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갑질' 포악은 딴 세상 이야기
세계 최대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의 여승무원이 비행 중 뜻하지 않게 자사 사장에게 음료를 쏟아부었는데, 사장이 질책은커녕 오히려 위로하며 격려를 하고 사진까지 함께 찍고 내린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유에스에이투데이와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매디 피터스라는 승무원은 이달 초 피닉스에서 댈러스로 가는 항공편의 퍼스트 클래스 담당 근무를 하게 됐다. AA 근무 4년차인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기내 서비스 중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 그날 그 '참사'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피터스는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들이 탑승하는 시간을 이용해 먼저 자리를 잡은 퍼스트 클래스 승객들에게 마실 것을 서비스하기 위해 각종 음료를 담은 쟁반을 들고 앞자리로 가던 참이었다.

그녀 앞에 걸어가던 승객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조심하라는 외마디 소리도 나오기 전에 그 승객의 등이 쟁반을 밀어붙였다. 피터스는 "이후 장면은 슬로우 비디오로 진행됐다"고 했다.
쟁반과 음료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절반은 피터스에게, 나머지 절반은 옆에 앉아있던 퍼스트 클래스 승객 무릎으로 왕창 쏟아졌다. 너무 당황한 피터스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공포에 질려 꼼짝을 할 수 없었다. 평생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피해 승객은 AA 항공사의 더그 파커 사장이었다.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고 난 뒤 파커 사장 뒷쪽 자리에 앉아 있던 AA 부사장이 쫓아와 수습을 도와주면서 말해줘 알게 됐다.
"큰일 났다" 싶었다고 한다. 하필이면 회사 사장이라니 큰 질책과 추궁이 뒤따를 것으로 각오했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파커 사장은 너그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나는 괜찮다. 당신도 괜찮으냐.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위로를 해줬다. 웃어넘기는 모습과 태도가 "너무 점잖으면서도 멋졌다"고 했다.
정신을 차린 피터스는 서둘러 쏟은 음료를 닦아내고 정리를 마친 뒤 근무 위치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잠시 후 파커스 사장이 피터스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리고는 "당신이 겪은 그 사고는 별 것 아니니 염려하지 말라"면서 "어느 지역 출신이냐" "AA에 근무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느냐" "AA에는 몇 년 째 근무중이냐"는 등 다정한 말을 이어갔다.
기념으로 사진이나 한 장 함께 찍자고 했다. 흥분한 그녀의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혀주고 격려해주려는 마음이 보였다.
이런 사실은 피터스가 비행 근무를 마친 뒤 "이 이야기는 하지 않을 수 없어 공개한다"면서 AA 사내 인스타그램에 올려 알려지게 됐다.
여유를 되찾은 피터스 승무원은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 회사 사장을 만나보기도 힘들다는데, 나는 우리 회사 사장에게 음료수로 샤워까지 하게 만들었다"고 인스타그램에 너스레를 떨었다.
KPI뉴스 / 장성룡 기자 js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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