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코카콜라 제조법 같은 영업 비밀은 AI의 막강한 계산력으로 그 비밀을 간파하거나 유사한 복제품 생산을 통해 우회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신약 제조나 반도체 칩 설계 등 다른 영업 비밀에도 적용될 수 있는 능력이라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IP 가운데 특허와 저작권은 아직 인간만 IP의 등록주체로 인정해주는 게 전 세계 법원의 현재까지 판례다. 하지만 상표나 영업 비밀은 아직 뚜렷한 기준이 없다. 인간이 생성형 AI 도구와의 협업을 통해 산출한 IP는 사람의 충분한 기여가 있고 이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으면 특허나 저작권을 인정한다. 나아가 AI의 주도적 기여가 확인될 경우 재산권도 일부 귀속시킬 필요가 있다는 소수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 |
| ▲ AI와 지식재산관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
AI의 계산력은 인간이 방대한 과학논문, 기존 특허 등 빅 데이터 속에서 겨우 찾아낼 수 있는 패턴과 해결책을 순식간에 도출하는 일을 가능케 한다. 이는 기존 IP 보호 기준을 흔들고 있다. AI가 신약의 구성물이나 반도체 칩 설계와 같은 발명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인간의 '독창적 창의성'의 산물이 아니라 단순한 '계산 과정의 논리적 결과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AI는 공개된 데이터와 제품 특성만으로도 경쟁사의 공정을 분석하고 추론할 수 있어 영업 비밀의 보호 가치도 약화될 우려가 있다. AI의 발전으로 개별적인 기술(point solution)을 보호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인 만큼, 기업들은 통합된 혁신 시스템 전체를 영업 비밀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현재의 저작권과 특허 제도 아래에서 에이전트형 AI(agentic AI)가 스스로 생성한 결과물을 현재 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고, AI가 수많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신규성과 진보성의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각국 특허청과 법원이 여전히 인간만을 지식재산권의 주체로 인정하는 현실에서 AI 도구를 이용할 때는 독창적인 기여를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3년 2월 미국 저작권청(USCO)은 생성형 AI 미드저니를 이용해 생성한 그림이 "인간의 저작물(product of human authorship)이 아니며, 따라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생성된 이미지에 대한 사람의 충분한 통제력이 부족한 만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AI 생성물을 수백 번 큐레이션 하는 것만으로는 AI 사용자를 저작자로 간주하기에 불충분하다는 뜻이다. USCO는 2023년 'AI 생성물이 포함된 저작물의 등록지침'에서 인간 저작자의 기여를 공개하고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USCO는 지난 1월 '저작권과 인공지능(Copyrigh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보고서에서 AI를 '작품 창작을 돕는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와 '인간의 창의성을 대신하는 역할'로 사용하는 경우를 구분하고, 전자의 경우에만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AI 생성 자료를 충분히 창의적인 방식으로 선택하거나 배열하는 경우, 전체 작품은 독창적인 저작물로 인정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저작권은 인간이 저작한 부분만을 보호한다. 결국, 사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가 인간의 창작성을 반영하도록 AI 생성 결과물의 표현 요소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지, 생성형 AI 결과물은 현행법상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하는 기업에게 이 같은 제한은 소유권과 집행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기업들은 사람에 의한 저작물임을 문서화하고,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지 않는 한, 생성형 AI 결과물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AI 생성 콘텐츠를 활용하는 기업은 그러한 저작물 중 저작권 보호 자격이 있는 요소와 없는 요소를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 생성형 AI를 이용해 만든 콘텐츠는 그 과정을 적절하게 문서화해야 하며, 회사의 IP 전략에서 AI 생성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학습해 만든 AI 산출물 사용이 저작권 보호에 미치는 영향도 검토해야 한다. USCO는 지난 5월 '저작권과 인공지능 보고서' 3부에서 대규모 데이터 스크래핑이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fair use)' 요건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여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이런 소송의 진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저작권이나 특허와 달리, 영업 비밀은 인간 저작자에 의해 독창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요건이 없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저작권이나 특허로 콘텐츠를 등록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영업 비밀로 보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영업 비밀로 보호하는 데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영업 비밀은 일반적으로 사내 정보를 보호하는 데에만 활용될 수 있으므로, 일반 대중에게 배포하기 위해 생성된 AI 콘텐츠는 보호받을 수 없다. 또, 생성형 AI의 작동 방식 때문에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prompt injection attacks, 챗봇이 기밀 정보를 공개하도록 속이는 조작적 프롬프트 사용)으로 제3자가 회사 기밀을 획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위험은 자체적인 생성형 AI 도구를 서비스로 개발한 기업들에게 특히 높다. 이 경우 공격자는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으로 AI가 해당 플랫폼의 내부 정보를 공개하도록 할 수 있다. 생성형 AI 이용자는 생성형 AI 이용 시 입력 또는 출력물이 서비스 제공자에 의해 어떻게 그리고 왜 보관되는지 모든 생성형 AI 도구의 서비스 약관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에이전트 AI(agentic AI)의 개발과 이용은 프롬프트 기반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금의 상황과는 상당히 다르다. 프롬프트 기반 생성형 AI는 본질적으로 사람과 AI의 상호 작용을 수반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사람의 개입 없이 콘텐츠를 생성한다. 결국, 에이전트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현재의 저작권이나 특허 프레임워크 하에서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현재 정책 입안자들은 AI 훈련 데이터 세트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 생성 콘텐츠의 출처를 추적하기 위한 '워터 마킹'이나 AI 생성 저작물에서 잠재적 침해를 탐지하기 위한 다른 기술의 발전은 AI 생성 콘텐츠를 식별하고 규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갈수록 빨라지는 AI 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AI 이용을 사전에 문서화하고, IP 정책과 관행을 조정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것이다.
![]() |
| ▲ 노성열 논설위원 |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