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설사 돈 뜯어간 노조 간부들…갈취금 대신 갚은 노조

김명주 / 2024-01-26 16:11:36
재판서 간부들 "돈 갚았다"…실제론 노조가 피해업체에 대납
법조계 "개인 착복한 돈 노조 대납하면 횡령·배임 소지"
노조 간부직 사퇴했다더니…매달 노조로부터 월급받아
"사퇴했다면 횡령…안했다면 선처 구하기 위한 거짓말"

건설업체를 협박해 돈을 뜯고 노조 공금을 횡령해 옥살이를 하고 있는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 간부들을 대신해 노조가 갈취금을 일부 갚아준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말 공갈·횡령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피해 업체에 돈을 돌려주고 공금 횡령액을 반환했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은 바 있다. 노조 대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법원을 기망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 2020년 9월 한국노총 산하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과 사단법인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 사용자 연합회의 임금협약 체결식. 오른쪽이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겸 대구경북본부장 A씨다. [독자 제공]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겸 대구경북본부장 A씨와 대구경북본부 조직국장 B씨는 지난해 8월 1심 재판에서 공갈과 횡령 등의 혐의로 각각 징역 2년 6개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 B씨가 각각 건설업체들로부터 9000여만 원, 5600여만 원을 갈취했고 노조 공금도 각각 1억4892만 원, 1억3107만6090원을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3787만 원의 노조 돈을 횡령해 BMW 오토바이 2대를 구입한 사실도 유죄의 근거로 삼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지난해 말 이들이 피해 업체에 돈을 갚은 점을 들어 원심을 파기하고 형량을 낮춰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 2개월과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이후 C사에 3000만 원을 돌려주는 등 피해 업체들에 돈을 반환하고 형사공탁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C사는 A·B씨 협박으로 지난 2022년 3000만 원을 갈취당한 곳이다. C사는 노조 통장으로 2022년 7월 20일과 8월 19일 각각 1000만 원과 2000만 원을 보냈다. A·B씨는 노조 통장에서 2022년 7월 21일과 8월 22일 각각 770여만 원·600여만 원, 1000여만 원씩을 자신의 계좌로 보냈다. 자금 흐름상 2022년 C사가 노조로 송금한 돈이 A·B씨 계좌로 흘러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A씨, B씨가 가로챈 돈을 노조가 대납해 준 점이다. 노조 공금이 개인 채무 변제에 쓰인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물론 위법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UPI뉴스가 입수한 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 계좌 거래 내역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해 9월 7일 C사에 3000만 원을 이체했다.

 

박경수 법무법인 지름길 대표변호사는 "개인이 착복한 돈을 제3자인 노조가 내줬다면 노조에 대한 별도의 횡령이나 배임 등의 소지가 있는 사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노조 간부직 사퇴했다더니…매달 노조에서 돈 받아가
 

A‧B씨는 건설노조 간부직을 사퇴했다고 밝힌 이후에도 매달 급여를 받아갔다. 배임‧횡령 혐의가 추가될 수 있는 대목이다.


A씨는 지난해 5월 24일 경찰 조사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 전 대구경북본부에서 B씨와 사퇴했다"며 "수석부위원장도 사퇴했고 직무대행은 변호인에게 위임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사퇴를 하면 대구경북본부(건설노조)에 권한 행사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에서 '간부직 사퇴가 구속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대구경북본부 계좌 3개의 거래 내역서를 살펴보면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구속된 이후 지난 3일까지 7개월여 동안 6960만 원을 받아갔다. 같은 날 구속된 B씨는 지난해 6~8월 석달 간 1920만 원을 받은 뒤 입금이 끊겼다.

 

▲ UPI뉴스가 입수한 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 계좌 정보를 토대로 재구성한 A·B씨, C사 거래 내역 . [김명주 기자]

 

이 금액은 A씨가 지난해 6월 7일 대구지검 피의자 조사에서 밝힌 급여(판공비 포함)와 거의 일치한다. 당시 그는 "2020년 이후 700~800만 원을 월급으로 받았다"며 "판공비로 월 300~500만 원을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또 "B씨는 기본급이 600만 원, 직무 판공비가 2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겉으로는 직에서 물러났다며 선처를 구하면서 뒤로는 월급을 받아갔다고 볼 수 있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변호사)은 "실제로 사퇴했는데 급여를 받아갔다면 횡령"이라며 "사퇴하지 않았다면 수사기관에 선처를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수 변호사도 "사퇴 수리가 실제로 됐는지, 조합 내 다른 직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닌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재판부에 양형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허위 사퇴했을 가능성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UPI뉴스는 A씨, B씨의 사퇴 여부, 이들 계좌로 건설노조 공금이 빠져나간 경위, C사에 노조 공금으로 3000만 원을 이체한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건설노조 측에 수차례 취재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김명주 기자 k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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