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말결산①] '신과 함께' 2018, 한국영화 TOP5

홍종선 / 2018-12-28 14:30:16

#들어가며: 연말결산을 준비하며 가장 어려운 분야가 영화였다. 작품이야 관객 수로 줄을 세울 수 있겠지만 감독과 배우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해야 하나. 그렇다고 개인적 취향으로 홍종선배 1인 시상식을 열 수도 없는 노릇. 그나마 양적 잣대가 되면서도 질적 가치가 반영될 수 있는 기준을 고심하다 각종 시상식에서 호명된 횟수를 선택했다. 대안적 잣대였고 5개 작품 또는 5명만 추린 것이기에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영화와 배우와 감독의 이름이 흡족하게 딱 맞아떨어질 순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어떤 사실에 직면했다. 이 연말결산 기사의 미흡한 잣대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3개 분야의 TOP5를 만나본 뒤 생각해 보자.

1. 영화

올해 영화계는 신선한 소재와 다채로운 장르로 풍성한 재미를 안겼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 영화제 역시 한국 영화에 주목했고, 관객들도 새로운 장르, 감독과 배우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제 나흘 밖에 남지 않은 2018년,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영화 1위는 단연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 시리즈다. '미스터 고'로 VFX(시각특수효과) 영화의 시작을 알린 김 감독은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를 영화화했다. '신과 함께' 시리즈는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 못지않게 큰 우려를 낳은 작품. 전면화된 그린매트 방식으로 촬영하고 하나의 영화를 '신과 함께-죄와 벌' '신과 함께-인과 연' 2편으로 나누어 개봉하는 등 국내 영화에서 보기 드문 행보를 선택했다. 연출과 제작을 맡은 김용화 감독, 김 감독이 '미스터 고'로 고배를 든 직후 단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의기투합을 결의하고 3년의 과정을 함께한 배우 하정우, 두 사람은 그야말로 한국 영화에 새로운 장을 연 개척자였다.

 

▲ 영화 '신과 함께'의 주역들. 김용화, 김동욱, 마동석, 깅향기, 하정우, 주지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게 영화계 안팎의 많은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신과 함께' 시리즈는 총 누적 관객 수 2500만명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거기에 대만, 홍콩, 싱가포르,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도 K무비 열풍을 일으키며 한류의 영역을 확장했다. 국내 시상식 역시 휩쓸었다.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및 기술상, 제38회 영평상 기술상, 2018 백상예술대상의 감독상, 2018 AAA 베스트 크리에이터상 등을 수상했으며 배우 김동욱에게는 2018 황금촬영상 남우조연상을, 김향기에게는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자조연상을 안겼다.

 

▲ 영화 '1987'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18년을 빛낸 영화 2위는 장준환 감독의 '1987'이다.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1987'은 누적 관객 수 723만2156명을 기록하며 많은 관객들을 울리고 또 공분하게 만들었다. 장 감독은 언론시사회를 통해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1987년도를 담고 싶었다. 그 시절 두려움에 떨면서도 단 한마디라도 세상을 향해 내뱉어야 했던 사람들을 보며 힘을 얻었다. 각기 다른 캐릭터가 다 주인공이 되는, 그리하여 전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는 뜻을 밝혔다. 그 뜻에 김윤석, 하정우, 김태리, 유해진, 박희순, 이희준, 강동원 등이 어깨를 걸었다.  

 

▲ '1987' 촬영현장에서 장준환 감독과 배우 김윤석 등 제작진이 함께 웃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과 배우들의 진심은 관객들에게 닿았고, '1987'은 제9회 올해의 영화상 작품상, 제20회 우디네극동영화제 관객상,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작품상, 제39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제38회 황금촬영상 최우수작품상, 제5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김윤석에게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황금촬영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등의 영예를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 영화 '공작'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3위는 윤종빈 감독의 '공작'이다.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로 불리며 '용서받지 못한 자',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 내로라하는 충무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관객들의 이목을 모았다. 남북의 첩보원들이 주인공인데다 100억원대 제작비가 들어간 만큼 블록버스터 액션을 추측했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윤종빈 감독은 '총성 없는 첩보극'으로 만들어 통일 코리아를 위해 우리가 다져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영화적으로 통찰해 냈다.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끝까지 윤 감독을 믿고 든든한 뒷배 역할을 자청한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가 일익을 담당했다. 

 

▲ 프랑스 칸의 밤을 뜨겁게 달군 황정민, 윤종빈, 이성민, 주지훈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종빈 감독이 명명한 이 낯선 '구강액션'은 지난 5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 받아 "말은 총보다 강하다"라는 호평을 얻었다. 이후 8월 국내 개봉에 이어 북미, 오세아니아, 아시아,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개봉했고, 누적 관객 수 497만4467명을 돌파했다. 제27회 부일영화상 최우수 작품상과 제2회 더 서울어워즈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과 제39회 청룡영화상 감독상은 물론 제5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촬영상, 조명상, 미술상 등을 휩쓸었다. 이성민과 황정민에게 부일영화상과 대종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안기기도 했다. 

 

▲ 영화 '버닝' 포스터 [CGV아트하우스 제공]


4위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이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 온 세 젊은이 종수(유아인 분), 벤(스티븐 연 분), 해미(전종서 분)의 만남과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감정의 교류와 실종‧살인사건을 이창동 특유의 문학적 조망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 감독이 스스로 밝혔듯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하며, 윌리엄 포크너의 1939년작 '헛간방화(Barn Burning)'도 '버닝'에 영향을 미쳤다.

 

▲ 신인 배우 전종서에게 연기 디렉팅을 하고 있는 이창동 감독[CGV아트하우스 제공]

 

이창동 감독이 한국영화사에 남을 작품 '시'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은 세계 유수 영화제를 흔들었다. 제71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2018년 5월 16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고,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벌칸상, 제39회 마나키브라더스국제영화제, 2018년 제2회 핑야오국제영화제, 제3회 프렌치시네마투어, 제7회 키웨스트 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다. 특히 지난 18일 할리우드 리포터와 인디와이어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려 더욱 화제를 모았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 명단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영화 관객과의 대중적 만남을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누적 관객 수 52만8415명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으나 탁월한 작품성으로 전 세계 영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연 유아인은 '버닝'에서의 연기로 미국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배우 12인에 아시아 배우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 영화 '암수살인' 포스터 [쇼박스 제공]


5위는 김태균 감독의 영화 '암수살인'이다. 부산에서 발생한 암수범죄를 바탕으로 감옥에서 추가 살인을 자백한 살인범과 사건을 쫒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실화극으로, 한국 영화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신파, 과잉된 감정 등이 배제된 담백하고 묵직한 영화라는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실화 사건을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돼 지난 8월31일 피해자들의 가족들이 '상영금지'를 신청했다. 제작사 측의 진심 어린 사과로 유가족 측은 9월30일 소를 취하, 무사히 개봉하며 누적 관객 378만9222명의 선택을 받았다.

 

▲ 현장검증 장면을 촬영 중인 '암수살인' 현장 [쇼박스]

10월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암수살인'은 다양한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과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각본상을 수상했고, 주연배우인 김윤석은 제3회 런던동아시아영화제, 제7회 대한민국 베스트 스타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특히 주지훈은 이 작품을 통해 생애 첫 남우주연상(제5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을 수상해 의미를 더했다. 김윤석은 '1987'로 남우주연상, 주지훈은 '공작'으로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이미 다수 거머쥔 상황에서 보태진 영광이었다. 

 

[영화 연말결산②] 시상식 휩쓴 배우‧감독 TOP5로 계속됩니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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