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타들어가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누가 불 질렀나

임혜련 / 2019-09-09 11:20:26
8월에만 화재사고 3만건…축구장 420만 개 넓이 사라져, 세계 최대 우림 파괴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 브라질, 목초지 개간 위해 방화…전세계 우려

지난 7월 말 아마존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화재가 이어지며 아마존에서 멀리 떨어진 대도시 상파울루 상공이 연기로 뒤덮였으며 지역 주민 가운데 호흡기 질환 환자 수도 평균보다 2배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의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현재 1분당 축구장 1.5배 면적의 우림이 화재로 사라지고 있다.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세계 최대 우림이자 다양한 생물종 서식지인 아마존은 세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 브라질 아마존의 일부인 자쿤다 국립 삼림으로 가는 길에 나무들이 26일(현지시간) 불타고 있다. [AP 뉴시스] 


인위적 방화 성행…화전 통해 농지·목초지 확보

올해 들어 아마존 열대우림의 화재 건수가 급증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INPE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8월 19일까지 아마존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가 약 7만 3000건에 육박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협회가 2013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이다.

또 8월 한 달 동안 아마존에서 3만901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축구 경기장 420만 개에 해당하는 2만9천944㎢의 우림이 불에 탔다는 보고서도 발표했다. 지난해 8월(6천48㎢)과 비교하면 5배에 가까운 면적이며 2010년 8월(4만3천187㎢) 이후 9년 만에 최대 규모이다.

평소 습한 기후로 자연발화가 흔하지 않은 아마존에서 화재 발생 빈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이유는 무차별적인 개발 사업과 무관하지 않다. 농지와 목초지를 확보하고 광산개발을 위한 인위적인 방화가 잦아진 것이다.

올해 1월 1일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당선됐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출범 후 환경법 위반기업에 대한 벌금 감면, 아마존 원주민 보호구역 내 광산개발 허용, 환경 보호구역 대폭 해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했고 농림목축업을 장려해왔다.

이에 따라 벌목과 화전(火田) 개간이 성행했다. 개발업자들은 소를 방목하고 대두,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지속적으로 파괴했다.

열대우림연합(Rainforest Alliance) 회장 나이젤 시저는 USA투데이에 "사람들이 목축과 농업을 위해 화전과 벌목을 자행한다"며 "브라질 정부가 이를 묵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환경연구소 설립자 파울루 모티뉴는 땅을 확보하기 위해 불을 지르는 경우가 많으며 건기(乾期)에는 인위적 방화로 시작된 화재도 통제가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 열대우림 아마존 산불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26일(현지시간) 브라질 포르투벨류 근처 자쿤다 국립 삼림으로 가는 길에 소들이 화재로 인한 자욱한 연기 속에서 풀을 뜯고 있다. [AP 뉴시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쇠고기 수출'을 인위적 방화의 주원인으로 지목한다. 브라질은 세계 1위 대두 및 육류 제품 수출국이며 세계 최대의 쇠고기 생산국이다.

브라질 쇠고기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쇠고기 164만 톤이 수출됐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점점 더 많은 밀림이 목초지로 개간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연구원 호물로 바티스타는 AFP통신에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의 주요 원인은 목축업 확대"라며 "지금까지 훼손된 지역의 65% 이상이 소 방목장으로 변했다"라고 설명했다.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하버드 대학 기후변화 역사가 알렉산더 모어는 "브라질산 쇠고기의 수요를 줄이는 것이 즉각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브라질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 중국, 홍콩, 독일 등을 향해 "개간을 위한 방화를 막기 위해 쇠고기를 수입할 다른 국가들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국인 핀란드의 재무장관은 EU를 향해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맥도날드, KFC, 버거킹 등 브라질산 육류를 수입하고 있는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에 아마존을 파괴하며 생산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지난 8월 27일(현지시간) 대통령궁 앞에서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뉴시스]

브라질 대통령, 쏟아지는 국제사회 우려에 발끈…"주권 침해"

아마존 화재를 걱정하는 전 세계의 목소리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화재 진압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서방이 아마존 화재 지원예산 집행을 하자 '주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또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트위터에 "우리들의 집이 말 그대로 불타고 있다"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마존 화재를 긴급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페이스북에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을 희화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기싸움을 벌였다.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비정부기구(NGO)가 자신을 깎아내리기 위해 일부러 불을 냈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브라질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세계 모범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적는 등 기존의 개발 논리를 굽히지 않아 세계의 빈축을 샀다.

이에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브라질을 향해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브라질이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행동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EU와 메르코수르는 지난 6월 29일 브뤠셀 각료회의에서 FTA 협상을 타결했다.

프랑스 역시 열대우림이 파괴된다면 EU-메르코수르 FTA를 비준하지 않겠다고 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브라질이 화재 문제를 넘기지 못한다면 FTA 승인이 어려울 것이라며 브라질을 압박했다.

국제사회의 압력에 이어진 가운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23일이 돼서야 화재 진압에 군대 4만 4000여 명을 투입했다. 29일부터는 브라질 전역에서 불 피우는 행위도 금지했지만, 공포 이틀 만에 내용을 완화했다.

브라질 당국은 진압 조치를 취한 후 산불 피해 지역이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INPE는 9월 1일에만 아마존에서 980건의 불이 새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이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25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아마존 지키기 시위에 참석해 "아마존을 도와달라"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불타는 아마존…지속적인 관심 필요

최근 이례적으로 아마존 화재가 장기화하며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명 스포츠 스타와 영화배우를 비롯한 많은 셀럽들은 불타는 아마존 사진을 공유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Prayforamazonia(아마존을 위해 기도한다) 해시태그 캠페인이 진행됐다.

그러나 과거에도 아마존 대형 화재는 여러 차례 발생했으며 세계인의 무관심 속에서 아마존 벌채와 방화가 계속해서 이뤄졌다. 국립아마존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mazonian Research·INPA) 이미 20년 전에 화전과 벌목을 통한 밀림 개간으로 아마존 황폐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현재와 이 같은 삼림파괴 추세가 지속되면 오는 2050년까지 아마존의 40% 정도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마존 밀림을 지키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인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마존 파괴는 현재진행형이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임혜련

임혜련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