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④역대 최악 물가에 유통業 전망 '깜깜'

김경애 / 2024-01-05 17:30:07
장바구니 물가 급등으로 필수형 소비마저 위축
"가공·신선식품 외에는 어려워…해외 공략해야"

작년 힘든 한 해를 보낸 유통업계가 올해 기상도도 '깜깜'하다. 우선 경기침체로 소비가 감소 추세다. 

 

고금리와 원자재·물류 가격 상승세로 원가 압박은 심한데 정부는 가격 인상을 통제하고 있는 점도 부정적이다.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달걀이 진열돼 있다. [UPI뉴스 자료사진]

 

특히 굳이 소비하지 않아도 무방한 유통업(패션, 화장품, 생활용품, 가전, 가구)과 일부 유통업태(백화점, TV홈쇼핑, 대형마트, 아울렛·복합쇼핑몰), 외식업에선 올 한해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장바구니 물가 지수 껑충…소비 심리는 뚝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100을 기준으로 2019년 12월 99.72에서 지난달 112.72로 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장바구니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100.05에서 114.83으로 4년 새 14.8%나 올랐다.

 

▲ 소비자·생활물가지수 추이.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데이터 재구성]

 

물가가 가파르게 뛰면서 소비자심리지수는 낙관에서 비관으로 변했다. 2019년 12월 101.4에서 지난달 99.5까지 내려왔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긍정적 답변을 한 소비자가 부정적 답변을 한 소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100 이하는 그 반대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고 있다. 의류, 화장품 등 선택형 소비는 물론 필수형 소비인 식품마저 절약하는 추세다. 특히 식비 부담이 없는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 말 서울 이마트에서 만난 소비자 A(30) 씨는 "대형마트에서 할인행사를 한다고 해서 방문했는데 할인 체감이 별로 안 된다"며 "고기에 곁들일 아스파라거스도 사려 했는데 고기랑 합치니 15만 원 돈이라 내려놨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B(33) 씨는 "1인 가구라서 주로 마켓 컬리에서 장을 보는데 요리 재료를 조금 신경써서 사면 10만 원이 넘어간다"며 "요즘에는 계란, 채소 등 신선식품도 소비를 주저하게 된다"고 전했다.

 

패션·구독경제·여행 타격…식품·편의점은 선방

 

올해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패션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의류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인다"며 "이후 정기 결제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경제를 중단하고 고가 여행도 줄이게 된다"고 말했다.

 

▲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방문한 외국인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업태로 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할인점·슈퍼, TV홈쇼핑 등은 부진한 모습이 예상되지만 다이소와 같은 저가 생활용품점, 쿠팡·네이버 쇼핑 등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직구 쇼핑몰은 선방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올해 예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7.1% 늘어난 8조8458억 원, 예상 영업이익은 10.9% 늘어난 2872억 원이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올해 매출은 12조42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 늘고 영업이익은 4494억 원으로 22.8%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교수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와 편의점은 이용 빈도가 늘겠지만 배달 앱 사용 빈도는 밀키트에 밀려 이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식품은 고물가 타격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공식품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는 오히려 고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마트 김치류 코너. [UPI뉴스 자료사진]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는 "물가는 계속 오를 거고 가격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먹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식품 사업 안에서도 옥석이 가려질 것 같다"며 "저렴한 가격의 HMR(가정간편식)과 가공식품은 호황을 누리는 반면 유기농이나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고가 식품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수출 매출 비중 클수록 유리…판로 개척해야

 

대형 식품업체들은 대체로 전망이 좋다. 시장을 해외로 확대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함에 따라 내수 경기가 침체돼도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이다.

 

현재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대상은 종가 김치, 농심은 신라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하이트진로는 진로 소주,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오리온은 초코파이, 빙그레는 메로나 등이 해외에서 선전 중이다.

 

하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체로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물가가 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실적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식품업체들은 고물가 타격을 빗겨갈 수 없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동원F&B, 매일유업, 사조대림, 크라운제과, 롯데칠성음료, 남양유업, 해태제과, 오뚜기 등은 해외 매출 비중이 10% 미만으로 집계됐다.

 

▲ 국내 주요 식음료 18곳 지난해 상반기 기준 매출 현황. [김경애 기자]

 

전문가들은 유통 업체들이 정체된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 속 신사업을 발굴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생사의 갈림길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경고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절약하는 소비가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고가 제품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양분되는 소비 흐름 속 시간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올 들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더 싼 물건을 사기 위해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돈이 더 들더라도 시간을 아끼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시간을 잡기 위한 쟁탈전이 올해 광범위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KPI뉴스 / 김경애·하유진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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