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이?…삼성물산 '미청구' 9200억 급증, 반도체 공장 집중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11-18 16:28:27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美 테일러 공장 등
공사 이행 이후 미청구, 잠재적 위험 지표
삼성전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크게 줄어

삼성물산의 미청구 공사 금액이 지난해 말에 비해 9200억 원가량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공사에 증가액이 집중돼 있어 '위기의 전이'가 우려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미청구 공사 금액은 2조7947억에 이른다. 지난해 말 1조8691억 원에 비해 9개월만에 9256억 원, 50%가량 치솟은 것이다.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미청구 금액은 공사를 진행했으나 발주처에 공사대금을 아직 청구하지 못한 것이다. 회계상 유동자산으로 분류하지만 잠재적 위험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물산의 미청구 공사 금액은 이미 완공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주로 발생했다. 계약기간이 지난달까지였던 평택캠퍼스 4공장(P4) 신축의 경우 9월 말 기준 공사 진행률이 100%인데 4805억 원이 미청구됐다. 청구는 했지만 아직 못 받은 미수금도 1358억 원에 달한다. 

 

당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으로 알려진 4공장 PH2에서도 1300억 원의 미청구 공사 금액이 집계됐다. 

 

반도체 위기에 대처하는 삼성전자의 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기지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3개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지만 올들어 일부 공사를 중단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부진한 파운드리 라인을 메모리로 전환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 상반기에 1조5000억 원, 3분기에도 1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신축 공사의 경우 지난 4월로 당초 계약 기간이 종료됐으나 1253억 원이 미청구됐다. 삼성물산은 "계약상 납품 기일은 경과했으나 발주처가 요구한 추가 공사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발주처와 계약기간 연장에 관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3647억 원의 미수금이 있는 평택 3공장도 지난 8월 종료됐고 테일러 공장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삼성물산이 수주한 매출액 5% 이상 대형 공사는 17개다. 이 중 삼성전자가 발주처인 공사에 미청구가 집중돼 있는 것이다. 물론 내년 11월 완공 예정인 카타르 LNG 수출기지 탱크 공사에 대한 미청구 금액이 2192억 원으로 두드러진다. 하지만 그 외는 UAE 원전 270억 원 등 100억~200억 원대 몇 곳에 불과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건설업 리스크를 분석하면서 "미청구 공사가 누적되다 준공 시점에 이르러 뒤늦게 공사원가 조정, 원가율 상승분을 일시 반영하면서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된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평균을 상회하는 주택과 건축 부문 미청구 공사 증가는 준공 시점 원가율 조정 및 손실 인식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부진으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3조1300억 원으로 작년 동기 75조1400억 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실질적인 자금 여력은 여전히 충분해 보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재무제표 수치는 관리해야 하는 상태다.

 

주식시장에서는 양사의 상관관계가 높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각각 5.71%, 5.98%씩 크게 올랐다. 지난 15일 발표된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삼성물산 주가는 15만7000원대였던 지난 8월 초 대비 20%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약화와 이에 따른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이 삼성물산 주가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위기가 다른 계열사에게로 번져가는 방증이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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