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걸작' 기록한 '최경자의 눈과 빛'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 2025-11-21 13:44:50

국가자연유산 태안 신두리해안사구 생태변화 기록
바람이 만든 지형·생태계 변화 표현한 '이중 시학'
"현실과 환상 교차하는 풍경의 생태적 긴장과 윤리"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국가자연유산을 기록해온 사진작가 최경자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모래와 빛과 바람이 빚어내는 사구(沙丘)의 생태적 변화를 기록한 시선 속에 계절마다 변화하는 식생의 생장과 쇠퇴, 빛의 궤적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기억하는 풍경'을 표방하는 '최경자의 눈과 빛'이 그것으로, 24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환경 활동가·자연 번역자·생태관찰자의 시각으로 고향의 해안사구를 사진으로 기록해온 최경자. [작가 제공]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국가 자연유산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국내 최대 규모 사막형 지형이다. 최 작가는 사구의 변화와 생태적 위기를 직접 기록하고 관찰하며 환경생태 활동가의 시각으로 충실히 담아왔다. 해안사구 생태 변화가 '기억하는 풍경'으로 축적되는 과정, 오래 관찰한 시간이 예술적으로 환원되는 맥락들을 보여주는 생태사진의 중요한 기록적·미학적 사례로 꼽힌다.

이번 전시에는 환경 활동가·자연 번역자·생태관찰자의 시각으로 포착한 해안사구 연작이 펼쳐진다. '사구' '바람의 독백' '바다 위를 걷다' 등은 자연의 흔적과 모래 언덕의 조형성, 빛의 반사와 미세한 변화를 감성적·리듬적 구조로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국가자연유산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를 생태적·미학적 시각으로 기록한 연작.  [작가 제공]

 

김화자 교수(성균관대 영상미학과)는 "최경자의 시선은 단순히 풍경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만든 지형과 생태계의 미세한 변화,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가는 식물과 생명들의 '이중 시학(dual poetics)'을 포착한다"면서 "작가는 이 변화의 순간들을 장면으로 붙잡아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감각적 풍경, 자연을 둘러싼 생태적 긴장과 윤리를 담은 언어로 확장한다"고 평가했다.

2007년 서해안 유조선 좌초 사태로 검은 기름띠가 해안을 가득 메웠을 때 고향 바닷가로 내려와 기록을 시작한 최 작가는 "내 고향 태안의 생생한 모습을 빠지지 않고 기록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내려와 처음 갔던 곳이 신두리 해안사구였다"면서 "그날 이후 파도와 바람이 만든 모래 언덕을 마음과 눈으로 지켜보며 홀연히 왔다가 사라지는 순간의 미학을 이미지로 담아낼 수 있도록 아낌없이 내준 '바람의 걸작' 신두리 해안사구에 온 마음을 담아 경의를 보낸다"고 썼다.

 

 

K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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