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스터 션샤인' 김나운 "국궁 활쏘기 6개월, 엄지손톱 빠지기도"

홍종선 / 2018-10-02 10:30:06
고애신의 큰어머니 '조씨 부인' 맡아 인상 깊은 열연
"가는 데마다 드라마 얘기, 배우들 칭찬에 감사했어요"

"동지들 션모닝이오, 허허."
"미스터 션샤인을 볼 수 있는 모든 날이 좋았습니다."
"여운이 아직도 남네요. 이름 없는 의병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얼마나 두려웠을지 상상조차 안 됩니다. 김은숙 작가님 제 인생드라마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생 길이 남을 훌륭한 작품입니다. 여운이 계속 남네요. 작품과 관련된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미스터 션샤인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배우분들, 스텝 여러분 모두모두 수고하셨어요. 마음이 헛헛해 미치겠습니다ㅜ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이라도 한 것 마냥, 엉엉ㅠ"

 

▲ 역사왜곡 논란으로 시작, '애국심 고취' 명작의 호평 속에 막을 내린 '미스터 션샤인' [드라마 홈페이지]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24부작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연출 이응복, 작가 김은숙)이 막을 내린 지 이틀이 지났건만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창엔 여전히 '방영 중'이다. 드라마가 끝났다는 사실을 머리는 알지만 가슴이 받아들이질 못 해 드라마의 장면장면, 인물들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가시지 않는 여운을 공유하고 있다.

그 모든 말들이 애시청자였던 기자의 마음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가장 마음을 붙든 것은 "모든 캐릭터가 애정이 간 드라마는 처음이었다"는 짧은 글이었다. 정말이지 그랬다. 신분의 고하, 피부색과 국적의 서로 다름과 상관없이 눈길이 갔고, 미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의병 한 명 한 명까지 사랑스러웠다.

 

▲ '미스터 션샤인' 조씨 부인 역의 김나운 [방송화면 캡처]

 

그 가운데 이 인물이 누군지 맞춰 보시라.

# 사홍의 맏며느리이자 애신의 큰 어머니다. 고씨 가문의 안주인. 사대부의 무남독녀 금지옥엽으로 자라 내로라하는 고씨 가문의 장남에게 시집 올 적만 해도 다들 부러워하는 인생이었다. 그녀의 인생이 망조가 든 것은 천주를 믿었던 친정에 불었던 한 차례의 태풍과 지아비의 순국(殉國)이었다. 혼인한지 석 달 만이었다.

남편의 초상을 치르며 입덧을 했고, 유복자 애순을 낳고 몸조리를 끝내기도 전에 시동생 상완의 핏줄인 애신이 고씨 가문으로 툭 떨어졌다. 젖먹이 둘을 키우며 속 시원히 한번 울지도 못했다. 시부(媤父) 사홍의 슬픔의 깊이를 감히 가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집안의 가노들에게 무뚝뚝하고 다정하진 않지만 사홍에게만은 둘도 없는 효부다. 차별 없이 키운다고 키웠으나, 혼기가 차고 넘치도록 혼인을 못하는 애신이를 보면 자기 탓인가 싶어 마음이 무겁다. 때때로 함안댁을 앉혀놓고 대낮부터 술상을 들여 신세한탄을 하기도 한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김태리가 연기한 고애신의 큰어머니 '조씨 부인' 김나운이다. 홈페이지에 나온 이 설명만 봐도 실제 드라마 속에서 각 인물들이 얼마나 입체적으로 펼쳐졌는지 알 수 있다. 김나운이 만들어낸 조씨 부인은 고씨 가문의 엄격한 안주인의 모습, 때로 낮술로 답답한 가슴을 풀어놓는 인간미 있는 인물에 그치지 않았다.  

 

▲ 시아버지의 49재를 유린하는 일본군의 가슴을 겨냥해 활을 든 조씨 부인 [방송화면 캡처]


특히 19회에서 고사흥의 49재를 치르는 사찰에 일본군들이 들이닥치자 행랑아범(신정근 분), 함안댁(이정은 분), 김희성(변요한 분)과 함께 시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사수하는데 앞장섰다. 의병이 된 애신이 등장하기 전까지 조씨 부인의 활약은 대단했다. 평소 취미로 접했던 활을 들어 일본군을 겨누었는데, 가족을 지키는 일이 결국 나라를 지키는 일이 되는 모습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하루 뒤 한 블로그에는 이런 수다가 등장했다.

"아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애신이 큰엄마(김나운이죠), 언제부터 그렇게 활을 잘 쐈어요? 세상 조신한 조선시대 종부인 줄 알았더니, 그런 장면이 원래도 있었나요?"
"활이 취미 활동이었어요."
"여자들끼리 활 쏘는 신 있었어요."
"그랬군요. 취미라 하기엔 장군 같았어요(엄지 척)."
"큰어머니조차 멋지네요."
"애신이 사촌언니는 누구 딸인가요?"
"큰어머니 딸이요"
"어제 조씨 부인 완전 멋있었어요."
"실제로 활 쏘는 것 배우셨어요. 지인이 배우시는 것 봤는데 누군지 몰라봤대요."

실제로 김나운은 이 장면을 위해 촬영 전부터 국궁 훈련을 시작했다. "저 배우예요" 티내지 않고 함께 등록한 연습생들처럼 배움에만 열중했기에 누군지 알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활은 개인 소유로, 평소 연습하던 자신의 활을 들고가 촬영에 임했다. 

 

▲ '헤드라인뉴스' 블로거는 "같은 드라마 다른 활쏘기"라며 김나운의 국궁 자세를 칭찬했다. [해당 블로그 캡처] 


배우 김나운은 1일 UPI뉴스에 "드라마 위해 국궁 연습 참 많이 했어요. 황학정에서 국궁 기초반 등록하고 6개월 연습하면서 심화반 준비 중이랍니다. 배우는 과정에서 오른쪽 엄지손톱이 죽어서 빠지는 고통도 있었어요. 촬영 때는 제 개인 활을 준비해서 갔고요. 국궁! 정말 힘들지만 매력이 넘친답니다"라고 특유의 환한 미소로 방글거렸다.

김나운은 국궁 얘기가 나오자 "활시위를 잡는 순간부터 한곳으로의 집중, 집중 그리고 힘 조절이 중요해요. 몸 전체를 다져야 하고 마음가짐까지 잘 다스려야 해요. 어느 것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바로 결과로 답을 해주는 운동이랍니다"라며 봇물 터지듯 설명을 이어갔다.

특히 "저랑 한번 해보실래요? 더 열심히 해서 국궁홍보대사 하렵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국궁의 매력에 깊이 빠진 마음과 함께 홍보대사에 대한 욕심도 묻어났다.


종영 소감을 물었다. 김나운은 "어디에 가나 미스터 션샤인 얘기이고, 누구라 할 것 없이 배우들 연기 칭찬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제 역이 그리 크지도 않은데 '조씨 부인'인 걸 기억해 주셔서 깜짝 놀라고 보람 있었습니다. 모든 드라마들이 소중하지만 미스터 션샤인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거예요. 아낌없이 열심히 해도 드라마 종영은 늘 아쉽네요. 이번엔 아쉬움이 길게 갈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미스터 션샤인'의 아름다운 종영을 가능케 했던 시청자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큰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지네요. 건강, 항상 유의하세요!"

 

▲ '미스터 션샤인'의 인물관계도. 모든 배우가 기억에 남는 수작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가 드라마를 만나는 접점인 배우의 중요성을 자각한 지는 오래. 유동근 황신혜 주연의 드라마 '애인'(1996, 연출 이창순) 이후부터 시청자는 연출 감독의 이름에 눈을 두기 시작했고, 김수현 노희경 김은숙 등 걸출한 작가들의 활약 속에 작품의 바탕이 그들 손에서 탄생된다는 것을 각인한 시청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가장 기쁜 순간은 주연은 기본, 조연과 단역들이 빛날 때다. 바로 그 순간 명품 드라마는 완성된다.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빛날 때 그보다 큰 만족감은 드물다. 그 바탕에는 역시나 작가의 글과 연출의 손길이 있지만, 그 캐릭터들을 빚어 우리 눈앞에 선보이는 것은 배우들이다. 오늘도 주연이 받는 스포트라이트의 10분의 1, 1000분의 1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현장과 작품을 꽉 채우고 있는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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