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대 사기행각 가짜 '사우디 왕자'에 18.5년 선고

장성룡 / 2019-06-02 14:05:54
콜롬비아 고아 출신 미국 입양아…'술탄' '왕자' 명함에 명품으로 치장
2017년 호텔 인수하겠다며 두바이은행 위조 서류 내밀었다가 덜미 잡혀

미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행세를 하며 투자자들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사취한 콜롬비아 출신 앤서니 기그낵(48)이 마이애미 연방지방법원으로부터 18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고 UPI 통신이 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UPI 통신에 따르면 그는 빈 칼리드 알-사우드 왕자라는 가명을 쓰며 미 플로리다주(州)로부터 영국에 이르는 세계 각지의 투자자들에게 가짜 사업을 내세워 사기 행각을 벌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 미 플로리다주 남부지검 홈페이지 캡처

사법 당국은 그가 30여 년에 걸쳐 오랜 기간 사기 행위를 일삼았고, 예전에도 엇비슷한 사칭 범죄로 11차례 체포된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국 외교관이나 외국 정부 관리를 사칭해 가중 처벌이 가능한 신원 도용, 텔레뱅킹 금융 사기, 금융 사기 공모 범행을 벌여온 사실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마이애미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그는 어린 시절 학대행위로 인한 정신건강 관련 공식 병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는 이를 빌미로 연방정부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범죄 행위의 원인을 다른 사람들 탓으로 돌려왔다.

기그낵은 법원에서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은 받아들이겠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른 사람들 잘못도 많다. 나는 괴물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1977년 미시간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된 콜롬비아 고아 출신으로, 자신이 사우디의 칼리드 알-사우드 왕자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2017년 미 연방검찰에 체포됐다. 실제 인물인 칼리드 왕자는 79세의 사우디 메카 주지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그낵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거주지 펜트하우스 출입문에 '술탄(sultan)'이라는 명패를 붙여놓고, 롤렉스 시계와 카르티에 팔찌 등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녔다.

가짜 외교관 번호판을 단 페라리를 몰고 백화점에 가서 한 번에 수천 달러어치 쇼핑을 하며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는 현금 다발과 '나의 아버지'라는 제목의 사우디 왕족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다. 심지어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 치와와도 온갖 비싼 장신구로 치장해 돈이 넘쳐나는 가문인 것처럼 가장했다.

또 명함에는 '왕자', '술탄' 등을 새겨넣고, 미 국무부 외교경호실(DSS)의 가짜 배지를 구입해 자신의 경호원들에게 그 배지를 착용하고 앞뒤를 감싸고 다니게 했다.

그는 이 같은 행각으로 투자자들의 의심을 피하고 환심을 산 뒤 존재하지도 않은 아일랜드의 제약회사와 몰타의 카지노 투자 명목 등으로 수십명 투자자들로부터 800만 달러(약 95억 원) 이상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 행각으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은 호화생활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꼬리가 잡힌 것은 2017년이었다. 마이애미의 한 호텔 측에 4억4400만 달러에 호텔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하고, 두바이 은행이 6억 달러 대출을 약속했다는 위조 서류를 제시한 것이 단서가 됐다.

수상하다고 여긴 호텔 측이 보안회사를 고용해 조사를 벌이면서 그의 사기 행각이 드러났고, 연방검찰의 수사로 이어져 30여 년에 걸친 가짜 사우디 왕자 사칭 과거가 추가로 밝혀졌다.

기그낵은 1987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칼리드 알-사우드'라는 사우디 왕자와 같은 이름의 신분증을 취득한 이후 사우디 왕자를 사칭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KPI뉴스 / 장성룡 기자 js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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