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전체를 보는 유해진의 통찰력 정말 대단해"
유해진 "한계 없는 치열한 고민이 윤계상 성장 시켜"
유해진의 영화 '럭키' 697만명, 윤계상의 '범죄도시' 688만명. 두 사람이 만난 '말모이'는 700만 고지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일제강점기 잊혀져가는 우리말들을 모아 말모이(사전)를 만드는 감동실화를 영화화 한 '말모이'는 일단 개봉 닷새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연말연시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는 가운데 '말모이'가 좀 더 힘을 내 주길 바라며 두 배우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지난 12월 일찌감치 따로 진행된 인터뷰를 모았다.

최근 배우들 인터뷰는 라운드로 진행된다. 때로는 두세 명, 때로는 열 명 남짓 기자들이 배우와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과거 1대1 인터뷰의 깊은 맛은 없지만 장점도 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다른 이가 하고 재미있는 답변이 나올 때다. 그런 순간을 나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 또 라운드지만 나도 내 질문 하나쯤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인터뷰를 앞두고 뽑는 질문지에는 예전처럼 많은 질문이 담긴다. 스무 개 남짓 질문을 준비하면서 요즘 빼놓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상대에게서 딱 하나만 내 것으로 할 수 있다면 뺏어 오고 싶은(^^) 재능은 무엇인가요? 질문은 못됐는데 답들은 선하다. 많은 배우들이 뺏어 오려 하지 않고, 좋은 점이나 그에게 그대로 두고 내가 닮고 싶은 재능을 말한다. 아니 재능이라기보다는 인성이나 태도를 얘기한다. 상대배우의 장점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그 배우가 상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먼저 배우 유해진은 배우 윤계상에 대해 한참을 숙고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본인 스스로 치열하게 연기하더라고요. 저만 하면 됐을 텐데 하는데도 다시 하고 다시 하고. 감정을 맥시멈으로 끌어올리려 노력해요. 스스로 불안해하는 부분이 있던데, 그것 때문에 배우 윤계상이 발전하는 것 같아요. 아, 어제 그랬다(윤계상에게 말했다). 그래 맞아, 너를 발전시키는 것 같다! 저도 부족하지만 얘기했죠, 스스로에게 채찍질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과하게는 하지 마라. 배우로서 좋게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과하게 채찍질하지 마라) 사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현장에서 빨빨 거리고 돌아다니며 뭘 찾으려고 하는 것도 그런 거죠. 해야 되는 일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관객 분들께 '또 야?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네, 볼만했어, 정도까지라도 해 드리려면 제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안 하면서 놀 순 없잖아요. 계상이도 같은 마음일 거고, 거기에다 필모그래피 겹치지 않게 캐릭터 변주를 잘해서 보기 좋습니다."

또 야? 또 너야? 또 비슷한 캐릭터야? 배우들에게 얼마나 무거운 숙제이고 숙명일지 감히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밥줄로 삼고 사는 이상 폼 나게 수년에 한 작품씩 새로운 캐릭터와 장르를 고르며 필모그래피 관리를 하는 배우인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기는 힘든 일 아닌가. 기왕 겹쳐야 한다면 어떻게 겹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더욱 멋져 보였다. 후배에게서 비슷한 마음을 발견하며 반가워하고 대견해하는 선배의 모습이 눈부셨다.

이번엔 윤계상이 주저 없이 답했던, 자기 것으로 하고 싶은 유해진의 장점을 들어보자. 말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유해진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가능한 현장을 그대로 전하려 애쓰는 윤계상의 태도에서 선배에 대한 존경이 전해 왔다.
"통찰력, 작품을 보는 눈입니다. 모든 것을 아울러 볼 수 있는 눈, 대단하세요, 정말! 현장에서 형님이 막 움직이시는 걸 보면 저는 하나 보기도 힘든데 형님은 '이렇게 한번 해 볼까', 근데 그게 너무 좋아요. '또 이렇게?', 근데 그것도 너무 좋아요. 그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 얘기는 영화 '완벽한 타인'의 동료 배우들도 했다. 내게 주어진 것 하나를 하기도 바쁜데 유해진은 2안, 3안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준비해 오고 또 현장에서도 만든다. 그 장면에 국한된 게 아니고 영화 전체를 보고 그 속에서 필요한 것들, 하나를 만들면 이후 장면들에서 연속적으로 재미와 힘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낸다. 대단하다, 라고.

윤계상의 유해진에 대한 얘기는 자신에게로 이어졌다. 유해진이 윤계상을 칭찬하며 자신의 연기 고민으로 옮아갔듯이. 선후배가 참 닮았다.
"제가 힘들어하면 '나도 힘들어, 쉽지 않다'라고 말씀해 주세요. 매번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고. 그렇게 잘하시는 분이 그리 말씀해 주시다니, 뭔가 감동이에요. 저는 연기 조언을 그때 함께하는 배우, 스태프,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받아요. 다른 작품을 하고 있는 배우들 하고는 소통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잘 모르기도 하고요. 그 안에 있는 사람과 소통해요, 잘 아니까. 결국 저는 혼자 욕심쟁이기 때문에 고민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웃음)."
혼자 욕심쟁이.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초승달 두 개를 눈가에 띄우고 개구지게 말하는 모습, 그런 윤계상을 보며 흐뭇했을 유해진이 그려졌다.
영화 '말모이'의 배우들이 메이킹 필름을 통해 "유해진의 예민함에 반했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이에 대해 "영화는 제게 일이고 이 일을 통해서 저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현장이잖아요. 헛되게 보내면 저한테 미안할 것 같은 거죠. 지나고 났을 때 후회를 덜 하려고 노력하는 것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덧붙여 왜 열심히 하는지에 대해 얘기했는데, 윤계상의 표현을 빌자면 뭔가 감동이라 옮겨 적는다.
"여튼 간에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 만들고 났을 때 시사회를 통해서나 극장에서나 그래도 관객 분들이 웃어야 하잖아요. 촬영현장 분위기가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보시는 분의 만족감이 중요하고, 보고 났을 때의 분위기도 중요하고요. 그 뒤는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 일단은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후회되는 게 작품이죠. 그때 당시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탄하듯) '내가 왜 그랬지'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한탄) 안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연극할 때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제게 항상 남아 있어요. 무대에 서기 전까지 의심해라, 라는 말. 나는 이제 할 만큼 했어, 다 됐어, 라고 생각하면 넌 끝이다! 연기에 정답이 어디 있느냐,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준비해라. 늘 현장에서 돌아다녀요. 그냥 걷는 게 좋아 다닐 때도 있고 그렇게 되뇌다 보면 생각나는 게 있어요. 선생님 말씀을 지키려는 노력입니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 유해진, 그 배우의 길을 좇아 걷고 있는 배우 윤계상. 만족 없이 끝없이 자기를 괴롭히고 의심하고 고민하며 사는 배우들. 그런 두 배우가 만난 영화 '말모이', 두 사람 보러 갔다 어린이부터 노장까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한꺼번에 만나게 될 '말모이'. 오랜만에 배꼽 찾으며 웃다가 눈물마저 짓게 될 영화 '말모이'가 700만까지 달리자면 관객 여러분의 큰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은 믿음에서 시작된다. 믿어도 좋은 배우들을 만나러 가자.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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