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기업 우드사이드 연례보고서 "경제성 없다" 판단
실무자 제치고 대통령 나선 결과 마이너스 효과 자초
현 여권의 가장 큰 정책적 문제는 타이밍을 놓치는 것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재직시절 언론에 친화적인 검사로 유명했다. 그런 기질은 대통령 취임 초까지 이어졌다.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이 대표적이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기대했던 '권위주의' 탈피는 이뤄지지 않고 '권위'만 없어진 꼴이 됐다.
현재 여권이 정책을 펴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적절한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은 늘 골든타임을 놓친다. 반대로 설익은 것은 시쳇말로 '갑분튀'(갑자기 분위기 맞지 않게 튀어나오는 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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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동해 석유 매장 관련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첫 국정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알리는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과정도 그랬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직접 이 소식을 국민에게 직접 전했지만 예상과 달리 여론은 싸늘하다.
부랴부랴 정부가 석유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심해 지질탐사 컨설팅 기업 액트지오(ACT-GEO) 설립자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을 불러들여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같은 지점을 탐사한 호주 기업 우드사이드 에너지(Woodside Energy·이하 우드사이드)가 프로젝트를 포기한 상황이어서 아브레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기자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드사이드 연례보고서를 살펴보니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2021년까지 해당 지역에서 지질 탐사를 이어가던 연례보고서는 2022년부터 기조가 바뀌더니 지난해에는 철수 가능성을 내비쳤다.
같은 호주 광물기업 BHP 석유사업부 인수·합병에 따른 사업 재평가 차원이라는 것이 철수의 표면적 이유지만 속내를 추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례보고서에는 우드사이드가 △전략적 재평가 △시장 및 경제적 조건 변화 △지속 가능한 개발 및 환경 규제 △자원의 경제성 등에서 사업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영일만 후보지는 경제성 측면에서 미흡했다고 봐야한다. 백번 양보해 심해에 석유,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는 있으나 생각만큼 경제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미국 육상 셰일오일 유전은 생산원가가 배럴당 50~60달러 대다. 채굴 여건이 좋은 중동 산유국 생산원가도 배럴당 20~30달러 선이다. 육상 유전이 이 정도인데 수심이 2㎞가 넘고 육상에서 38~100㎞ 가량 떨어진 포항 유전 후보지 원가 경쟁력은 기대만큼 높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브레우가 액트지오를 세우기 전 몸담았던 탐사전문 기업 플럭서스(Fluxus) OGE 포트폴리오에는 실패로 끝난 프로젝트가 꽤 있었다. 분석이나 판단이 잘못된 탓이 크다. 어쩌면 여기에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추가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이번 발표에 주무부처의 장관이나 실무자가 아닌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것은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 성공이 불확실한 사업을 대통령이 성급히 주도하면 뒷감당이 힘들 만큼 리스크가 클 수 있다. 대통령실 등 여권 수뇌부의 정무적 감각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메신저'가 '메시지'를 가린 꼴이 됐다.
만약 이번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난다면 투입된 예산이야 둘째 치고, 떨어진 국정지도자 권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이 책임져야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그런 만큼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굳이 이걸 첫 국정브리핑 주제로 정해야 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뜬금포도 이런 뜬금포가 없다. 프로젝트를 위해선 차라리 윤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 게 나았다.
지금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은 '낄끼빠빠'(낄 땐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한다는 뜻)다. MZ세대 용어를 모르실 것 같아 해석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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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창섭 탐사보도부장 |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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