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사회'로 간 수애의 남자들

홍종선 / 2018-08-22 00:06:17
김래원부터 정재영까지 역대 드라마·영화 파트너들
수애 "박해일과 동지로 시작해 내 편으로 끝나"

10년 전, 이준익 감독에게 ‘님은 먼 곳에’(2008)의 주인공으로 수애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어딘가 촌스러운 데가 있잖아”. “수수하면서도 단아하고 고전적 미가 있어요”라고 보탰다. 전쟁의 한복판 베트남에 위문공연을 가는 가수 써니 역과는 거리가 있게 들리는 설명이다.

 

▲ 배우 수애가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상류사회'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님은 먼 곳에’에는 또 한 명의 여인이 있다. 군에 간 남편을 한 달에 한 번 어김없이 면회 가는 시골 아낙 순이. “니 내 사랑하나”라는 질문에 답도 못 했는데 남편은 베트남전에 자원해 떠나고 순이는 그저 남편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동네 아줌마들에게 박수 받던 노래솜씨로 위문공연단에 몸을 맡긴다. 그 순이가 바로 써니다. 어딘가 촌스러운 수애를 캐스팅한 이유가 분명해진다. 

 

▲ 영화 '상류사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수애는 대선배 배우 정윤희를 연상시키는 미모에 어느 배우에게도 뒤지지 않는 연기력, 168cm의 큰 키와 도회적 스타일을 겸비했다. 화려하자면 얼마든지 화려할 수 있는 외양에 도도하자면 한없이 도도할 수 있는 실력을 지녔지만 배우 수애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단함이다. 구둣방을 하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공개할 수 있는 딸이자 다양한 도전에 겁내지 않는 배우 수애. 단단한 속심을 지닌 수애는 다양한 배우와 파트너를 이루며 열연했고 자신만 빛나는 게 아니라 상대배우의 남성적 매력을 뽑아내는 힘을 발휘했다. 이른바 ‘수애의 남자들’이 탄생됐다.  

 

▲ 영화 '상류사회' 제작보고회 현장.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18년 8월 현재, 수애의 남자는 박해일이다. 21일 서울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는 영화 ‘상류사회’(감독 변혁·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간다. ‘인터뷰’(2000) ‘주홍글씨’(2004)의 변혁 감독이 ‘오감도’(2009) 이후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앞서 수애는 SBS라디오 ‘씨네타운’을 통해 “박해일과 연기 호흡을 간절히 바라왔다”며 “영화제에서 박해일 오빠를 만나 ‘상류사회’에서 꼭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오빠와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꿈은 이루어졌다. 능력과 야망으로 가득 찬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 역의 수애와 경제학 교수이자 촉망받는 정치 신인 장태준 역을 맡은 박해일은 상류사회로 진출하고픈 부부의 욕망과 욕구를 다채롭고도 적나라하게 스크린에 그려냈다. 함께하고 싶었던 만큼 두 사람의 연기는 찰떡궁합, 각자의 연기 내공과 서로의 호흡이 빛났다. 

 

과거 드라마·영화를 통해 케미스트리를 발산했던 ‘수애의 남자’들을 추억해 볼까.

먼저 KBS2 ‘해신’(2004)에서 단아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정화 아씨’ 역을 통해 최수종, 송일국과 애틋한 사랑을 꽃피웠다. 신분 차이를 넘어 사랑을 가꿔가는 최수종, 지고지순한 송일국의 사랑에 시청자는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보냈다. MBC ‘9회말 2아웃’(2007)에서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홍난희를 연기, 이정진과 아기자기하고 풋풋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서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 수애. [SBS 제공]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은 수애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작품. NTS 요원 윤혜인 역으로 출연한 수애는 이정우 역의 정우성과 선보인 멜로라인 덕에 ‘멜로 수애’라는 별명을 얻었다. SBS는 연이어 수애에게 행운을 안겼다.

 

▲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슬퍼서 더 아름다운 멜로를 선보인 수애와 김래원. [SBS 제공]

 

드라마 ‘천일의 약속’(2011)에서는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 이서연 역을 맡아 그녀를 사랑하는 박지형 역의 김래원과 가슴 절절한 사랑을 나누며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지상 어디에도 이보다 절대적이고 이보다 깊은 믿음과 헌신의 사랑이 또 있을까 싶은 감동적 멜로였다. ‘멜로 수애’를 벗어나 상대 배우와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발산한 경우도 있었다.

 

바로 SBS ‘야왕’(2013)의 주다해가 그 주인공. 가난을 벗어나 퍼스트레이디가 되려는 주다해로 분해 하류 역의 권상우와 사랑과 배신, 욕망을 파격적으로 그려냈다. 

 

▲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에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각광받은 정재영과 수애.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극과 극의 캐릭터를 통해 풍부한 감정을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였던 수애와 상대배우들의 연기 합은 영화에서도 빛났다.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2005)에서는 우즈베키스탄 현지 통역관 김라라 역을 맡아 농촌 총각 정재영과 코믹하면서도 따듯한 사랑이야기를 펼쳐냈다. 이준익 감독이 말한 촌스러운 알맹이가 돋보인 영화였다. 영화 ‘그해 여름’(2006)에서는 순진한 시골 아가씨 서정인으로 분해 농촌봉사활동 차 시골을 찾은 대학생 윤석영 역의 이병헌과 풋풋하고 말간 사랑을 그려냈다. 민낯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기도 했다.

 

▲ 영화 '그해 여름'에서 첫사랑의 기억을 소화시켰던 수애와 농활 온 대학생 역의 이병헌. [쇼박스 제공]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에서는 명성황후 민자영 역을 맡아 호위무사 무명 역의 조승우와 깊은 여운을 남기는 멜로 연기로 관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수애 표 명성황후, 사랑했지만 어긋났던 옛 정인과의 재회, 비록 다시는 내 여인일 수 없지만 목숨 바쳐 지키는 사랑, 그야말로 사랑의 클라이맥스였다. ‘심야의 FM’(2010)에서는 DJ 고선영이 되어 사이코패스 청취자 한동수 역의 유지태와 피 말리는 사투를 선보였다.

 

▲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비애로 깊은 여운을 남긴 수애와 조승우. [쇼박스 제공]


다시 현재로 돌아와, 만나는 상대마다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던 만큼 ‘상류사회’ 속 박해일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관객들의 궁금증도 크다.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좋지만 살짝 맛보기로 공개하자면, 부부 사이긴 하지만 부부 같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을 헤쳐 나가는 장태준과 오수연인 만큼 부부에 대한 해석도 남달랐다.

박해일은 이에 대해 “영화를 보고 나니 시나리오에서 읽었던 것보다 더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안방에 침대가 두 개인 것만 보아도 두 사람의 사이를 유추할 수 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지 같은 사이다. 그러다 보니 친구처럼, 동료처럼 대하게 되더라. 평소 가깝게 지내기도 해서 대사를 주고받을 때도 느낌이 편했다”고 말했다.

수애는 “촬영 시작 전에는 (박해일이)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보니 내 편이더라. 유일하게 욕망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상대였다. 그러다 보니 애정을 가지고 촬영을 시작했고 현장에서도 (박해일) 오빠가 따듯하게 챙겨 주셔서 편안하고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 영화 '상류사회' 촬영 현장. 왼쪽부터 변혁 감독, 배우 박해일과 수애.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변혁 감독 역시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남다른 부부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변 감독은 “태준과 수연은 부부 사이지만 영화 속에서 애정 표현 한 번 하지 않는다. 대신 크고 작게 12번 이상 싸운다. 그럼에도 냉랭한 부부로 보이지 않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관계다. 큰 사건을 겪고 결론에 도달하며 극복하는 구조를 박해일과 수애가 멋지게 소화했다. 현장에서 케미스트리가 좋았고 그것이 영화까지 이어졌다”고 칭찬했다.

수애와 박해일이 수놓은 가장 아름답고도 가장 추악한 ‘상류사회’ 이야기는 오는 29일 확인할 수 있다. 러닝타임 120분, 심의등급 청소년관람불가.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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