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가치 생각할까, 의심케 하는 공직자 도처에
A 국장은 '엘리트'다. 국내 최고 대학을 나왔다. 미국 유명 대학에서 박사 학위도 받았다. 경제 분야 공공기관에서 승승장구했다. 그에게 최근 특이한 별명이 붙었다. '○○○아베'다. 직원들의 블라인드앱에서 그는 이렇게 불린다.
"일제 강점기에 경제발전의 기틀이 마련됐다.", "정신대는 자발적으로 돈 벌러 간 거다."….
공공연한 그의 발언이 오명을 불렀다. 이 뿐 아니다. "전두환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 자리에 없다." 전씨 집권 당시 정책 수혜자임을 자처하며 그 시절을 미화한다.
그의 언행은 파열음을 낸다. "전두환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도 그런 말을 하는가." 회식 자리에서 한 간부는 소리쳤다. 분이 풀리지 않은 이 인사는 사무실에서 화분을 바닥에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A 국장의 주장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런 이들이 어디 한 둘인가. 독재의 효율성을 찬양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해방 이후 끈질기게 그 DNA를 유지하며 번식했다.
정상은 아니다. 역사 청산을 하지 못한 후유증이다. 해방후 '반민특위'가 성공했다면, 학살책임자 전 씨가 죗값을 치렀다면 그런 기회주의 DNA는 생명력을 잃었을 것이다.
친일 세력을 등에 업은 이승만 정권이 반민특위를 강제 해산하고, '내란수괴죄'로 사형 선고까지 받은 전 씨가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반성 없는 노후를 즐기는 부조리한 역사. 독재 미화·일제 찬양의 DNA가 생존하는 이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생각은 자유 아니냐" 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 또한 역사의 비극이다. 민주주의를 망가뜨린 범죄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용인할 수도 있다니, 참으로 궤변이다.
전체주의와 독재의 상흔이 깊은 독일에선 어림 없는 일이다. 나치 찬양은 물론이고 나치식 인사, 나치 표식(하켄크로이츠) 소유 조차 금한다. 어기면 형사처벌(형법 86조)된다. 잘못된 역사를 확실히 단죄하고 반성한 결과다.
반인륜 역사범죄를 민주주의의 다양성으로 품을 수는 없다. 하물며 공직자가 양민 학살 책임자를 미화하고 일제 침략을 찬양하는 건 경악스럽고 위험한 일이다.
A 국장 논리대로라면 히틀러 집권 시절이 참 좋았다고 할 것이다. 1차대전 배상 책임에 짓눌려 피폐해진 독일 경제를 전쟁으로 다시 팽팽 돌렸으니까. A 국장은 조선의 자원 수탈을 위해, 대륙 침략을 위해 일제가 깔아놓은 철도가 그렇게 고마운 것일까. 일제 침탈로 조선 백성의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의 분배가 왜곡됐든 말든.
A 국장만은 아니다. 과연 공적 가치를 생각할까, 의심케 하는 공직자는 도처에 있다. 수 년 전 어느 교육부 인사는 "민중은 개, 돼지"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한 여성 공무원은 "TV에서 예능을 안해 재미 없다"고 했다던가. 그들은 모두 고시 출신, 이 사회의 '엘리트'로 불린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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