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차별 규탄동의안' 놓고 호주 시끌

윤흥식 / 2018-10-16 11:00:29
극우성향 의원 '백인이어도 괜찮아' 동의안 발의
근소한 차이 부결, 이민정책 둘러싼 갈등 드러내

백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동의안이 호주 상원에서 간발의 차이로 부결됐다고 '디 오스트레일리언' 등 현지 언론들이 15일 보도했다.

극우 성향의 '원 네이션'당 소속 폴린 핸슨 상원의원이 발의한 '백인이어도 괜찮아(It is okay to be white)' 동의안은 '백인들을 겨냥한 개탄할만한 수준의 인종차별주의'를 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핸슨 상원의원이 이슬람 교도들의 호주 이민을 반대하는 뜻에서 부르카를 입고 의회에 출석했다. [CNN]

핸슨 의원은 표결에 앞서 행한 연설에서 "시민들은 누구나 자신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권리가 있다"며 "이 사실에 동의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반 백인 인종차별주의가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59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동의안은 찬성 28표 대 반대 31표로 부결됐다. 집권 자유국민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주로 찬성표를 던졌고, 야당인 노동당과 녹색당 소속 의원들은 반대의사를 밝혔다.

정치 비평가들은 대표적 반이민주의자인 핸슨 의원이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해 이 동의안을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핸슨 의원은 지난해 이슬람 교도들의 호주 이민을 반대한다는 뜻에서 부르카(머리부터 발목까지 덮어쓰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복식)를 쓰고 의회에 나와 신문 머리 기사를 장식한 바 있다.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정의당의 데린 힌치 상원의원은 이를 두고 "헤드라인 따먹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핸슨의원과 동료들이 "누가 더 요란한 인종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는가를 놓고 하구수 밑바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시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정의당의 리처드 나탈리 대표는 "호주에서 백인으로 태어나는 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핸슨 의원이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료의원들을 향해 “여러분 주위를 돌아보시라. 백인 아닌 의원들이 얼마나 되는가. 이런 상황에서 백인들이 인종차별에 시달린다고 주장하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호주는 지난 1970년대 백호주의(白濠主義 ; 백인 이외 인종이 들어오는 것을 배척하는 이민정책)를 공식적으로 폐기한 이후 서구에서 가장 모범적인 다문하 사회를 이뤘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에 극우정당들을 중심으로 이슬람 국가와 제3세계 국가 출신 이민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핸슨 의원의 동의안이 상원에서 박빙의 차이로 부결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캐나다 토론토대학 벽에 나붙은 '백인이라도 괜찮아' 포스터. [쿼츠]


한편 '백인이어도 괜찮아'라는 정치 슬로건은 지난해 미국의 한 인터넷 포럼에서 선을 보인 이후 신나치주의자와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캐나다의 페미니즘 운동가 로렌 서던이 이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영국에 입국하려다 "사회 통합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KPI뉴스 / 윤흥식 기자 jardi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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