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이 1028억에 인수한 몽골 광산…'채굴권' 있나 없나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4-11-20 16:51:28
9분기 연속 적자행진에 부채비율은 1285%…막다른 길 다다른 재무상황
회계법인도 '파산 가능성' 경고…일각선 옛 'CNK 사태' 악몽 떠올리기도
정부 홈페이지에 채굴권 게시 안돼…금양, 뒤늦게 '市발급 문서 2건' 제시
코스피 상장사 금양은 지난해 몽골 광산업체 '몬라 유한책임회사'(MONLAA LLC)를 인수했다. 지분 60% 인수에 1000억 원 이상 들었다. '이차전지 원재료인 리튬의 안정적 공급'이 목적이었다. 금양은 당시 "현지 광업권을 가진 회사로, 좋은 기회로 판단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몬라는 채굴권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몽골 국가등록청(Улсын бүртгэлийн ерөнхий газар)의 법인등록부에 따르면 몬라(몽골어 Монлаа)가 보유한 허가는 △과학·기술 목적 광물탐사 △육로 화물 △운송수단 도매거래 3종에 불과하다.
70년 업력의 금양은 합성수지, 고무 등에 첨가하는 발포제를 주력으로 연 1500억~2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이다. 원래 발포제 생산에 주력해 왔지만 지난 2022년 돌연 이차전지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 증시의 '배터리 열풍'을 타고 한때 주가가 크게 올랐다.
몽골 정부는 업종을 21종으로 나눠 허가 종류를 관리한다. 몬라가 보유한 광물탐사 허가(허가코드 7490)는 '기타 전문적 과학·기술 활동(분류기호 M)'으로 분류된다. 광물 채굴을 위한 광업권(분류기호 B)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리튬과 텅스텐을 채취해 사업을 하려면 '기타 비철금속광석 채굴'(허가코드 0729)이 있어야 하지만, 몬라는 이 허가권을 갖고 있지 않다.
몽골 국가등록청 홈페이지에서는 철광석과 비철금속 등 개별 광종별로 채굴 허가업체 명단을 제공하고 있는데, 목록 어디에서도 몬라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광산이 위치한 도르노고비(Дорноговь) 주(州)의 특별광업허가 목록 14개 업체 목록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이차전지 사업 기대감을 키우기 위해 사업성이 불투명한 광산을 활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만한 지점이다. 금양의 몬라 투자금은 총 7400만 달러다. 현재 원·달러 환율(1달러당 약 1391.20원)로 환산해 보면 1029억3400만 원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시 몬라는 근로자 임금 체불로 문제가 되고 있었고, 56억 투그릭(23억 원)의 은행빚도 체불하고 있었다.
이미 금양은 몽골 광산의 실적추정치를 부풀려 문제가 된 바 있다. 당초 올해 4024억 원의 매출과 161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으나 지난 9월 각각 66억 원, 13억 원으로 대폭 낮췄다. 한국거래소는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2억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금양은 내년과 내후년 82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계획이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조차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해당 업체는 육로를 통한 국내운송만 가능하다"며 "내륙국가인 몽골에서 어떻게 사업을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몽골 광산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앞서 착수한 콩고민주공화국 리튬광산 개발사업 역시 지지부진하다. 금양은 콩고 광산업체(CHARLIZE RESSOURCES SAS)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지금까지 850만 달러(약 120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기대했던 리튬을 찾지 못해 땅만 파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2단계 탐사로 시추공을 7개 뚫어 1500미터까지 파 봤지만 이렇다할 리튬 부존층을 확인하지 못했다. 현재는 3500미터를 목표로 탐사를 확대하는 중이다.
리튬이 발견되지 않자 금양은 주석과 콜탄 매장량 탐사를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진척이 되지 않는다. 현재 심도 4미터 이내의 표본 추출에 그쳤으며, 이후 계획된 지하 25미터 탐사도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1년이 넘도록 심도 4미터 이내의 표본 추출만 이뤄진 상태이며, 다음 단계로 계획했던 지하 25미터 탐사도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금양의 해외 광산개발 잡음은 단지 '신사업 지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사업이 막다른 길에 몰려있는 회사의 재무상황을 타개할 사실상의 '유일한 출구'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사업 구상은 물론, 회사의 경영기반 전체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현재 금양은 사업실적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부채(연결재무제표 기준)는 1조88억 원이다. 1년 전(2460억 원)보다 4.4배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2022년 9월 이후 9분기 연속 적자다. 적자폭도 점점 커져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160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경영실적이 나빠진 사이 빚은 가파르게 늘면서 재무안정성은 크게 훼손됐다. 2년 전까지만 해도 106.2%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1285%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은 200% 이상이면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같은 기간 127.2%였던 유동비율도 무려 11.5%까지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200% 이상이 바람직하고, 100% 아래라면 좋지 않은 것으로 본다.
드러난 지표만 봐서는 회사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양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남겼다. 쉽게 말해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으니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파산)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외감법인 감사보고서에서 이렇게 강도 높은 언급은 흔치 않다.
자칫 '감사의견 거절'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에서 탈출구가 된 것이 몽골 광산의 실적추정치였다. 광산 사업에서 큰 돈을 벌어 빚을 갚겠다는 계획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추정치는 대폭 낮아졌다. 만약 현 상태에서 회계감사를 실시한다면 '적정' 감사의견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여러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감사의견 거절은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시장의 의구심은 날로 커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금양의 광산개발 사업에서 과거 'CNK 주가조작 사태'를 떠올리기도 한다. 2010~2011년 코스닥 상장사 CNK가 카메룬 소재 다이아몬드 광산의 매장량과 채산성을 허위·과장해 투자자를 현혹했던 사건이다. 한때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기던 CNK는 상장폐지됐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면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광산개발 관련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업 특성상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소위 '작전 세력'이 흔히 활용하는 테마이기도 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개별 상장사가 제출한 자율공시 내용의 진위를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는 따로 있지 않다"며 "투자자 스스로 기업 상황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투자자로서는 꼼꼼하게 따지려 해도 딱히 방법이 없다. 금양의 해외 광산사업 세부 정보는 꽁꽁 감춰져 있다. KPI뉴스는 몬라에 광업권이 없는 이유 등 광산 개발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금양 측에 수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보냈지만 "관련 담당자가 바쁘다"는 이유로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금양의 한 실무직원은 "해외 광산개발 관련 세부사항은 '컨피덴셜'한(비밀스러운) 내용"이라며 "'위쪽에 계신 분들'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가 나간 뒤 금양 측은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장호철 금양 상무는 "몽골 국가등록청 홈페이지에 허가가 없는 것으로 나오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채굴허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양 측은 "채굴허가의 증거"라며 울란바토르 시에서 발급한 '광산개발 특별면허' 번역본과 '몬라 유한책임회사의 사업자등록증' 2건의 문서자료를 KPI뉴스에 보내왔다. 현재로선 몽골 국가기관인 국가등록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과 금양 측 주장이 상충되는 상황이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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