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취한 돈 돌고 돌아 추적 어려워…"피해 복구 1% 미만"
"공모 코인 상장 직전이라 지금이 기회입니다"
평소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있던 박 모(만 43세·남) 씨는 '고수익 보장'을 내세운 소셜네트워크(SNS) 광고를 따라 투자 리딩방에 들어갔다.
운영진은 "최근 주식보다 가상자산 변동성이 좋아 수익이 크다"며 웹사이트 URL을 전달해 가입을 유도했다. 해당 사이트는 겉보기에는 정상 가상자산 거래소처럼 보여 박 씨는 '가짜'라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박 씨는 일단 여유 자금이었던 1000만 원을 입금했다. 사이트상 자산은 곧바로 2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박 씨가 일부 수익을 출금 신청하자 계좌로 바로 입금됐다.
신뢰가 생긴 박 씨는 "지금이 역대급 기회", "공모 코인 상장 직전이라 자금을 넣는 대로 수익이 난다"는 운영진 권유에 따라 고액 투자에 나섰다. 집 보증금과 대출까지 동원해 총 6억 원을 입금했다.
그런데 고액이 입금되자 운영진 태도가 바뀌었다. "금융당국에서 고액 자금세탁 조사가 나왔는데 해제 비용을 입금해야 한다", "소득세를 먼저 선입금해야 전체 원금 출금이 가능하다" 등 다양한 핑계로 출금을 미루면서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박 씨는 그제야 사기란 걸 눈치 챘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박 씨가 항의하자 리딩방에서 퇴장당했으며 사기 조직은 잠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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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기행위에 활용된 '가짜 거래소' 메인화면. [인터넷피해구제협회 제공] |
최근 '가짜 리딩방'과 '가짜 거래소'를 결합한 단계형 가상자산 사기가 빈발하고 있다. 김한 인터넷피해구제협회 대표는 "가짜 리딩방과 가짜 거래소 관련 가상자산 사기 피해 문의가 하루 1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사기 수법은 치밀하다. 먼저 무작위 대량 문자 메시지나 SNS·유튜브 광고로 '무료 전자책·강의 배포', 고수익 보장' 등의 미끼를 던져 가짜 가상자산 리딩방으로 연결한다. 유명 투자 전문가나 연예인 사진을 도용해 광고를 띄우기도 한다.
겉으로는 네이버 밴드 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디자인만 베낀 가짜 밴드 리딩방이 종종 쓰인다. 김 대표는 "네이버 밴드는 신고가 들어가면 곧바로 폐쇄되지만 가짜 밴드는 운영자가 직접 닫고 다시 만들 수 있어 신고·추적을 피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후 피해자를 실제 가상자산 거래소와 유사한 디자인의 가짜 거래소로 유인한다. 화면상으로는 수익이 나는 것처럼 속여 점차 큰 금액을 넣게 한다.
사기 조직은 'VIP방' 운영을 내세우며 수익률을 전면에 홍보하기도 한다. 전일 누적수익률 111.75%로 마감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투자자를 유인한 사례도 확인됐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업비트에서 직접 거래하라'며 종목을 추천하는 식으로 접근한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제 말대로 하니 수익이 나지 않냐"며 신뢰를 쌓은 뒤 "진짜 큰 수익을 내려면 비공개 투자 사이트로 옮겨야 한다"며 가짜 거래소로 유도한다. 이렇게 사기당한 피해자 중에 피해 금액이 2억 원을 넘은 경우도 있다.
피해 복구는 극히 어렵다. 김 대표는 "피해자가 돈을 넘긴 경우, 해당 배달원(수거책)이 일부를 받고 나머지는 대부분 상선(총책)에게 전달돼 자금이 분산되기 때문에 사후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몇백만 원만 투자한 이른 단계에서 대응해 피해금을 되찾은 케이스도 있지만 드물다"며 피해 복구 사례는 1%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1억 원이 넘는 고액을 입금한 뒤에는 사실상 피해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너무 큰 돈을 사기당해 극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피해자들도 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비현실적인 수익률을 인증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리딩방은 애초에 근처도 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조언이다.
자본시장법 제101조 제1항에서는 유사투자자문업을 영위하려는 자는 금융위원회에 신고해야 하고 신고 없이 영업하면 위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리딩방 등록 여부는 금융감독원 '파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KPI뉴스 / 하유진 기자 bbibb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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