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헬스 연구개발(R&D)이 국민 전체의 건강을 목표로 성공률 20% 이하, 실패를 용인하는 혁신도전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K-헬스미래추진단의 임무가 바로 그것이다. 국민 전체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방 안보처럼, 건강을 지키는 '건강 안보'라는 대담한 목표를 제시하고 총 9년 동안 약 1조2000억 원의 대형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출범 1년을 앞둔 추진단의 리더 선경 단장을 만나 그간의 진척 상황을 점검해 보았다.
K-헬스미래추진단은 KARPA-H 프로젝트, 달리 말해 '한국형 ARPA-H'의 새로운 이름이다. ARPA-H 프로젝트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성공모델을 보건의료 분야에 접목한 도전형 연구계획을 말한다. 한마디로 '실패를 용인하는 보건의료 R&D'라고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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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헬스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대표적인 성과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조기 종식시킨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생산기업 '모더나'이다. DARPA는 일찍이 2013년부터 대형 감염병에 대비해 신속하게 m-RNA 백신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지원했다. 모더나가 DARPA와 DARPA 산하 미국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만 1조5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실패 확률도 높고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하지 않으면 별로 덕을 볼 수 없는 연구였다. 그러나 먼 미래를 내다본 DARPA의 대담한 투자 덕분에 미국 국민뿐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이 같은 공공 R&D의 유전자를 한국에 이식하자는 게 K-헬스미래추진단의 2024년 7월 탄생 배경이었다.
출범 1년을 앞두고 만난 선경 추진단장은 "2024년에 총 10개 연구 프로젝트에 25개 주관기관을 선정해 본격 연구에 착수한 상태"라며 "'백신 탈집중화 생산시스템 구축' '우주의학을 활용한 의료난제 극복 기술 개발'과 같은 혁신도전형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고 진척 상황을 소개했다. 각 프로젝트마다 연간 180억 원씩 총 4.5년 간 연구비가 주어진다. 선 단장은 "2025년도 마찬가지로 10개의 신규 프로젝트를 추가로 출범시킬 계획"이라며 "3개는 5월에 공고가 나갔고, 나머지 7개 프로젝트도 6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 단장은 임상 의사인 고대의대 교수로 출발해 인공심장 의료기기 개발자를 거쳐 여러 보건행정기관의 책임자로 일해 온 '산학연병관(産學硏病官)' 융합 이력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그의 통합 지휘 아래 각 프로젝트별로 PM(Project Manager)을 선정해 임무별 자율 진행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선정된 복수의 팀들은 사업기간 동안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이정표에 도달했을 때 재구성하는 유연한 방식이다. 인력을 선발하고 훈련해 R&D목표로 향해가는 전 주기 관리가 모두 PM 주도로 이루어진다. PM은 단순히 연구만 지휘하는 게 아니라 시제품 개발 후 임상 사업화에 드는 대규모 자본을 민간에서 유치하는 펀딩 업무도 떠맡고 있다. 또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향한 네트워킹과 협업, 출구전략 수립도 해야 한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식재산권(IP) 확보 역시 마찬가지 고려사항이다.
선 단장은 "바이오헬스 연구와 사업은 필연적으로 규제와 만나게 돼 있다"면서 "규제를 장애물로 보지 말고 함께 설계해야 할 적정 보호장치로 인식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규제는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지만 예측 가능, 관리 가능하게 일정범위 내로 통제하겠다는 과학적 사고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기본적으로 규제 산업이다. 3개의 규제 장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규제를 장애, 걸림돌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난 반대한다. 규제 기관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R&D 결과물이 실용화 과정을 거쳐 시장에 출시되고 궁극적으로 산업화로 완성돼 가는 과정에 3개의 허들이 존재한다. 연구자의 아이디어가 시제품으로 선보이는 과정에서 만나는 '악마의 강(River of Devil)', 시제품이 제품과 상품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 그리고 시장에 출시된 이후 사업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만나는 '다윈의 바다(Sea of Darwin)'가 그것이다. 이런 허들은 모든 산업 분야에 존재하는데, 특히 바이오헬스 산업을 특징짓는 것은 바로 '죽음의 계곡'이다. 바이오헬스 R&D 결과물은 유용성에 앞서 안전성이 확인되어야 하며,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이 죽음의 계곡이란 영역이다. 과학기술의 완성도뿐 아니라 제품과 기술의 안정성 및 유효성 확보, 보험 등재 같은 규제의 장벽을 통과해야만 한다."
선경 단장이 이끄는 K-헬스미래추진단이 정보통신(IT)업에 이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주길 바라며 그와 헤어졌다. 의대정원을 갖고 옥신각신할 일이 아니라, 의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쉽게 창업할 수 있는 바이오헬스 정책과 금융 시스템이 새 정부에 의해 빨리 정비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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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성열 논설위원 |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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