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불행과 고통마저 관음의 대상된 세태 개탄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식당에서 경찰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남성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동안 수십명의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BBC는 2일 심장마비 사고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이 "이런 일이 일어나도 되는건가?" 라는 자탄과 함께 인명구조 현장에서 겪었던 일의 전말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헤이그 중심가의 경찰서에 근무하는 거윈 경찰관이 "그로스마켓에 있는 한 식당에서 남성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고 동료들과 긴급출동한 것은 지난달 31일 저녁.
현장에 도착해보니 바닥에는 심장마비를 일으킨 남성이 쓰러져 있고 바로 옆 테이블에는 부인이 "이 사람 죽는 거 아니지요?"라고 소리치며 발을 구르고 있었다.
식당에 있던 다른 손님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휴대용 제세동기를 이용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던 거윈 경찰관은 '소름끼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20~30명의 시민들이 식당 유리창 앞으로 몰려들어 이 장면을 구경하고, 그중 일부는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을 하고 있었던 것.
거윈 경찰관은 즉각 식당 밖으로 뛰어나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단어를 이용해 "모두 비키세요. 그리고 제발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외쳤다.
그는 "만일 사랑하는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는데 누군가 그 장면을 촬영한다면 당신들은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물었다.
남편을 심장마비로 잃을 뻔 했던 부인도 "사람이 쓰러져 죽어가는데, 그 장면을 촬영하다니…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남성은 앰뷸런스를 이용해 병원으로 옮겨진 뒤 의식을 회복하고 목숨도 건졌다.
그러나 한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급박한 순간에 수십명이 몰려들어 구경을 하고, 그중 일부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타인의 불행과 슬픔조차 관음(觀淫)의 대상으로 전락한 세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거윈 경찰관의 페이스북 글은 3일 현재 5690나 공유되며 시민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얼마전 중국에서 사람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상황에서 행인들이 도움을 주기는 커녕 촬영에만 열을 올렸다는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니 최소한의 윤리마저 무너지는 상황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KPI뉴스 / 윤흥식 기자 jardi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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