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화폐가치 폭락, 신흥국 외환 시장 위기
미중 무역전쟁 여파 '세계 경제 성장률도 먹구름'
IMF "세계 경제 본격 하강국면 진입" 분석 내놔
올해 초만 해도 세계 경제는 각종 '장밋빛' 전망치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난 7월 6일(현지시간) 미중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이후 성장 비관론으로 선회하면서 세계 경제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각종 글로벌 악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성장둔화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경제 '바로미터(barometer)'라 할 수 있는 '주식', '환율', '경제 성장률' 모두 현저하게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 7월 선포된 미중 무역전쟁이 이대로 지속한다면 세계 경제가 자칫 '공황(panic)'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주식시장
미중 무역전쟁 악재 속에 세계 주식 가치 전망이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최근(10월 말 기준) 세계경제지표 가운데 모건스탠리캐피털에서 운영하는 신흥시장지수(MSIC)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8로 떨어져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표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국제 유가 폭락으로 주식가격이 급락하던 2016년에 저점을 찍은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IC 전 세계 지표의 선행 PER이 올들어 10% 정도 떨어졌다"며 "그 낙폭이 2011년 이후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MSIC 전 세계지수는 23개 선진국과 24개 신흥국 증시가 대상이다. 선행 PER은 주식가격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식 가치 전망치를 나타낸다.
현재 세계 주가는 글로벌 악재들이 난무하던 '잔인한' 10월을 보낸 뒤 변동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나홀로 약진하던 미국마저 '10월'을 비켜 가지 못했다. 뉴욕증시가 지난달 말 폭락을 거듭했다.
'다우(Dow)'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나스닥' 지수가 단숨에 올해 상승치를 반납하는 참패를 맛봤다. 뉴욕증시가 지금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널뛰기(seesaw)'를 하고 있다.
펜 뮤추얼의 최고 투자책임자 마크 헤펀스톨은 "올해 초에는 세계가 한목소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세계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삽시간에 자취를 감춘 꼴"이라고 세계 경제 실상을 언급했다.
애널리스트들도 '투자자들이 경제성장을 어둡게 보는 것은 갖가지 악재가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세계 경제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지난 7월 6일 이후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주요 국가 주식 현황

△중국
미중 무역전쟁으로 주식 부문에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중국 주식시장은 전례 없는 폭락장세로 상하이와 항셍지수가 각각 25%, 22% 이상 폭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의 경우 올해 1월 24일 3,559.47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11월13일 현재 연초대비 900포인트 (25%) 정도 폭락한 상태다. 홍콩 항셍지수도 지난 1월 28일 33,154.12로 정점을 찍고 내리 하락하다 11월13일 현재 연초 최고점 대비 22% 이상 떨어진 25,687.28를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 종합지수는 연초부터 꾸준히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뉴욕증시처럼 상승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1일 24,448.07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역시 얄미운 10월을 비켜 가지 못하고 며칠 새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11월13일 현재 최고치 대비 10%넘게 떨어진 21,810.52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올해 1월 29일 2,598.19로 최고치를 나타낸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11월13일 현재 연초 고점 대비 약 20% 이상 폭락한 2,000선을 맴돌고 있다.
코스닥도 지난 1월 29일 927.05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계속 하락세로 돌아서 11월13일 연초 대비 20% 이상 급락한 670선까지 무너졌다.
△유럽
유로 대표기업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범유럽 증시 지수를 나타내는 '유로 스톡스 50'의 경우 올해 1월 2일 3,672.29로 최고치를 나타낸 이후 11월13일 현재 13% 이상 급락한 상태다.
△미국
연초 '다우(Dow)'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나스닥' 지수가 각각 20~30% 급등했다. 하지만 뉴욕증시도 10월 말 불과 1주일 만에 올해 상승치를 거의 반납하는 참패를 맛봤다. 뉴욕증시가 지금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큰 변동성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각국 환율
세계 경제가 둔화하면서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어 외환 시장도 불안의 끝을 달리고 있다. 특히 신흥국발 하방 리스크가 크게 고조됐다.
신흥국 위기는 터키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됐다.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터키 리라화는 올들어 환율이 급등하면서 화폐 가치가 곤두박질쳤다. 지난 8월 초 미국인 목사 구금과 관련, 갈등으로 미국이 제재를 가하자 리라화가 폭락했다.
올해 1월 평균 달러당 3.775리라였던 리라화 환율은 7월 달러당 4.768로 오르며 화폐 가치가 23%나 떨어졌다. 이후 중앙은행의 통화 안정 조치에도 8월 한 달간 19%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페소는 지난 1월 달러 대비 환율이 평균 18.92페소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9월 달러당 평균 30.11페소로 급증했다. 지난 8월 30%를 상회하는 물가상승률과 경기침체 우려로 페소/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사상 최고 수준인 달러당 42페소까지 치솟기도 했다. 몇 달 새 페소화 가치가 50% 넘게 급락한 셈이다.
이어 신흥국 관련 각종 경제 지수도 부정적이다.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MSCI 신흥국 통화지수는 올해 들어 5.23% 하락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골드만삭스 '신흥국 금융상황지수(FCI)’ 역시 지난 10월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FCI는 금융 환경이 얼마나 빡빡한지 측정하는 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FCI는 0.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아프리카 랜드화, 인도 루피화,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며 불안이 가중됐다. 올해 들어 가치가 10% 넘게 떨어진 통화가 수두룩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신흥국 금융 불안 확산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 각국의 정부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약세 흐름은 여전히 억누르지 못하고 있어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섣불리 회복을 바라보기는 힘들다. 시장 혼란에도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는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의장을 위시한 연준 인사들은 계속해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률
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매년 상반기 '경제 전망(Economic Outlook)'을 발표, 경제 성장률을 예측한다. 이후 하반기에 '중간 경제 전망(Interim Economic Outlook)'을 발표한 뒤 다시 한번 더 올해 경제 전망치를 수정한다.
지난 9월 20일 발간된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 성장률이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우리나라 역시 '통상 갈등'과 '신흥국 금융 불안' 등 세계 경제 위험 요인 탓에 올해 경제 성장률이 큰 폭으로 줄었다.
5월 기준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은 3.8%였다. 그러나 올해 9월 0.1%포인트 감소한 3.7로 수정 전망됐다. G20 역시 지난 5월에는 전망치가 4%에 달했으나, 9월에는 3.9%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5월 대비 0.3%포인트 감소한 2.7%로 수정 전망했다. 영국(-0.1%포인트), 독일(-0.2%포인트), 프랑스(-0.3%포인트) 등 유로존(-0.2%포인트)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한결같이 약세를 보였다.
신흥국의 전망치는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금융 불안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은 각각 3.9%, 1.9%, 0.8% 포인트씩 감소했다. 반면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는 지난 5월 전망 때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내년 경제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 수정 전망됐다. 지난 5월 2019년 경제 성장률은 3.9%로 관측됐다. 그러나 9월에는 0.2%포인트 감소한 3.7%에 머물렀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몇 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이 보는 원인과 대책
OECD는 미중 무역갈등과 신흥국 금융 불안 등 대외부문의 위험 요인이 성장률 약세의 원인으로 꼽았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지난 10월 "올해 성장세가 썩 좋지 않다"며 "달라진 점은 무역, 갈등, 보호주의, 치고받기, 보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흥국의 경우 선진국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면서 금융시장이 악화하고 있다. 게다가 구조개혁 역시 지연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세가 약해지고 있다.
최근 나카오 다케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미중 무역 전쟁이 중국과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각각 1%포인트와 0.2%포인트씩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지금 세계 경제는 다양한 악재들로 매우 예측하기 어려운 나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글로벌 경제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특히 세계 금융 시장은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로 갑작스럽게 위축될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세계 경제 GDP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미중 경제 대국이 무역분쟁을 멈추지 않는 한 글로벌 경제 하방리스크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최악의 상황은 1930년대 대공황 상황을 재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미중 무역전쟁이 막을 내리면 세계 경제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지난 1일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에서 "미중 무역갈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글로벌 증시는 즉각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6일(현지시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싱가포르에서 블룸버그미디어그룹 주최로 열린 ‘뉴이코노미 포럼’에 참석한 기조연설에서 "만약 세계 질서가 미국과 중국 간의 계속되는 충돌에 의해 정의된다면, 머지않아 통제 불능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양국이 사소한 것들에 집착하며 서로를 교착상태에 빠뜨리는 대신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복잡한 속내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히 두 정상의 감정에서 비롯된 기(氣) 싸움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대선 후보시절부터 중국을 미국 경제의 '암덩어리'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2일 중국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지시하는 '중국의 경제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서를 통해 미국의 첨단기술을 중국이 불법적 수단으로 강탈하는 관행을 맹비난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지난 7월 관세 집행을 발표하면서 "중국은 거대 자본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선진기술을 빼앗아가거나 심지어 인터넷 해킹 등을 통해 선진 첨단기술을 마음대로 '도둑질'해가고 있다"며 "우리(미국)의 가장 중대한 비교우위와 미국 미래 경제의 생사를 좌우할 위협적인 적대세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뿐 아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기업들도 국가자본력을 앞세워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선진 기업들을 인수합병 해 기술을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이러한 불공정 관행을 통해 미국의 양자컴퓨터, 로보틱스 등 미래 4차산업까지 장악하려는 중국의 전략을 분석하고 대책을 관계 부서와 합동으로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선포한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의 이러한 세계 무역질서를 해치는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지라도 미중 무역전쟁은 쉽사리 막을 내리기 어렵다는데 고민이 묻어 있는 것이다.
KPI뉴스 / 김문수 · 강혜영 기자 moonsu44@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