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43년만에 소설가 변신…'환상적 신소설' 개척
이정주(72) 시인이 문단에 데뷔한 지 43년 만에 첫 소설집 '블루스, 왈츠, 탱고'(북랩 펴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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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주 시인 소설집 '블루스, 왈츠, 탱고' 표지 |
자신의 내면에 묻어뒀던 이야기들을 묶어 실험적인 방법으로 창작한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총 3부로 나뉘어진 소설은 작가의 체험 이야기로 유도해가다가 어느새 상상 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다.
소설에는 거북이의 상징이나 헌화가(신라시대 향가)가 떠오르는 에피소드, 흐르는 물과 산과 돌고래의 상징, 친구들의 이야기와 여러 여인과의 관계도 이색적으로 표현돼 있다.
출판사 측은 책 소개에서 '동서양의 신화적인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현실 삶의 고단함과 외로움 등을 색다르게 표현한 글로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시가 아닌 소설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문학판에 발을 들여놓은 뒤 항상 마음 한쪽에 시·소설 장르 구분에 매이지 않는 글에 대한 생각이 있었고, 조금씩 그런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장르가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들'은 세상이 잘 받아들이지 않아 한동안 묻어버렸다가, 몇년 전에 척추수술을 받고 두달쯤 누워지내면서 해 지난 달력을 발견한 뒤 이야기들이 자꾸 쏟아져 나왔고, 멈출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수년 전에 얘깃거리가 머리에 떠오를 때 짤막짤막하게 뒷면에 적어놨던 캘린더를 발견한 게 이번 소설집 탄생의 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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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주 시인 |
이정주(1953년생) 시인의 이력은 독특하다. 교사 출신 아버지를 따라 경남 여러 도시에서 성장한 그는 진주고교를 거쳐 부산대 약학과를 졸업한 약사 출신으로, 스물아홉 나이(1982년)에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후 부산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문학활동을 병행하다가 1988년 서울로 올라가 '외국문학' 편집장을 맡아 당시 유럽 문예사조를 휩쓸던 포스트모더니즘을 국내 소개하는 일에 앞장섰다.
이에 영향을 받은 듯 이정주의 시는 일관되게 '삶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게 문단의 평가다. 이번 소설집에도 같은 맥락이 흐르고 있는데, 그는 이 같은 소설 형식을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환상적 신소설' '열린 신소설'"이라고 자평했다.
현재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서 포도농사를 지으며 집필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향후 글쓰기 계획에 대해 "이번 소설집에서 보이는 시적 문장과 독특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소설 쓰기를 시작했을 때 가졌던 '전체주의·권위·이성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이라는 생각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인 이정주는 그간 시집 '행복한 그림자'(1987년) '문밖에 계시는 아버지'(1989) '홍등'(2009) '아무래도 나는 육식성이다'(2014) 등을, 산문집 '옛 성을 찾아가다'(2004) '붉은 등을 단 집들'(2017년) 등을 꾸준히 펴냈다.
KPI뉴스 / 최재호 기자 choijh199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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