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장시호 녹음파일 단독 입수부터 보도까지

전혁수 / 2024-05-10 15:49:14
張 지인 A씨는 '윤석열 NFT' 사기 의혹 피해자
A씨 "張, 김영철 검사와 특별한 관계 주장"
KPI뉴스, 작년 10월 張 녹음파일, 金·張 문자메시지 입수
원칙대로 자료 검증…'입'에만 기대 보도하면 안 돼

장시호 씨의 지인 A씨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지난해 7월경, 베오딕스라는 업체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NFT'를 발행했던 이력을 앞세워 코인 사기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취재하고 있었다. 기자가 만난 이 업체 피해자 중 한 명이 바로 A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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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를 인터뷰하던 중 자신과 장 씨 간 베오딕스 사건을 놓고 개인적 사유로 다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난 2022년 말 장 씨는 베오딕스의 실질적 대표 김 모 부회장과 연인관계였다. 이는 장 씨 본인도 인정하고 있다.

 

▲ 지난 2022년 12월 21일 장시호 씨가 지인 A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자료=A씨 제공]

 

A씨가 김 씨에게 코인에 투자한 돈을 돌려달라고 하자, 장 씨는 "김 부회장 알고보면 무서운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이번 정부에서 어설프게 건드리지마. 큰코다쳐"라고 협박했다. A씨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두 사람 사이에 험한 말이 오간 내용까지 모두 기자에게 보여줬다. 이 일로 절친한 친구였던 장 씨와 A씨는 앙숙이 됐다.

 

A씨는 김 씨에 대한 법적조치를 준비하면서 제대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에게 평소 장 씨가 수 차례 사적 관계를 주장했던 '김스타'의 존재 때문이었다. 김스타가 누구냐고 묻자 A씨는 조심스럽게 "김스타는 장 씨가 김영철 검사를 부르는 별명"이라며 "장 씨가 그와 특별한 관계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김 검사는 지난 2017년 국정농단 특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을 수사했던 검사, 장 씨는 사건 피의자이자 김 검사가 맡은 사건의 주요 증인이었다. 검사와 사건 관계인의 사적 관계는 그 자체로 '대형 사건'일 수밖에 없다. 검사가, 그것도 나라를 뒤흔든 국정농단 특검 출신 검사가 해당 사건 피의자이자 증인과 부적절한 사적 관계를 맺은 게 사실이라면 다시 나라가 흔들릴 일 아닌가. 당장 수사·재판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취재 명분은 분명했지만 바로 의혹을 기사화할 수는 없었다. 최소한 두 사람 간 연락을 주고받은 것만이라도 입증이 필요했다.

 

A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김스타'와 관련한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A씨는 지난해 10월 18일부터 여러 차례 기자를 만나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에 담긴 장 씨와의 통화녹음 1300여 개와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 파일을 제공했다.

 

KPI뉴스 탐사보도부 전원이 녹음파일 분석에 뛰어들었다. 장 씨와 A씨의 녹음파일 중 '김스타', '김영철' 키워드가 담긴 녹음파일을 걸러내는 작업이었다. 녹음파일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검사와 피의자로 만난 두 사람이 사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이 관계가 공적 영역에서도 작동했다는 장 씨의 소설 같은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진실성'이었다. 장 씨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문이었다. 장 씨가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 내용을 언급한 사실도 여럿 발견됐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엔 절친한 관계였던 A씨였기에 장 씨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많았다.

 

방법은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장 씨의 발언에서 거짓을 걸러내고 진실로 믿을 수 있을 정도 수준으로 검증하는 것 뿐이었다.

 

녹음파일을 제공한 A씨에게 녹음파일 각각의 내용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들었다. A씨의 설명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검증 대상으로 삼았다. A씨는 자신의 말조차 검증하려는 KPI뉴스 취재에 충실히 협조했다.

 

장 씨가 2020년 8월 19일 김 검사를 만났다고 주장한 사적 공간과 관련된 A씨와 장 씨의 과거 대화 내용과 탐문 취재를 통해 장소를 특정했다. 추후 이 장소를 예약한 장 씨 다른 지인 B씨에게 예약 내역을 요청해 재차 확인했다. 이 곳은 KPI뉴스가 특정한 장소와 일치했다.

 

▲ 2020년 10월 29일 장시호 씨가 지인 A씨에게 전송한 문자메시지. 2020년 10월 25일 장 씨와 김 검사가 나눈 메시지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A씨 제공]

 

장 씨가 A씨에게 보낸 김 검사와 문자메시지도 검증 대상이었다. 두 사람이 나눈 문자메시지는 '직접 증거'인 만큼 이 사건 취재에서 가장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장 씨는 김 검사를 '김스타'라는 별칭으로 저장했는데, 그 전화번호는 김 검사의 전화번호로 확인됐다. 장 씨가 다른 지인에게 과시한 검사들과 통화 목록에서 그들은 'OOO 검사님'이라고 저장한 사실도 확인했다. 장 씨가 김 검사를 다른 검사들과 다르게 대한 정황이다.

 

김 검사와 장 씨 사이 문자가 오간 날, 장 씨와 A씨의 통화 녹음을 비교하는 방법도 검증 수단으로 동원했다. 2020년 10월 25일 문자와 통화의 시간적 연결성을 확인하고, 통화에서 언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추가 프로포폴 투약 사건의 당시 수사 진행 상황과 재판 결과를 집중 취재해 해당 내용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검사와 장 씨에게 충실한 반론 기회도 제공했다. 지난해 11월 7일 '사적으로 장 씨와 연락하느냐'는 물음에 '연락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던 김 검사는 기자가 문자메시지를 제시하자 "사적인 것이냐고 물어서 그랬다"고 말을 바꿨다.

 

보도 전날인 지난 5월 7일에도 김 검사와 30분 가량 전화통화를 해 김 검사 입장을 들었다. 향후 추가 보도에서도 김 검사의 반론을 충실히 반영할 것이다.

 

장 씨는 지난해 11월 7일 기자와 통화에서 수 차례 거짓말을 했다. 장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장 씨의 과거 발언으로 기자가 반박하는 대화가 반복됐다. 거짓말이 들통날 때마다 장 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장 씨는 지난해 11월 8일 생각을 정리한 듯 "김 검사를 멋있게 봤고, 호감을 가진 것은 사실이며, 법적으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본 것도 사실, 수사 상황을 물어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깊은 관계는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장 씨는 A씨와 통화에 나타난 김 검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상당 부분 시인하는 태도도 보였다. 이는 추후 후속 보도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취재 과정에서 진실과 거리가 멀다고 판단되는 장 씨의 과거 주장은 과감히 배제했다. 기자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내용이 많았지만, 검증이 불가능한 내용을 진실로 믿을만한 수준의 취재 과정 없이 장 씨의 입에만 기대어 보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KPI뉴스가 지난해 10월 녹음파일을 입수했음에도 보도가 상당히 늦어진 이유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전혁수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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