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의 칸 황금종려상은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다. 여느 때와 박수소리가 달랐고 세계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다. 익숙한 영화적 매력과 새로운 도전, 봉준호 감독 특유의 웃음과 사회적 메시지가 잘 어우러졌다.

먼저 박수소리.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인을 존중하는 칸에서는 언제나 상영이 끝나면 기립박수가 쏟아진다. '기생충'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끝날 줄 모르는 환호가 대단했고, 박수의 박자가 평소와 달랐다. 보통 '짝짝짝짝짝짝짝짝' 소리가 '쉼 없이' 이어지는데, 이번엔 중간에 박자가 바뀌었다.'짝V짝V짝V짝 짝V짝V짝V짝'. 마치 공연을 끝낸 가수의 앙코르를 한마음으로 요청하듯, 다시 볼 수 없다면 언제까지고 박수를 치겠다는 듯 결의가 대단했다.
결국 봉준호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밤이 깊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갑시다!". "마이 묵었다 아이가", 받을 만큼 충분히 박수받았다, 최장 박수 기록 따위는 내 것이 아니어도 된다는 듯 여유 넘치는 태도가 쿨했다.
어느 때보다 후끈한 열기 속에 진행된 기자회견. 언제나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그동안 봐 온 다수의 칸국제영화제 경쟁 본선 작품의 기자회견을 회상해 보면 자국 언론의 수가 가장 많거나 자국과 해외 매체가 비등한 비율로 회견장을 찾는다. 하지만 '기생충'의 한밤 상영 다음 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는 월등히 많은 해외 언론이 몰렸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는 방증이고 수상이 유력하다는 판단이 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한국 기자들도 "봉준호 감독 최고의 작품" "근래 칸 본선에 진출한 한국영화 중 최고의 수작"이라고 입을 모으며 수상을 내다봤다. 황금종려상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심사위원상이 됐든 감독상이 됐든 최소한 하나 이상의 트로피는 받아들고 돌아갈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작품 자체의 완성도. '기생충'은 가족드라마로 시작해 코믹사기극으로 분위기를 달군 뒤 예상치 못한 잔혹극으로 치닫는다. 영화의 완성도가 조금만 덜해도 '잡탕'쯤으로 평가절하됐겠지만 워낙 유연하고 숨 가쁘게 흐르다 보니 한 편의 다채로운 교향곡을 듣는 듯 다양한 장르의 '멋진 변주'로 완성됐다.
'기생충'에는 '플란다스의 개'를 비롯해 '살인의 추억' '괴물' 등 봉준호 감독이 세상에 내놓은 전작의 편린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 또한 자칫 '동어반복''자기복제'의 비난을 부를 수 있는 특성인데, 탁월한 작품성 속에 표현되니 가히 '셀프 오마주' 격의 매력이 됐다. 앞으로 관객들은 봉준호의 영화 속에서 봉 감독 전작들의 조각을 '월리를 찾아라' 게임을 하듯,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21개편의 시리즈 이전작들과의 연결고리를 찾듯 열을 올릴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요소들은 '기생충'의 장르가 무엇인가를 고심하게 남겨 두기보다 장차 '봉준호 장르'라고 명명될 수도 있게 만든다. 이것이 봉준호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통해 정리된 문법으로 '봉준호 스타일'의 내용과 형식을 명확히 보여 준다. '플란다스의 개'를 촬영하던 1999년으로부터 꼭 20년, 기분 좋은 '1단원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기생충'이라는 영화 자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책으로 치자면 '봉준호 감독' 제1권의 상쾌한 책거리인 셈이다.

배우들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작품 속 공기를 만드는 송강호의 명연기는 명불허전, 그 자체다.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최우식과 박소담의 대담한 연기. 교양과 오만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며 섹시미를 발산하는 이선균의 새로움. 안방극장에서보다 스크린에서 더욱 빛나는 조여정의 호연. 잔잔한 영화에 돌을 던지듯 내적 폭발력을 뿜어내는 이정은의 열연, 장혜진을 비롯해 이루 다 적지 못한 배우들과 스태프의 열정이 한국영화 최초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일궜다.
'기생충'의 칸 황금종려상은 봉준호 감독에게도 한국영화에도 절정일 수 없다. 지금껏 명감독, 명배우, 명스태프의 땀으로 오늘에 이르렀듯 계속해서 더 좋은 영화, 관객을 행복하게 하고 자신의 인생과 주변을 돌아보게 할 명작들이 탄생하리라 믿는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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