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얼마예요' 인연 홍서범 곡 받아 가수 도전
중독성 강한 록트로트풍 '사랑의 포인트' 앨범 발매

안동 MBC 사장을 지낸 이윤철 전 아나운서가 홍서범의 곡을 받아 가수로 출사표를 던졌다.
스포츠 캐스터로, 정통 뉴스 앵커로, 각종 예능 MC로 방송가를 누비다 MBC를 정년 은퇴한 이윤철 전 아나운서. 3년 전부터는 TV조선 예능 '인생감정쇼, 얼마예요?'(이하 '얼마예요')를 통해 타고난 예능감을 발휘하며 '아나테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정식으로 앨범을 발매했다. 3가지 버전의 노래 '사랑의 포인트'를 담은 싱글앨범이다. 한 번 들으면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록트로트풍 멜로디에 이윤철의 캐릭터와 인생사를 재미있게 풀어낸 가사가 친근감을 더한다.
방송예능인에 이어 가수 이윤철이라는 명함을 하나 더 갖게 된 셈. 인생 이모작을 성공적으로 짓고 있는 이윤철을 최근 서울 청담동 카페에서 만났다. 언제나처럼 싱글벙글, 밝은 에너지로 기자를 맞았다. 2시간의 인터뷰에 에너지가 떨어지기는커녕 인생사를 풀어놓을수록 힘이 넘쳤다. 청년의 모습을 초로의 이윤철에게서 보았다. '얼마예요'를 통해 '국민 밉상'으로 거듭난 자신감이 주는 재미는 보너스였다. 그리고 한참 후배인 기자지만 일로 만났기에 끝까지 존댓말을 쓰는 신사적 매너도 돋보였다.
어떻게 가수 데뷔할 생각을 했는지, 놀라운 도전에 대한 배경을 묻자 3가지를 얘기했다. 첫째는 타고난 끼, 둘째는 작곡 능력이 탁월한 홍서범과의 만남, 셋째는 예상치 못한 포인트였는데 잠시 후 공개한다. 먼저 그 첫 번째, 어린시절부터 품어 온 꿈에 대해 들어보자.
"음악에 대해서는 타고난 게 있는 것 같아요. 진짜 가수들이 보면 우습겠지만 우리 아버님, 어머님이 노래를 잘하셨어요. 기분이 좋으시면 아버님은 가요, '김삿갓'을 참 잘 부르셨어요. 어머님은 교과서에 있는 가곡, '봉선화'를 잘하셨어요. 우리 고모가 앨범도 하나 내신 걸로 알아요. 고모부가 작곡가, '눈물 젖은 두만강'을 작곡하신 이시우 선생님이에요."
"나도 노래에 대한 재능이 좀 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시간이 좋았어요. 음악하면 선생님들이 잘한다 하셨고 성적도 잘 나왔어요. 그런데 우리 때는 학교 공부 제대로 하는 애가 가수가 되겠다, 상상도 못 하는 일이었어요. 부모님이야 법대나 의대를 바라셨겠지만 저는 그 끼를 완전히 누르진 못 하고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하고 방송국에 입사했죠. 사람들 앞에 서고 싶고 드러내고 싶은, 발표하고 싶은 끼가 제게 있어요."
큰 꿈을 이룬 사람도 그 시작은 미약했으리라. 50년 전, 또 40년 전 얘기를 하는 눈빛이 진지하게 빛났다.
"20여 년 전, 1997년 정도부터 가요콘서트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꿈이 고개를 들었죠. 가수들 하고 1절 정도지만 같이 부른 적도 많고 설 특집이나 연말에 (당시에는 아나운서들의 장기자랑이 특집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곤 했다) 방송에서 노래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가장인데, 가수 할 생각은 없었고 프로페셔널로 노래할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죠."
얘기는 자연스럽게 가수 홍서범과의 조우, 가수 데뷔 두 번째 배경으로 이어졌다.
"정말 그런 걸 다 내려놓고 살다 퇴직한 후 '얼마예요'를 하게 됐죠. 방송 후 뒤풀이에서 홍서범 씨가 '하고 싶은 것 다 하시고, 방송국 정년 다하시고. 좋겠다, 할 것 다 하셔서. 성공적 인생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때 마음 깊은 곳에 넣어 뒀던 꿈을 얘기했죠, '아냐, 아직도 노래, 연기 하고 싶은 꿈이 있어'. 그때는 그래요, 그런 솔직한 얘기들로 마무리됐다 생각했죠."
"어느 날 갑자기 카톡으로 '이거 들어 보세요' 하는 거예요. 그게 '사랑의 포인트'예요. '형님을 주제로 해서 만든 곡이다'라는 말에 처음엔 당황스러웠어요. 정말로 그렇게 할 줄 몰랐는데, 한 달도 안 됐는데 짬짬이 시간 내서 만들어 보냈더라고요. 그 순간 '그래, 콱 덤벼들자'라는 마음이 솟더라고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곡 만드는 건 일주일, 열흘 만에 했다고 하더라고요. 거기다 작사까지 자신이 해서. 짐짓 말해 봤죠, '얼마예요'에 서범 씨 곡 탐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 주지? 형님을 주제로 만든 거라 안 된다 하더라고요. 좋았어요. 예전의 꿈이 올라오고 막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입가에 번지는 미소. 꿈은 이루어진다, 라는 말이 있지만 누구나 그 행운을 누리지 못하는 게 세상사다. 소원을 푼 소감이 궁금했다.
"아우, 이건 지난한 길을 잘못 들어왔다 싶을 만큼 정말 힘든 작업입니다(웃음). 그냥 곡 받고 노래 녹음하고 이런 게 아니더라고요. 곡 받고 다음 단계, 연습에 들어갔죠. 연습 많이 했어요. 집에서 또 조용한 공간에서 하고, 노래방 가서도 하고. 다른 노래도 연습 많이 하지만 '사랑의 포인트'만 1000번은 한 것 같아요. 저도 저지만 홍서범 씨도 밀어붙이는 힘이 있더라고요. 엄한 선생님 밑에서 한 음 한 음, 한 소절 소절 제대로 하기 위해 연습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고요."
"워낙에 (노래에) 잘난 사람들은 주변에서 하라 할 거예요, 지지와 응원을 받으면서 가수 할 수 있죠. 또 그만은 못해도 정말 하고 싶은 거라면 도전하는 분들도 많죠. 자신의 직업이 뭐든 노래를 하는 분들 많아요. 연기자면서 노래하는 분들은 다반사고 취미로 하는 사람도 있고, 실제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고요. 가수라는 문턱을 넘어서니까 이건 그냥 취미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됐죠. 새로운 배움입니다."
이제, 중도 포기하지 않고 가수 데뷔까지 힘있게 밀고 온 이유를 들어보자. 세 번째 이유는 이윤철 자신이 아니었다. 그 부분이 작은 감동을 일으켰다.
"사람들 많이 있는 데서 관중, 관객이 있는 데서 MC는 해 봤는데 아예 노래로 나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크게 얘기하면 국민들, 작게는 '얼마예요' 시청자들께 즐거움을 드리면 내가 행복해질 것 같았습니다. 노래 자체의 실력은 모자라겠지만,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자질은 나를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니까, 노래라는 장르를 통해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내 인생의 보람이다라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큰 정치인, 행정가, 의사, 교수… 훌륭한 분들 많지만 저는 방송인입니다. 국민들에게 사랑 받았던 직업이었다면 나이 먹어서 가수, 새로운 도전으로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안동 MBC에 있을 때 분에 넘치게 시장만 나가도 길만 지나가도 많은 분들이 반가워해 주셨어요. 지금 퇴직한 마당에 갑자기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가수가 되면 다시 찾아뵐 수 있잖아요. 그게 어디든, 큰 무대 작은 무대 가릴 것 없이, 아니 무대가 없더라도 이윤철을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가고 싶은 마음이 이 어려운 작업을 포기하지 않게 했습니다."
앞서 쉽지 않았던 가수 도전에 대해 얘기했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었다.
"해 보니 절대 쉬운 장르가 아니라는 걸 알았죠. 친구들이랑 노래방 가는 거랑 전혀 다르더라고요. 가사가 나오지 않고 리듬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듣는 것이고 이미 잘된 노래, 많이 들어온 노래, 세월 속에 저한테 붙은 노래가 아니잖아요. 무의식 상태에서, 아무것도 없는 데서, 음과 가사들을 내가 제일 처음 소화하는 거잖아요. 그게 저한테 익숙해 질 때까지, 진짜 엄청 듣고 불러야 하더라고요.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지 않아서 박자, 리듬을 정확히 안다는 게 소질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었어요. 소리라는 게 소질 있는 정도로 되는 게 아니라 특색, 보이스 컬러,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중이 들어서 맛깔나야 한다는 것! 아나운싱에 맞는 목소리일 수 있어도 가수로서는 또 다른 영역을 훈련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죠."
이윤철은 넘어지고 넘어지면서도 일어났다. "그래도 '들을수록 당긴다' '또 듣고 싶다'는 얘길 들으니 용기도 나더라고요. 아이들도 몇 번 들으면 따라 부르고요, 특히 후렴 부분. 노래가 어렵지 않으면서도 노래 자체의 고급스러움이 있어요. 록트로트 느낌의 곡입니다".
'국민 밉상' 이윤철, 자신감이라면 대한민국 넘버원인 그도 가수로서는 신인임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방송에서는 감췄던 겸손이 흘렀다.
"제가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마음속 꿈을 이뤄가고 있으니 말이죠. 여기까지 온 걸로도 너무 감사해요. 잘되면 홍서범 작곡가님과 주변에서 도와주고 응원해 준 분들 덕분이고 안 되면 무조건 내 탓입니다. 최선은 다하는 사람이었다, 라는 말을 듣고자 열심히 했고 후회는 없습니다."
"참 어려운 게 자기관리인데요. 가수는 특히 자기관리가 몸에, 인생에 배야 해요. 계속 노래하고 전국 다니려면 건강이 따라야 합니다. 긍정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가수 잘하기 위해 건강관리도 하고. 윈윈, 상승작용이다! 노래 잘하기 위해 건강관리하고, 건강 관리하니 노래 더 잘 하게 되고. 너무 신납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쉽지 않은 도전,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런 선배를 물심양면 돕는 후배 홍서범의 존재. 이윤철의 인생 이모작이 가능했던 이유를 새기며 우리도 우리만의 '다음, Next'를 설계해 보면 어떨까.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