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개표결과 늦어진 이유는

강혜영 / 2018-11-22 08:36:09
美 선거시스템이 주요원인…"8000개 방식 존재"
투명성·공정성 보완차원, 2000년이후 더 느려져
넓은 국토면적도 원인…인구밀도 낮고 지역 광대

미국 중간 선거 개표 결과가 2주가 더 지나도록 확정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11월 6일(현지시간)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 시험대에 올려졌다. 하원 전체와 상원 일부, 그리고 주지사를 새로 뽑는 중간 선거가 치러진 것이다. 투표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7일 오후 1시에 공식 종료됐다. 그러나 2주가 더 지난 오늘(22일)까지도 집계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 미국 앨러배마주 몽고메리에서 지난 11월 6일(현지시간) 민주당 하원 후보 태비사 아이스너(왼쪽)가 남편 손을 잡고 투표소로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개표가 오래 걸리는 가장 큰 이유로 미국의 분권화된 선거 시스템과 광대한 지역이 꼽힌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복스(VOX)에 따르면 미국의 개표 방식은 중앙집권화돼 있지 않고 관할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주마다 고유의 개표 검증 절차를 두고 있어 진행 속도도 제각각이다. 또 미국의 투표제도 중 하나인 잠정투표와 부재자 투표까지 검표하다 보면 최종 결과 발표까지 수 주가 걸릴 수 있다.

전문가들 역시 통일된 개표 방식이 없는 점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투표 집계가 늦어지지는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에드워드 폴리 오하이오 주립대 선거법 교수는 "지역별로 따지면 8000여개의 다른 선거 방식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이라는 광대한 국토의 면적도 개표지연의 한가지 원인이 된다. 전체 50개주 가운데 남한 면적보다 넓은 지역이 절반이 넘는다. 게다가 인구가 도시를 중심으로 집중돼 있는 것이 아니다. 중남부 팜벨트(farm belt)의 경우 광대한 지역에 비해 인구 밀도가 낮기 때문에 카운티별로 투표함을 나르느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미국 선거가 개표되기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이를 통해 개표가 늦어지는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선거 당일: 지연되는 투표 종료 시각

 

집계는 투표가 완료될 때까지 시작하지 않는다. 그런데 투표가 끝나는 시간조차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 투표 종료 시각 전까지만 줄에 서 있다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 종료 이후: 투표용지가 초과 또는 부족 여부 검수 

 

투표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되면, 선거관리위원들은 이후 실제로 이루어진 투표의 개수와 현장 서명한 투표자의 수가 같은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 둘이 불일치할 경우 '조정(reconciliation)' 과정을 거쳐 어디서 오류가 발생했는지 확인한 뒤 숫자가 일치하도록 한다. 조정 과정은 유권자가 많은 관할구일수록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기서 또 한 번 개표 과정이 지연된다.

투표 결과 전송(전화, 모뎀, 수작업 등을 통해) 

 

이후 투표용지는 정해진 중앙 집결지로 전송된다. 관할지역에 따라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 본부, 카운티 직원 사무실, 선거 관리 직원 사무실 등으로 보내진다. 일부 관할 지역에서는 선거 관리 총괄자가 선거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어 투표 결과를 보고한다. 전화선으로 연결된 투표 기계를 활용해 투표 결과를 전산처리하는 주도 있다.  

 

이밖에 다른 방식들은 더 오랜 시간을 요한다. 투표 결과가 담긴 메모리 카드나 스틱을 선거 관리 본부에 직접 전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투표 결과의 '보관의 연속성(Chain of Custody)' 탓에 대부분 자가용으로 옮겨진다. LA 카운티의 경우에는 비행기로 군청 소재지로 옮겨진다. 대부분 투표소는 주거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군청 소재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시골의 경우 거리가 더욱 멀다. 이런 요소들 또한 개표 과정을 지연시킨다. 투표 결과가 전부 전달됐을 때 비로소 공식 웹사이트에 집계가 시작된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잠정투표 등 기타 투표 결과 집계 

 

주별로 부재자 투표 혹은 해외 투표의 마감 기한이 제각각인 점도 집계를 늦춘다. 일부 주는 투표 당일 우표가 찍힌 투표 봉투까지도 유효하다. 투표소가 닫힌 이후에도 투표용지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이유다.

 

우편 투표도 주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는 투표 당일 우표까지 유효하며 선거일 기준 3일 내로만 도착하면 된다. 정책이 너그러울수록 투표 집계 과정이 지연된다.


잠정투표는 집계가 가장 오래 걸린다. 잠정투표는 선거인명부에 없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나올 경우 먼저 투표를 하게 하고 나중에 투표권 여부를 가리는 미국의 투표 방식이다. 잠정투표는 선거일 다음 날에도 유효한 경우도 있다. 철저한 검수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잠정투표는 각 투표가 정당한 유권자에게서 온 것인지 일일이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개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검표 및 결과 검증 과정 

 

검표(canvass) 과정은 몇 주가 소요된다. 검표하기 위해선 우선 지역 카운티 관리자가 인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 후에는 국무장관(secretary of state) 혹은 선거관리 위원회의 검증 과정까지 통과해야 한다.

이밖에도 후보자가 재검을 요청하거나 후보 간 득표 차가 적을 경우 자동으로 재검하도록 방침을 정해놓은 주도 있다. 또한 투표 기계가 고장 날 경우 수작업으로 개표를 진행한다. 이런 과정 역시 개표 과정을 지연시킨다.

미국 선거의 오랜 개표과정 탓에 개표의 투명성과 개표 속도라는 두 가치가 충돌한다. 전문가들 역시 상반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폴리 교수는 "개표 속도와 빠른 개표의 장점과 속도를 늦추는 요인들 간의 충돌이 당연히 존재한다"며 "두 개의 상충하는 요인들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다.

 

폴리 교수는 이어 "투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2000년 이후 개표 과정이 더 느려졌다"며 "이는 합리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배리 버든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 선거연구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일종의 결말을 기대한다"며 "개표는 각각의 후보가 받은 표를 더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누가 표를 받았는지 확정하는 과정이 더 빨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혜영

강혜영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