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 '눈이 부시게' 잘 풀리는 이유는 이것

홍종선 / 2019-02-13 13:57:28
배우들의 멋진 앙상블…시청자 '공감' 끌어내
한지민, '혜자' 그 자체…깊은 감성 돋보여

이렇게 다 모이기도 쉽지 않다. 연기면 연기, 미모면 미모, 호흡이면 호흡.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베테랑' 배우들이 오직 한 작품을 위해 뭉쳤다. 바로 지난 11일 방송을 시작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극본 이남규·김수진, 연출 김석윤)를 위해서다.

 

▲ JTBC 제공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 혜자(김혜자·한지민)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준하(남주혁 분)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초호화 배우 라인업의 '눈이 부시게'는 1회 시청률 3.2%, 2회 시청률 3.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연기 좀 한다"고 하는 배우들이 총 출동해 멋진 앙상블을 이루는 '눈이 부시게'는 웃고, 울리고, 씁쓸하고, 따끔하기까지 한 '공감'을 시도하며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상태.

 

▲ 방송화면 캡처


11일 방송분에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혜자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혜자는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주운 손목시계로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됐다. 짓궂은 오빠의 장난을 피하기 위해, 늦잠을 자기 위해, 쪽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등 사소한 일 때문에 '시간'을 낭비했고 그 결과 남들보다 빨리 노화되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

이를 알게 된 부모님은 혜자를 걱정하며 시계를 깊숙한 곳에 봉인했고 '시간'은 흘러 혜자는 스물다섯, 꽃다운 여인으로 자라난다.

첫사랑인 선배 장호(현우 분) 때문에 아나운서의 꿈을 품게 되었지만 현실은 방구석 백수. 허름한 미용실에서 손발이 부르트도록 고생만 하는 엄마(이정은 분)의 눈치만 살피며 '웃픈'(웃기고 슬픈) 일상을 보내고 있다.

 

▲ 방송화면 캡처


그러던 어느 날 혜자는 장호의 소개로 기자 지망생 준하(남주혁 분)와 만나게 된다. 탁월한 스펙과 비주얼로 교내 유명 인사인 준하는 혜자에게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냐. 스스로 대답할 수 있을 정도의 노력은 해야지 않느냐"며 비판한다.

날카로운 첫인상으로 혜자를 울린 준하지만 두 사람은 곧 '동네 주민'으로 다시 만나며 화해한다. 혜자는 "그때 한 말 다 사실이다. 나도 느끼고 있었던 걸 새삼스레 찔러줘서 내가 쓰레기 같고 싫어졌다"고 돌직구를 날려 오히려 준하를 놀라게 했다.

급속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프고 불행한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준하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는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었고 "나 같은 놈을 떠맡아 지옥처럼 사는 할머니"를 측은해 했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에 눈물까지 쏟은 혜자는 "시간을 돌려주겠다"며 봉인되어 있는 시계를 꺼냈다.

시간을 돌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혜자였지만 그가 가진 평범한 일상은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당연하게 누려왔던 순간의 소중함"을 말하려는 기획 의도에 설득력을 더해 주었다.

1회를 이끈 주인공 혜자 역의 한지민은 그야말로 '혜자' 그 자체. 20대 중반이 겪는 고민과 상실, 좌절 등 일반적 감정들을 깊은 연기 감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지성과 함께 주연을 맡았던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성공을 거두고 스크린 주연작인 '미쓰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게 된 한지민은 성숙하고 깊이 있는 감성 연기와 풍성해진 표현력으로 시청자들과 '감성'을 나누고 있다. 

 

▲ 방송화면 캡처


대중의 '인정'을 받기까지 한지민에게도 남모를 고통과 고민이 있었다. 잇따른 영화 드라마의 실패와 연기 혹평에 따른 슬럼프를 겪으며 적잖이 마음고생을 해온 것.

한지민은 앞서 매체 인터뷰를 통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지만 문득 저를 돌아보니 비슷한 장면에서 똑같은 연기만 하더라. 열심히 해야지 생각만 했지 다른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그러다 '조선명탐정' '밀정'을 만나게 되었고 연기적, 연기 외적으로도 많이 바뀌었다. 캐릭터를 만나는 게 '용기 낼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고 도전을 앞두고 망설이지 않게 됐다"며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서도 한층 더 성숙해진 사실을 고백했다. 호평 받는 한지민이 있기까지 시도했던 많은 '도전'이 읽혔다.

실제로 한지민은 시청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 출연해 털털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독박 육아에 시달리다가 싱글녀가 된 '아는 와이프' 우진, 시간을 돌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취업준비에 바쁜 평범녀 '눈이 부시게'의 혜자처럼 평이한 역할을 맡으며 시청자의 '공감' 코드를 자극했다. 거기에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직접 연출한 패션으로 한지민만의 '러블리'한 이미지를 구축, 안방극장과 스크린이 찾는 여배우로 거듭났다.

한지민이 빛난 1회였지만 남주혁, 손호준, 안내상, 이정은 등 동료 배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터. 특히 2회 방송에서는 또 다른 주인공 김혜자와 남주혁 그리고 이정은의 연기에 시청자들의 눈물샘이 터졌다.

2회는 갑작스레 사고를 당한 아빠(안내상 분)를 살리기 위해 시계를 거꾸로 돌린 혜자의 시간이 뒤엉키는 모습이 담겼다. 스물다섯 살, 꽃다웠던 혜자는 갑작스레 늙어버리고 준하와는 '시작'도 못한 채 강제로 마음을 접어야 했다. 설상가상 준하는 폭력를 일삼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려다 일이 꼬이고, 목숨처럼 여기던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며 고통에 빠지고 만다.

KBS2 '후아유-학교2015', tvN '치즈인더트랩',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MBC '역도 요정 김복주', 영화 '안시성' 등을 통해 차근차근 내공을 다져온 배우 남주혁. 이번 작품에선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받고 있다. '금수저' 같은 외모와 달리 '흙수저'로 고통받는 인물의 결을 현실적으로 표현해낸 것. 거기에 한지민과 선보이는 케미스트리는 '눈이 부시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단내'와 '짠내'를 오가는 남주혁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기대가 크다.

 

▲ 방송화면 캡처


tvN '응답하라 1988', KBS2 '고백부부,' MBC '내 뒤에 테리우스' 등으로 코믹부터 멜로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던 배우 손호준은 혜자의 친오빠이자 허세 넘치는 크리에이터 영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1회와 2회에 걸쳐 제대로 망가진 그는 철딱서니 없는 '친오빠'의 면모를 가감없이 보여주며 한지민과 제대로 된 '현실 남매'로 분했다. 두 사람의 신선한 케미스트리는 남주혁과는 또 다른 재미요소로 시청자를 불러들이고 있다.

 

▲ 방송화면 캡처


혜자의 엄마, 아빠 역할로 출연한 이정은과 안내상의 연기력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며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만 하는 우리네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이정은은 1회 방송에서는 자식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거침없는 조언을, 2회 방송에서는 갑작스레 늙어버린 딸을 보고 망연자실한 '엄마'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안내상 역시 딸밖에 모르는 '딸 바보'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정은과 '현실 부부'로 분해 실제 가족의 모습을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준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 김혜자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회 방송에서는 "나? 스물다섯 살"이라는 한마디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는 2회 방송에서 '연기 대모' 다운 깊이 있는 연기와 탄탄한 내공으로 순식간에 70대 노인이 된 20대 혜자의 두려움과 허탈함을 표현해 냈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59년 차 내공을 꽉 담은 감정 연기는 시청자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시청자들도 배우들의 '연기 열전'을 고스란히 느낀 듯하다. "한지민 진심이 느껴지는 연기. 헝클어진 모습이 더욱 빛나요"(아이디 mose****), "한지민 연기 지존이네. 남주혁은 연기 완전 늘었다. 손호준은 연실 오빠 같아서 완전 꿀잼! 재벌, 막장, 살인 없어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아이디 ciel****), "한지민이 연기하는 청춘이 너무 공감 가더라. 코믹인 듯 현실 같고. 배우들 연기 너무 좋고 'SKY캐슬; 떠난 자리 꽉 채워줄 듯"(아이디 blue****), "김혜자님 연기 볼 생각에 두근두근"(아이디 suin****), "김혜자 선생님 잠깐 나왔는데도 진짜 몰입도 오지다"(아이디 jmb****), "다들 연기 최고다. 이정은 안내상 진짜 현실 엄빠 같아서 맴찢"(아이디 cs**) 등 칭찬을 쏟아내고 있다.

 

▲ JTBC 제공


이제 '궁금증'은 충분히 자극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한데 모여 '판타지적 요소'를 충분히 그럴듯하게 그려내는 것에도 성공했다. '눈이 부시게'가 남은 회차까지 이 궁금증과 재미를 잘 이어갈 수 있을지, 새로운 카드도 준비돼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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