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아니 그들은 단 한 번이라도 '진실'을 말하긴 한 걸까?
클럽 폭행 사건으로 시작해 마약흡입과 유통 및 성폭행, 탈세, 경찰 유착, 성관련 불법사생활영상(몰카) 촬영 및 유포, 국내 및 해외 성매매 알선, 해외도박 등 각종 의혹이 연달아 불거지며 '버닝썬 사건'은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사건을 키운 여러 요소가 있지만 그 가운데 관련자들의 거짓말도 빼놓을 수 없다. '승리게이트'로 불리던 버닝썬 사건은 다양한 거짓말을 자양분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이제는 '버닝썬게이트'로 명명되고 있다. 승리 그 너머의 진실까지 드러나야 한다는 대중의 정서가읽히는 대목이다.
국민들의 분노를 키운, 국민들의 기억력과 해석력을 무시하고 그 때 그 때 자신들의 편의대로 내세운 '그들의 거짓말'을 살펴본다. 이번에는 클럽 버닝썬 관련 인물들 얘기다.

먼저 버닝썬 폭행사건이 마약과 성폭행 문제로 번지자 가장 먼저 목소리를 냈던 클럽 버닝썬 이문호 대표의 거짓말부터 돌아보자. 그는 "나를 포함해 나의 지인 중 마약을 하는 사람은 없으며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여성도 고소하겠다"면서 "루머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지난 2월 26일, 경찰은 이문호 대표의 머리카락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맡긴 결과 마약류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알렸다.
이문호 대표는 3차례 경찰조사를 받으며 "클럽 버닝썬 내 마약 흡입 및 유통은 없었으며 저 역시 마약 투약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인 뿐 아니라 버닝썬 영업사장 및 관계자들도 환각 물질을 흡입하거나 유통한 혐의가 포착됐다. 애나라 불리는 중국인 파씨도 모발 및 소변 정밀검사 결과, 엑스터시와 케타민이 검출됐음이 19일 보도됐다. 경찰은 클럽 내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로 40명 가량을 입건했는데, 클럽 버닝썬에서만 14명이 입건됐다.

배우 박한별의 남편 유인석 대표의 '유', 승리의 본명 이승현의 '이'를 따서 만들어진 투자회사 유리홀딩스의 발언도 살펴보자. 지난 2월 13일 승리가 사임한 뒤 유 대표 단독으로 운영 중인 유리홀딩스는 클럽 버닝썬을 운영하는 버닝썬엔터테인먼트㈜의 주식 20%를 보유하고 있다. 승리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버닝썬 지분에 대해 "(클럽 버닝썬이 소재한 르메르디앙호텔 운영사인) 전원산업이 42%, 호텔 측 사람이었던 이성현 버닝썬 공동대표가 8%, 유리홀딩스가 20%, 린 사모로 알려진 대만 투자가가 20%, 이문호 대표가 10% 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유리홀딩스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슈가 되고 있는 카톡 내용은 전부 사실무근"이라면서 "승리와 회사에 앙심을 품고 있는 누군가가 허위로 조작된 카톡 내용을 제보하고 있고, 이는 확인 절차 없이 보도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전부' 사실무근이고 조작된 내용이었나. 유리홀딩스 유인석 대표는 승리, 정준영, 최종훈 등이 포함된 8인 단체대화방에서 경찰과의 연결고리로 추앙되며 '유 회장님'으로 불렸다. 실제로 유 대표는 단체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 총경과 골프를 쳤다, 자신의 아내 박한별이 함께한 라운딩도 있었다. 또 윤 총경의 아내 김 경정까지 윤 총경 부부와 동석한 골프 회동도 있었다. 이들 자리에는 가수 최종훈도 함께였다.

최종훈은 유인석 대표의 경찰유착을 취재하는 SBS에 "청와대에 계신 높은 분이라고 했다. 되게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았다. 형님, 형님 그랬다. 티켓 같은 거 연결해 줄 때 잘 모시라 했다"면서 "형님 다 챙겨주라고 했다. 청와대 계시니까 저 또한 나쁘게 지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티켓은 말레이시아에서 근무 중인 윤 총경 아내에게 최종훈이 제공한 K팝 공연 티켓이다. 윤 총경 아내는 티켓은 받았지만 연예인과 골프를 친 적은 없다는 입장을 이메일로 경찰에 전했다. 김 경정과 골프를 쳤다는 가수 최종훈, 아니라는 김 경정,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경찰은 김 경정을 국내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 경찰은, 승리가 운영한 라운지바 몽키뮤지엄의 불법영업 단속 사실과 진행사항을 담당 경찰서에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윤 총경과 그의 부탁을 받은 현직 경찰관 2명을 공무상 비밀 누설로 입건했다. 윤 총경은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건 맞지만 식사비는 자신이 모두 냈으며 골프 비용은 각자 계산했고, 청탁은 오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총경과 식사를 함께한 인물에는 승리도 있다. 승리는 당초 1차 경찰조사에서 "유 대표의 소개로 2017년 초 윤 총경을 만나 세 차례 식사를 했다. 하지만 경찰인 줄은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식사 횟수를 네 차례로 수정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모른다던 '경찰총장', 그 다음에는 유인석 대표가 연락하는 사이라던 윤 총경, 알고 보면 8인의 대화방에는 식사를 하고 골프를 친 사람도 많았고 직접 만나지 않았다 해도 청와대에 근무하는 높은 분인 것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지금 와 사실을 얘기해도 아무도 내 말을 믿어 주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승리의 말 바꿈은 이루 다 열거하기도 힘들다. 클럽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버닝썬 게이트' 관련 마약 유통 및 투약에 따른 성폭행, 경찰 유착, 탈세, 해외 도박, 국내 및 해외 성접대 등 온갖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승리다. 자신은 그저 유리홀딩스를 통해 1000만원만 투자하고 가끔 가서 디제잉을 해 준 '얼굴마담'에 불과한데, 자신을 통해 홍보를 해야 하다 보니 방송에서 직접 운영하는 '척'했다는 주장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모든 의혹 부인의 방법으로 자신과 단체대화방 동료 전체를 허풍, 허세로 일관하는 바보로 칭하는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다. 동료를 총경을 경찰총장으로 부르는 바보들로 만들거나, 도와준 적 없는 최종훈의 음주운전 보도 무마를 유 대표의 힘과 돈으로 해결해 준 척 유세 떨었다고 자백하거나, 성접대 여성을 투자자들이 묵는 호텔룸에 들여보내려 한 것이 아니라 하객 아르바이트 개념의 쇼핑메이트를 여성 지인(투자자가 아니라 발렌시아 구단주의 딸 킴 림이라고 주장)에게 붙여 주려 한 것이라는 반전 강한 설명을 내밀거나, 도박한 적도 없는데 2억원을 따서 세이브뱅크에 뒀다고 허세를 부렸다고 거짓말 전력을 자인하거나, 여성의 사진·나이·직업·성격 등을 알려주며 한 명당 1000만 운운하고 '일본인들과 나가고 남은 여성들' 식으로 말했던 것도 성접대와 무관하게 투자 파트너와 잘해 보려는 비즈니스 대화였다는 식이다. 좀 창피하기는 하고 국민들로부터 무척 거센 비난을 듣겠으나 법적으로는 유리하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과거엔 허풍과 허세에 찌든 양치기소년이었지만 지금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승리. 그런데 승리가 진실게임을 해야 할 또 하나의 관문이 등장했다. 바로 스페인 프로축구 1부 리그 명문 발렌시아CF의 구단주인 싱가포르 부호 피터 림의 딸 킴 림이 23일 SNS에 글을 올렸다. 킴 림은 아레나클럽에 간 건 맞지만 친구들끼리 갔으며 누구도 동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버닝썬 관련 소식이 전해지기 얼마 전 승리에게 전화를 받았다면서 "승리가 '투자자들에게 성접대를 할 여성들을 구한다는 내용의 대화가 유출됐다'고 하더라. 승리는 내게 몇 가지 이상한 질문을 했고 전화를 끊었다"고 적었다. 이어 "승리가 내게 한국에서 다른 여자들과 함께 놀 수 있도록 파티를 주선했다고 말한다. 나는 내 친구들과 우리끼리 논 후 자리를 떴다. 2015년 12월 9일 나는 내 싱가포르 친구들과 한국에 있었는데 우리는 클럽 아레나에 놀러갔고 승리가 VIP석을 잡아줬다. 다른 사람은 없었다"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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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리가 2014년 자신의 SNS에 올렸던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
또 하나의 터진 거짓말 논란. 2014년 11월 25일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가 최근 돌연 삭제한 승리의 경찰제복 사진. 승리는 이에 대해 지난 2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핼러윈 데이를 맞아 각시탈이라는 대여업체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그 업체에서 판매‧대여한다"며 자신이 입은 옷이 무궁화 3개의 윤 총경(당시 경정) 제복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경찰 정복은 일반인에게 대여할 수 없다. 경찰청에 신고하고 협조를 받아 빌려주는 것"이라고 못을 박으면서 "영화와 드라마 촬영 용도로만 대여할 수 있다. 신분증과 시나리오 촬영대본과 같은 증빙서룰 지참하고 사인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또 "홈페이지에만 계급장과 이름표를 부착한 이미지를 올린 것이다. 명찰이나 약장, 계급장은 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승리는 2014년 이후 경찰 관련 영화나 드라마, CF를 촬영한 적이 없고 경찰 홍보대사로 위촉된 적도 없다. 경찰 정복 입수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하다. 각시탈이라는 업체명과 홈페이지 게재 내용만으로, 그것도 꼼꼼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발언하게 된 과정도 궁금하다. 별도로, 지난 20일 MBN이 제기한 승리의 코카인 투약 의혹, 경찰이 확보했다는 의미 있는 진술은 또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한편 윤 총경은 경찰 제복 관련 의혹에 대해 "2014년에는 승리를 알지도 못했고, 빅뱅이라는 그룹조차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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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리 "나는 얼굴마담이다" [뉴시스] |
짧게는 단 하루 만에 들통 난 각종 거짓말들. '버닝썬 게이트' 당사자들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그때는 거짓말이었지만 지금은 참말이다"라고 말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늑대가 나타났다"는 그들의 외침을 이번엔 믿을 수 있을까. "억울하다"고 소리치지만 말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이고 무엇이 참말인지 알 길 없고 믿을 수 없는 대중의 속 터지는 마음도 부디 헤아리길 바란다.
그리고 특별히 승리에게 청하고 싶다. '얼굴마담'이라는 말이 진실이라면 클럽 버닝썬의 진짜 주인들, 진짜 혜택 받은 이들을 공개하는 게 자신을 지키는 길이다. 자신은 일개 연예인인데 큰 프레임을 짜지는 게 두렵다면 '버닝썬 게이트' 조직도에 포함되어야 할 실제 주인공들을 밝히는 게 10년 넘게 사랑을 준 팬들에 대한 보답이다. 버닝썬 사건의 첫 단추를 꿴 김상교 씨는 자신의 SNS에, 최초 폭행자가 문제의 단체대화방 인물이며 클럽VIP라는 글을 올렸다. 과연 '버닝썬 게이트'의 새로운 첫 단추일까.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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