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감독
2018년은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 않는 감독들의 활약도 두드러진 해였다. 실험적 시도와 과감한 도전 ,그리고 깊이 있는 드라마 등으로 그간 답습해 왔던 한국영화의 틀을 깨는 작품들이 돋보였다. 각기 다른 연출 스타일로 영화를 빛낸 감독들을 톺아보았다.

올해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감독은 영화 '1987'의 장준환 감독이다. 지난 2003년 '지구를 지켜라'로 데뷔, 그해 대종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춘사대상영화제, 부산평론가협회 신인 감독상을 휩쓴 장준환 감독. 2013년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로 무려 10년 만에 스크린 복귀하면서 239만명의 흥행성적표를 받고 아슬아슬하게 손익분기점을 통과했다.

뛰어난 상상력과 감각적 연출력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가진 장준환 감독은 2018년 전혀 결이 다른 영화 '1987'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총 누적 관객 720만명을 기록하며 드디어 흥행력까지 갖췄다. 제9회 올해의 영화상 감독상과 작품상, 제20회 우디네극동영화제 관객상과 블랙 드래곤 관객상,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제13회 파리한국영화제 장편영화부문 작품상, 제55회 대종상 감독상,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작품상, 제39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제38회 황금촬영상 감독상, 최우수작품상, 제18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감독상 등 시상식을 휩쓸었다. 10년, 5년 차기작이 나오는 기간이 짧아지는 만큼 다음 영화는 금세 만나길 기대한다.

올해를 빛낸 감독 2위는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관객을 모은 김용화 감독이다. 2003년 '오! 브라더스'로 데뷔해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까지 웃음과 감동이 있는 이야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왔던 김용화 감독은 '미스터 고'로 VFX(시각효과) 영화에 도전하며 연출의 방향타를 살짝 튼다. 총 누적 관객 132만9061명의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시각효과만큼은 할리우드 못지않다"는 평을 얻으며 한국 영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VFX에 관한 김용화 감독의 열정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이어졌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 속 지옥을 스크린에 완벽히 구현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신과 함께' 1부로 13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여 1·2부 제작비를 모두 회수했으며, 웹툰 원작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해 의미를 더했다. 이후 2부까지 12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으면서 대한민국 감독들 중에선 윤제균, 최동훈에 이어 세 번째 쌍천만 감독이 되었다. 제9회 올해의 영화상 올해의 영화인상,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 제23회 춘사영화제 관객이 뽑은 한국영화인기상, 제39회 청룡영화상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제18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올해의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3위는 8년 만에 신작 '버닝'을 발표해 영화계를 뒤흔든 이창동 감독이다. 소설가로 활동하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이창동 감독은 '초록물고기'를 시작으로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등 굵직한 작품으로 평단과 관객들의 찬사를 받은 거장. 한국영화계 리얼리즘 장인이라 불리는 그는 '버닝'을 통해 국내를 넘어 각종 국제영화제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제2회 신필름예술영화제 신상옥 감독상, 제27회 부일영화상 최우수 감독상, 제55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영평 11선, 제18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특별언급 등 국내에서 많은 트로피를 가져갔고, 제71회 칸 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LA영화비평가협회가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토론토영화비평가협회(TFCA) 외국어영화상 등 해외에서도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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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이후 8년 만에 '버닝', 다음 영화는 언제인가요 [CGV아트하우스] |
지난 5월 칸에서 세계 언론으로부터 가장 높은 평점을 받고도 수상에 실패한 뒤 "영화 '시'로부터 8년인데, 영화 자주 만드는 사람도 아닌데 나이를 생각할 때 다음 영화로 다시 칸에 오게 될지 모르겠다"며 마치 마지막인 듯 말했던 이창동 감독. 이후 세계 각처로부터 받은 박수의 힘으로 차기작을 서두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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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공작'과 함께 다시 칸으로간 윤종빈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4위는 '공작'으로 배우들의 열연을 끌어낸 윤종빈 감독이다. 2004년 단편영화 '남성의 증명'을 시작으로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등을 연출하며 궁금증을 자극하는 소재와 흡인력 있는 이야기 전개, 그리고 스타일 돋보이는 연출력으로 관객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은 윤종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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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작'의 주역 배우 황정민과 조진웅에게 디렉팅을 하고 있는 윤종빈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특히 올해 개봉한 '공작'은 제27회 부일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제2회 더 서울어워즈 영화부문 대상,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영평 11선, 제39회 청룡영화상 감독상, 제18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특별언급과 함께 이성민과 황정민에게 남우주연상, 주지훈에게 남우조연상 등을 안겨주었다. 익숙한 상업영화, 흥행영화 공식을 따르지 않고 뚝심 있게 자신의 머릿속에서 기획한 '공작'의 독특한 결과 주제의식을 지켜낸 결과여서 더욱 가치 있다. 지난 5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섹션에 초청된 칸국제영화제에서 "다음은 경쟁부문이다"라는 호평을 들을 만큼 주목 받았던 윤종빈 감독의 차기작이 진정 칸 경쟁부문 진출을 이뤄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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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 [광화문필름 제공] |
2018년을 빛낸 감독 5위는 영화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이다.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현대판 소공녀 '미소'의 하루살이를 담아낸 청춘 판타지 '소공녀'. N포 세대(2015년 등장한 취업시장 신조어로, 취업과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상징적으로 표현, 2030세대로부터 큰 공감과 많은 응원을 받았다. N포 세대의 현실과 아픔을 웃프게(웃기고 슬프게), 또 감각적 필체로 표현하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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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영화의 내일을 책임질 신성들 [광화문필름 제공] |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해 제27회 부일영화상, 제55회 대종상,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제39회 청룡영화상 등 올해 신인감독상을 휩쓸었고, 대종상 시나리오상 외에도 주연배우 이솜에게 여우주연상(제19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을 안겼다. 5명의 감독 중 유일한 여성이다. 여자 배우, 여자 감독이 설 자리가 좁은 현실에서 반가운 쾌거다. 새해 1월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말모이'의 엄유나 감독과 더불어 여성감독으로서가 아니라 감독으로서 약진하기를 기대한다. 다양한 감성으로 한국영화계의 편식 식단을 고쳐나가는 일은 다름 아닌 관객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맺으며: 2018년을 빛낸 영화와 그 속에서 빛난 배우, 그것을 가능케 했던 감독들의 면면을 돌아보니 지난 한 해가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추억하기는 행복한 작업이다. 누가, 혹은 어느 작품이 TOP5에 들 거라고 정해 놓은 건 아니었지만 리스트를 추리며 놀란 부분이 있다. 없어야 할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라 마땅히 있음직한 사람이 없어서다. 예상 이상의 수상자 쏠림 현상. 한두 개 있는 게 아니건만, 저마다의 시상식들은 마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상식처럼 한 해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작품과 단 하나의 인물을 뽑고자 한다. 저마다 뽑았다는데 너무 비슷하다. 진정 시상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 나눠 먹기식으로 저번 시상식에선 누가 받았으니 이번엔 누굴 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비슷한 내역의 수상이 반복되면서도 이 많은 시상식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다. 누구를 위한 시상식일까. 내년에 다시 연말결산 기사를 낼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다른 기준을 고안해야겠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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