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남성에 성적으로 착취당하는 여성 이야기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에 애나 번스의 '밀크맨'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언론들은 노벨문학상·콩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의 2018년 수상작으로 북아일랜드 소설가 애나 번스(56)의 '밀크맨(Milkman)'이 뽑혔다고 보도했다.

올해로 제정 50년째를 맞은 맨부커상을 북아일랜드 작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2012년 이후 계속 남자 작가에게 돌아갔던 이 상을 여성이 받은 것은 6년만이다.
상금 5만파운드(약 7400만원)의 맨부커상은 지난 2013년까지 영연방 작가들의 작품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2014년부터 영어로 쓰여지고 영국에서 출판된 모든 소설로 범위를 확대했다.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는 미국 작가들이 2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소설 '밀크맨'은 힘있는 남성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하는 이름없는 18세 소녀의 이야기를 어둡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맨부커상 심사위원단은 이 소설이 "믿기 힘들만큼 독창적"이라고 극찬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철학자 크와미 아피아 씨는 "애나 번스는 다른 작가들과 완전히 차별화된 목소리를 통해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도전했다"고 평했다.
심사위원단은 이와 함께 번스의 소설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에 대해 사람들이 한번 더 생각하게 민드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출생한 번스는 영국 런던에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수상작에 앞서 '노 본즈(No Bones)' 등 두 권의 소설을 펴냈다. 그의 첫 소설 '노 본즈'는 지난 2002년 여성작가들의 작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오렌지상 최종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번스는 수상소감을 통해 "나는 폭력과 불신, 피해망상이 만연하고, 스스로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곳에서 성장했다"며 자신의 경험이 소설의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발표한 작품이 많지 않은 점에 대해 "작가란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나는 작품 속 캐릭터들이 스스로 말을 걸어오기를 내내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번스의 '밀크맨'과 함께 올해 맨부커상 최종후보작에 오른 작품들은 에시 에두지언(캐나다)의 '워싱턴 블랙', 데이지 존슨(영국)의 '에브리씽 언더', 레이철 쿠슈너(미국)의 '더 마스 룸', 리처드 파워스(미국)의 '오버스토리', 로빈 로버트슨(영국)의 '롱 테이크' 등이었다.
KPI뉴스 / 윤흥식 기자 jardi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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