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과 사람 싣느라 당나귀들 고통"
당나귀는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대표적 운송수단이다. 항구에서 산꼭대기 마을 중심부까지 이어지는 절벽길이 워낙 좁고 구불구불한 탓에 자동차가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도 유람선을 타고 항구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케이블카나 당나귀를 타고 해발 200미터의 피라 마을에 오른다. 그런데 앞으로 몸무게가 100㎏이 넘는 관광객들은 산토리니섬의 명물인 당나귀를 탈 수 없게 된다.
그리스 농촌개발·식품부는 11일 동물보호단체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당나귀들에게 과도한 무게의 짐이나 사람을 싣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당나귀 복지규정을 마련, 시행키로 했다고 미국의 CNN이 보도했다.
앞서 '당나귀 보호구역'이라는 동물보호단체는 지난 7월 무거운 짐과 관광객을 싣는 과정에서 등가죽이 벗겨지고 척추가 손상되는 당나귀들의 비참한 현실을 언론과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고발했다.
이 고발 이후 10만명 이상이 산토리니 행정당국에 당나귀 보호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청원했고, 두 달여 만에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규정에 따르면 당나귀들에게 체중의 20%가 넘는 짐이나 사람을 실어서는 안된다. 산토리니섬에서 관광객들을 태우는 당나귀의 체중은 보통 350~450㎏인데, 작은 당나귀에는 가벼운 사람을, 큰 당나귀에게는 무거운 사람을 태워야 한다.
다만, 당나귀의 몸집이 아무리 크더라도 실을 수 있는 무게가 100㎏을 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체중이 100㎏이 넘는 사람은 아예 당나귀를 탈 수 없게 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번 조치를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이다. 이들은 산토리니섬의 당나귀들이 일주일 내내 관광객이나 짐을 실어나르느라 혹사당하고 있다며 매일 적절하고 충분한 먹이와 신선한 물을 공급할 것도 요구해 관철시켰다.
반면 이번 조치가 단순한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 당나귀들의 비참한 현실을 개선하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PETA의 미미 베케치 이사는 "당나귀로 하여금 매번 100㎏에 가까운 짐을 싣고 하루 4~5차례씩 500개 이상의 계단을 오르내리도록 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윤흥식 기자 jardi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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