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 올해 결심공판서 자백…선고일, 또다시 연기돼
단순 사기 사건과 관련한 1심 공판이 검찰의 기소 이후 1년10개월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어, 사법부의 고질적 병폐인 전형적 '재판 지연'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60대 피해 여성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암에 걸린 뒤 '신속 재판'을 호소하던 중에 지난해 7월 결국 숨졌으나, 선고 기일이 올해 1월 결심 공판 이후 또 다시 연기되는 등 매우 이례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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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법원 입구 모습 [최재호 기자] |
17일 부산법조계와 피해자 유족 등에 따르면 부산 엄궁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남편과 야채 장사를 하던 A(60대)씨는 지난 2016년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50대 여성에 여러 차례에 걸쳐 총 4억원을 빌려줬다가 되돌려받지 못했다.
피고인 B씨는 A씨에 '중국에 트로트 4인방 가수를 진출시키는 사업에 투자를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취지로 접근해 4회에 걸쳐 4억 원을 받아챙긴 혐의로 지난 2023년 5월 기소됐다.
이 사건과 관련, 부산지방법원 단독 재판부는 2023년 7월 이후 1~2개월에 한 번씩 공판을 이어왔는데, 문제는 증인 신문 과정이다.
담당 판사는 올해 1월 결심 공판 이전까지 그간 4회에 걸쳐 모두 5명에 대해 증인 신문을 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변호인은 증인 소환을 위해 여러 차례 재판 연기를 요청했고, 공판 기일은 여지없이 계속 지체됐다.
이 과정에서 중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해 있던 피해자 A씨는 결국 피고인으로부터 한 마디 사과도 받지 못하고 지난해 7월 숨을 거뒀다. 피해 여성은 사기 혐의로 B씨를 경찰에 고소한 직후인 2022년 6월께 담도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변호인을 통해 4회에 걸쳐 재판부에 "죽기 전에 재판 결과를 받아보고 싶다"는 눈물겨운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결국 허사였다.
피고인은 첫 공판 이전에 변호인을 교체한데 이어 그간 법무법인을 두번이나 바꿨다. 지난해 1월 세 번째 피고인 변호인을 맡은 법무법인은 이른바 '전관예우 변호사'들을 거느리고 있어, 수임료가 비싼 곳으로 이름나 있다.
피고인은 트로트 4인방 중국 진출 사업과 관련해 자신도 피해자란 취지로 4억 채무를 부인해오다가 결국 올해 1월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소사실 전체를 자백한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이란 점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에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마침내 첫 공판 이후 1년7개월 만에 끝날 것같았던 이 재판은 피고인이 '5000만 원 공탁'을 약속하며 변론재개를 신청하면서 2월말로 예정됐던 선고 기일은 또 다시 4월 23일로 연기됐다. 이 같은 재판 지연 속에, 피해자 유족 측은 다음 달 선고 예정일조차 믿을 수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해당 재판과 관련, 부산지역 한 변호사는 "통상 형사 재판의 경우 증거 신문 횟수에 따라 달라지지만, 1심 공판이 6개월 안에 대부분 끝난다는 점에서, 해당 사건이 매우 이례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피고인은 사기 전과 범죄 이력이 있는 여성으로, 단순사기범 재판이 검찰 기소 2년이 다되도록 지속되고 있는 이런 사례는 누가 보더라도 '전관 변호사'의 영향력 때문이 아닌가"라며 "피해자의 한 맺힌 죽음을 위로해 준다는 측면에서도 더 이상 선고일이 연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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