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업고 합당 밀어붙이는 정청래…"전당원 투표"

허범구 기자 / 2026-02-02 16:20:04
리서치뷰…민주당 지지층, 합당贊 65.6% vs 反 25.8%
鄭 "당운명, 당원이 결정"…'합당 철회' 친명계에 반격
이언주 "하늘 아래 2개 태양 없다"…초선 40명 "중단"
"鄭, 1인1표제처럼 당심을 명분삼아 통합 강행" 관측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추진에 대한 반발이 번지고 있다.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이 주로 태클을 거는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정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한 듯 반격에 나섰다. 친명계는 면전에서 응수했다. 지도부 회의는 공개 설전장이 됐다.

 

정 대표는 친명계를 향해 "통합은 힘을 합치자는 것이고 분열은 힘을 빼자는 것"이라며 "통합이 분열이라는 말은 언어 모순이자 '뜨거운 아이스크림'과 같은 형용 모순"라고 쏘아붙였다.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합당 문제든 무슨 문제든 민주당의 운명은 당의 주인인 당원이 결정한다"며 "전(全) 당원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옛날 제왕적 총재 시절에는 총재 1인이 합당을 결정하고 선언했다"며 "지금은 총재가 합당을 결정하거나 선언할 수 있는 폐쇄적·수직적 정당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합당에 대한 당원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당원들의 토론 속에서 공론화 절차를 밟겠다"고 예고했다. "오직 당원, 국민만 믿고 뚜벅뚜벅 가겠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정 대표는 이날부터 3일까지 진행되는 '1인1표제' 중앙위원 투표에 대해서도 "당원들의 뜻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 말이 끝나자 친명계는 "합당 제안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집권 여당이 정권 초기 섣부른 합당으로 정부와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정치 세력을 만들어 열린우리당 시즌2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이 사안의 정치적 본질은 2인자, 3인자들이 프레임을 바꿔 당권과 대권을 향하려는 욕망, 본인들이 간판이 되려는 욕망"이라며 "하늘 아래 두개의 태양은 없다"고 직격했다.

 

황명선, 강득구 최고위원도 "국정 뒷받침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 "밀실 합의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며 거들었다. 

 

친청계는 정 대표를 엄호했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공당 대표가 제안한 내용을 가지고 공개석상에서 모욕에 가까운 얘기를 하는 건 당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모든 당권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며 당심을 거듭 강조했다.

 

합당에 대한 비토론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 장례가 끝난 직후인 전날부터 본격화했다. 최고위원을 지낸 한준호 의원은 정 대표에게 "합당 논의를 멈춰달라"고 촉구했고 중진인 박홍근 의원도 "이쯤에서 멈추자"라며 보조를 맞췄다.


또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갖고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더민초 소속 68명 중 40여 명이 모였다.

 

김민석 총리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러저러한 이슈들이 정부·여당으로 통칭하는 범여권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상식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 출마설이 도는 김 총리가 정 대표와 각을 세운 것으로 비친다.


지도부는 그러나 합당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 17개 시도당 토론회 통한 당원 의견 수렴, 당원투표 절차 등 합당 관련 절차를 이번주부터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의원들의 저항이 심해지는데도 합당을 밀어붙이는 데는 당심이 우호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합당 찬성 의견이 민주당 지지층에선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다. 당 지지층은 당원과 거의 겹친다. 정 대표가 '전 당원투표'로 치고 나온 배경이다.

 

리서치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지난달 29~31일 전국 유권자 100명 대상)에 따르면 합당 추진에 대한 찬성 응답은 41.3%, 반대 응답은 42.7%를 기록했다. 찬반이 박빙이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 응답자(420명)에서는 찬성이 65.6%를 차지해 반대(25.8%)를 2배 이상 앞섰다. 정치적 성향이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243명)에서도 찬성(67.9%)이 반대(25.2%)를 크게 따돌렸다. 반면 보수 응답자(325명)에선 반대(58.0)가 찬성(21.2%)의 2.7배였다. 중도 응답자(359명)에선 찬성(41.1%)과 반대(43.7%)가 전체와 거의 같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여론조사(지난달 27~29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선 합당 추진을 "좋게 본다"는 응답(28%)은 "좋지 않게 본다"(40%)에 10%포인트(p) 이상 뒤졌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444명)에선 역전됐다. 긍정(48%)이 부정(30%)을 20%p 가까이 앞섰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통화에서 "민주당 지지층에서 합당 찬성이 60% 넘게 나오니 정 대표가 1인1표제처럼 당심을 명분 삼아 양당 통합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말 권리당원 여론조사 결과 1인1표제 찬성률은 85.3%였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내분도 합당을 돕는 형국"이라며 "민주당 지지층에선 '이 참에 조국당과 통합해 압승하자'는 주장이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리서치뷰 조사는 ARS, 한국갤럽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둘 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0%, 11.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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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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