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범-이선균-박해준, 한예종 출신 선후배가 만난 범죄드라마
전소니 "이선균, 배우로서 쫓기는 감정 들 때 먼저 알고 조언"

'나의 아저씨'가 '악질경찰'이 됐다. 선하거나 지질하거나 마음 따뜻했던 배우 이선균의 얼굴에서 악독을 끌어낸 건 이정범 감독이다. 이선균 자신이 주연했던 영화 '끝까지 간다' 속 경찰보다 독하고 이정범 감독이 연출했던 '아저씨'의 악인보다 진일보했다는 '악질경찰' 조필호. 영화의 중심인 이선균과 이정범 감독 그리고 배우 박해준, 전소니의 입을 통해 그 '낯선' 얼굴을 미리 들여다보았다.
25일 서울 CGV압구정에서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 제작 청년필름·다이스필름,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쓰레기 같은 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대기업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악질경찰'. '열혈남아'로 영화계 데뷔, '아저씨' '우는 남자'로 이름을 알린 이정범 감독의 신작이다.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악질경찰'의 중심축인 이선균을 비롯해 이정범 감독과 박해준은 매우 특별한 인연을 자랑, 눈길을 끌었다. 먼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대학 선후배 사이인 이정범 감독과 이선균은 17년 전 이 감독의 졸업작품을 함께한 사이.

이정범 감독은 "17년 전 학교 졸업작품('굿바이 데이')을 찍을 때 이선균과 작업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저는 뭘 먹고 살지 걱정인 감독이었고, 이선균도 배우 초년병이었다. 그 기억이 오래 남아 있는데 17년 만에 재회하게 돼 벅차다"며 남다른 소회를 드러냈다.
평소 유머 넘치는 말투를 구사하는 이선균은 퉁명스레 "17년 만에 불렀다. 그렇게 같이하자고 이야기하더니"라고 받아쳐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학교 다닐 때부터 좋아하는 형이었다. 감독님과 2002년에 영화를 찍고 '제 인생 첫 영화'라고 미니홈피에 올리기도 했다. 배우가 연출에게 디렉션(지도)을 받으면 편안해진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2002년에 데뷔하고 힘든 시기였는데, 한·일월드컵 4강 이후로 가장 좋은 기억이었다"며 웃었다.
'학연'만으로 이선균의 마음이 움직인 건 아니었다. 범죄 스릴러가 주는 장르적 재미와 낯선 캐릭터가 주는 신선함이 아니었다면 이선균 역시 이토록 강렬하게 '악질경찰'에 매료되지는 않았을 터. 그는 "장르적으로 쌓여가는 사건도 흥미롭고 극중 필호가 각성하고 자기성찰 하는 모습이 좋아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며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 더 애착이 간다. 진심과 노력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말 속에 묵직한 마음을 담았다.

이제 배역에 대해 살펴볼까. 이선균이 연기하는 조필호는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해 온 악질 경찰이다. 비리 행각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자 경찰 창고에 손을 대지만, 사건 당일 창고가 폭발하자 용의자로 지목된다. 자신의 혐의를 벗겨 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미나(전소니 분)를 쫓던 중 더 큰 사건과 마주한다.
이선균은 "제가 했던 악역 중에 역대 급으로 나쁜 역할의 캐릭터다. 질이 나쁜 정도의 수위가 가장 높았다"며 조필호의 악행을 예고했다. 비리를 저지르는 경찰이라는 점에서 '공공의 적' 강철중을 떠올리는 누리꾼들도 있어 왔다. 하지만 이선균은 단호했다. "직업만 경찰이지 쓰레기에 가깝다"며 범죄자라고 단언했다.
그는 "'공공의 적' 강철중이나 '끝까지 간다' 고건수도 있지만 '악질경찰' 조필호는 무늬만 경찰이다. 돈 버는 것에만 눈이 멀었다. 기존 영화들이 다룬 비리 경찰과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선균과 사적으로 오래 인연을 맺어온 이정범 감독은 '이선균 활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드라마 '태릉 선수촌'(2005) '하얀거탑'(2007) '커피프린스' '나의 아저씨'(2018) 같은 선하고 자상한 역이나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2016), 영화 '옥희의 영화'(2010)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끝까지 간다'(2014)와 같은 소심하고 지질한 역할에서 빛을 발한다고 생각했던 이선균의 얼굴에서 "감정의 낙폭이 큰 조필호"를 보았고 "섬세하고 예민한 면을 십분 활용"해 캐릭터를 완성해 낸 것이다.
이정범 감독은 "조필호는 평화로웠을 때와 지옥에 떨어졌을 때의 간극이 굉장히 크다. 그 간극을 오갈 때 이선균의 표정이 볼 만했다. 드라마가 진행되며 주연의 심리가 많이 변하는데, 이를 풍성하게 연기적으로 커버해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이선균은 그간 노출된 모습보다 더 섬세하고 예민한 편이라서 그런 면들을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이 감독은 "'열혈남아' '아저씨' '우는 남자' 모두 엔딩이 같다. 남자가 뭔가 깨닫고 우는 장면이다. 인물의 내적 성장이 이뤄지고 끝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조필호의 내적 성장으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진다. 깨달음을 얻고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선균이 이번 작품에서 해야 할 중요한 몫, 전작과의 차별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또 다른 한예종 출신 배우 박해준과 이선균의 연기 호흡도 '악질경찰'의 기대 포인트 중 하나. "대학 동기 중 가장 부끄러움이 많았다"는 박해준은 거대 악의 오른팔인 권태주 역을 맡아 이선균과 악질 대결을 펼친다. "슛만 들어가면 (박해준의) 눈빛이 변해서 놀라곤 했다"며 후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선균이지만, "박해준이 사석에서는 재미가 없다"고 돌직구를 날려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선균의 돌직구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박해준은 "선균이 형이 '너랑은 재미없어서 같이 술 못 마시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이 굉장히 상처가 됐다. 영화 홍보일정에 들어가면 술을 많이 먹을 텐데 어떻게 하면 선균이 형을 재밌게 하며 술자리를 이어나갈지 고민이다"라고 농담반 진담반의 센스로 화답했다, 스크린 밖의 궁합이 스크린 위의 차진 호흡을 기대케 했는데. '위험 수준'에 달했던 이선균과 박해준의 연기 열정이 빚은 에피소드도 공개됐다.
이선균은 "박해준과 처음 만나 아파트에서 액션 신을 찍었다. 격투기를 하듯 찍었다. 기절하는 장면이었는데 정말 기절 직전까지 갔다. 박해준이 초크(슬램, 목을 조르는 WWE 기술)를 거는데 너무 잘하더라. 기절 직전에 탭을 쳤다"며 다시 한 번 농을 걸었다.
이에 박해준은 "롱테이크(한 번에 길게 찍는 장면)를 반복하다 보니 감정이 자꾸 생기더라. 저도 힘들었다. 저는 내색을 잘 못하고 열심히만 했다. 그리고 저도 귓방망이(귀퉁이)를 맞아 멍도 들었으니 쌤쌤(same same) 아니냐"고 유쾌하게 받아쳤다. 장내에는 다시 웃음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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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균 "와, 소니 워크맨이다!". 신인배우 전소니 [뉴시스] |
이선균은 주연배우이자 대선배답게 신예 전소니를 살뜰히 챙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소니가 연기한 미나는 조필호를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게 해 줄 단서를 지닌 중요 인물. 이선균은 "차분하고 똑똑한 배우"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지금껏 보지 못한 마스크를 가진 신인 배우다. 어릴 때 소니 워크맨을 보고 '와 대박이야!' 했던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소니라는 이름을 워크맨 브랜드로 연결시키는 이른바 '아재 개그', 다소 경질될 수 있는 분위기를 풀려는 그의 노력이 참석자들을 '빵' 터트렸다.
전소미는 이러한 이선균의 노력이 촬영장에서도 발현됐다고 전했다. "촬영할 때 떨지 않고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선배들 덕이다. 저를 대하는 방식의 영향이 컸다. 제가 (영화 연기가) 처음이라 답답할 수도 있었는데도 이선균 선배는 제가 혼자 해야 하는 장면을 먼저 생각해서 조언해 줬다. 현장에서 쫓기는 기분이 들 때도 챙겨 줬다. 같은 배우로서 감정 변화가 느껴지면 꼭 한 번씩 챙겨 주시더라. 감사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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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음이 만발했던 '악질경찰' 제작보고회 [뉴시스] |
이정범 감독과 이선균, 이선균과 박해준, 이선균과 전소미. 이정범 감독의 처마 아래 이선균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배우들의 '악질경찰'이 어떻게 완성됐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오는 3월 21일, 봄의 진정한 시작을 알리며 우리를 찾아올 '악질경찰'이 흥행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선균의 새로운 얼굴 또한 몹시 궁금한 오늘이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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