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삼성전자, AMD에 독점 공급 전망"…엔비디아 대항마 '돌파구'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11-20 16:43:29

"12단 HBM3E 독점 탑재, 4분기 양산 전망"
AMD, AI 칩 매출 122% 급증...엔비디아 추격
"온디바이스 AI가 향후 반도체 성장 뒷받침"

한국은행이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불리는 미국 AMD의 '신형 칩'에 삼성전자 반도체가 연내 독점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로의 삼성전자 납품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다른 돌파구가 가시화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한국은행 경기지역본부는 최근 반도체 산업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4분기 중 출시되는 신형 AI 칩에 국내 기업의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12단 HBM3E)가 탑재되면서 AI 반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지난 18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반도체 장비 반입을 축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신형 칩은 지난달 AMD가 공개한 'MI325X'라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삼성전자의 12단 HBM3E가 독점적으로 탑재되고 삼성전자는 12단 HBM3E를 4분기 중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AMD는 AI 가속기 시장의 최강자인 엔비디아를 추격하는 업체로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에 있다. 차세대 AI 칩 MI325X는 AMD가 "엔비디아보다 더 나은 성능"을 표방하며 내세우는 야심작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호퍼 아키텍처의 H200과 비교해 1.8배 더 높은 메모리 용량을 갖췄다고 한다. 연말 양산에 들어가 내년 1월부터 출하 계획인데, 곧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 블랙웰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수요는 엔비디아가 압도적으로 많은 58%를 차지하고 있으며 구글(18%), AMD(8%)가 2, 3위로 추격 중이다.

다만 AMD는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양상이다. 이 회사의 지난 3분기 매출은 68억1900만 달러, 영업이익 27억900만 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 7%씩 성장했다. 특히 AI 칩이 포함된 데이터센터 분야 매출이 35억4900만 달러로 122% 급증했다. 이 분야만 놓고 보면 인텔을 앞질렀다. 

 

삼성전자와 AMD는 최근 각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서로 방문해 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등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AMD가 삼성전자에 칩 생산을 위탁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주요 고객사 퀄(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며 "HBM3E의 매출 비중은 3분기에 10% 초중반 수준까지 증가했고 4분기 HBM3E 비중은 50%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엔비디아 납품을 시사하는 맥락으로 받아들여졌지만, 한편으로는 AMD에 대한 독점 공급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뒤처진 AI 칩용 반도체 경쟁력을 따라잡기 위한 활로가 절실하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 3월 8단 HBM3E를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고 12단 제품도 최초로 지난달 양산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20일 "AI 칩에서는 엔비디아 외에 AMD가 가장 눈에 띄는 업체"라며 "AMD에 독점 공급하고 엔비디아 테스트도 통과한다면 삼성전자가 위기에서 내년에 성장할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는 이제 개화하는 단계여서 변화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향후 반도체 산업의 향배가 중국 경기 회복 속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함께 AI 디바이스 확산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반도체 경기에 대한 시장 경계감 증대에도 불구하고 아직 도입 초기 단계인 '온디바이스 AI'(기기에 탑재된 AI) 보급이 확산될수록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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