.

 

▲ 서울 시내 은행 외벽에 게시되어 있는 주담대 금리 안내문. [뉴시스]

 

국내 건설업의 PF 보증 규모는 작년 말 26조 원대에서 지난 9월 말 28조 원으로 확대 추세에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착공과 분양이 지연돼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이 되지 않는 곳이 증가하고, 차환 과정에서 시공사에 신용보강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위지원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취급 후 2년이 넘어가는 브릿지론 비중이 높아지는 내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만기 재연장 부담이 커질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재구조화 논의가 활발해지면 대주단이 일부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사도 힘든 시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건 한신평 총괄본부장은 "중견급 이하 건설사는 정부 지원이나 자산 담보 없이는 회사채 발행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10% 내외의 고금리도 부담 요인"이라면서 "건설업에 대한 금융업권의 회피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유동성 대응 부담이 상위 건설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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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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