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숙정·허윤 "압수수색 대상도 방어권 행사할 수 있어야"

전혁수 / 2024-06-25 10:42:09
신간 '쫄지마! 압수수색' 펴낸 공수처 검사 출신 김숙정·허윤 변호사
"수사기관은 전문가, 수사 대상은 초보…압색과정 부당한 일 벌어져"
"압색영장 보고 수사기관에 따져야…석연치 않으면 변호사에 요청"
"정치인·고위공직자 압수 땐 동료들이 몰려와 둘러싸고 따져"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압수수색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압수수색 중 발견된 작은 증거 하나가 범죄를 규명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사를 받는 사람에게 압수수색 대응은 수사기관의 칼날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하지만 압수수색에 대한 수사기관과 수사 대상의 관계는 동등하지 않다. 압수수색에 나선 수사기관은 수사를 '업'으로 삼는 '전문가'인 반면, 수사 대상은 평생에 한 번 압수수색을 당할까 말까 한 '초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법무법인 LKB의 허윤(왼쪽), 김숙정 변호사가 2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KPI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KPI뉴스는 25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LKB 사무실에서 김숙정, 허윤 변호사를 만나 압수수색 대응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김 변호사는 검찰청 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 보좌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기 검사로 활동했다. 현재 법무법인 LKB에서 수사대응팀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허 변호사는 종합일간지 기자로 5년간 일하다, 변호사로 변신한 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김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공수처 1기 검사를 지낸 뒤 법무법인 LKB에서 수사대응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압수수색 해설서 '쫄지마! 압수수색'을 펴냈다. 책에는 압수수색에 관한 설명과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의 권리와 의무, 대응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두 사람은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도 제대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은 두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수사기관은 많은 준비를 하고 노련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준비하고 집행한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는 압수수색이란 평생 한 번 당할까 말까 한 일이다. 이들이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책을 쓰게 됐다. 압수수색을 집행했던 검사로서, 압수수색을 당하는 현장에 동행해 본 변호사로서 경험을 책에 녹여냈다."

 

-검사로 재직하면서 느낀 압수수색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

 

"압수수색은 수사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 그냥 중요하다 수준이 아니라 압수수색의 성패에 따라 추후 수사 여부가 결정되기도 하고 재판에서 유·무죄가 갈리기도 한다."

 

- 압수수색 현장에서 부당한 일이 벌어지는 사례가 있나.

 

"최근 한 압수수색 현장에서 경찰이 물건 20건 정도를 압수했다며 늘어놨더라.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영장에 없는 물건이 있었고, 경찰에 항의해 물건을 가져가지 못하게 한 적이 있다.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다 보니 부당하게 압수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한 번은 압수수색 현장에 변호인으로서 도착했는데, 한참 압수수색을 하던 경찰관 한 명이 오더니 '변호인 참여권 고지를 안 했는데 오셨으니까 괜찮죠?'라고 하더니 다시 압수수색을 진행하더라. 황당했다.

 

관련이 없는 압수물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영장의 범죄사실에 A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있는데, A와 관련 없는 B 사건에 대한 자료도 가져간다. 별건 수사 하듯이 다 같이 압수수색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럴 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압수수색 영장을 보고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 본인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압수수색을 하러 온 수사기관에 물어보고, 대답이 석연치 않다면 변호사에게 전화해 현장에 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가장 좋다."

 

▲ 법무법인 LKB의 허윤(왼쪽), 김숙정 변호사가 2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K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보통 압수수색을 하는 수사기관은 선(善),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사 대상은 악(惡)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범죄자 인권을 그렇게 고려하면 어떡하냐', '범죄 저지른 사람을 잡겠다는데 왜 보호하려 하냐'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에는 심야조사하고 사람을 때리는 게 수사기법이었다. 그때도 그러면 안 된다고 하면 '범죄자 인권을 생각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 없어지지 않았느냐.

 

그리고 이 책은 수사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수사 대상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 수사기관과 수사 대상이 최소한의 균형점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또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이 발생하면 결국 재판 과정에서 위법수집증거로 증거 능력을 잃게 된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무리하게 수사해서 무죄가 나오면 무슨 소용이 있나. 수사기관과 수사 대상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과 같은 권력자를 압수수색 할 때 수사기관이 오히려 방해받는 듯한 모습을 언론 보도를 통해 봤다. 공수처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데 실제 이런 사례가 있나.

 

"구체적 사례를 말하긴 어렵지만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을 압수수색할 때 압수 대상자뿐만 아니라, 정치인·보좌진이나 동료 공무원들이 몰려와 단체로 둘러싸고 하나하나 따지고 드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일반인에 대한 압수수색 현장은 어떤가.

 

"일반인 압수수색 때는 이런 경우는 보지 못했다. 인권의 가치가 동등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전혁수·김명주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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