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러시아연방을 대표하여'…대한항공 과징금 폭탄 판결문 보니

류순열 기자 / 2023-07-26 11:37:19
최근 대한항공이 러시아 법원에서 과징금 폭탄을 맞은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악화된 한·러 관계가 판결에 영향을 끼쳤을 거란게 중론이다. 최근 러시아를 다녀온 정치권 인사는 "한국을 이미 적대국으로 해놨더라"고 말했다. 러시아 진출 기업들 사이엔 "꼬투리 잡혀 보복당하는 민간기업들이 계속 나올 것"이란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러시아 법원은 판결문에 뭐라고 썼을까. UPI뉴스가 단독 입수한 판결문은 간결하기 짝이 없다. 달랑 한 장인 데다 별 내용도 없다. 특이한 건 판결문 맨 위에 '러시아 연방을 대표하여'란 문구가 들어간 점이다. 삼권이 분립된 민주주의 국가에선 볼 수 없는 일이다.

▲ 대한항공에 590억 원 과징금을 선고한 7월20일자 러시아 법원 판결문. [모스크바 중재법원] 

7월20일자 판결문은 "제기된 요구사항을 부분적으로 인정한다"로 시작한다. 대한항공이 제기한 소송의 이유를 부분적으로 인정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러시아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당초 러시아 세관이 부과한 과징금을 절반으로 줄여줬다. 지난해 러시아 세관이 대한항공에 부과한 과징금은 83억1612억9088루블 32코페이카(약 1100억 원), 이번 러시아 법원이 선고한 과징금은 41억5806만4544루블 16코페이카(약 590억 원)로 정확히 절반이다.

절반으로 줄였다고 해도 과징금 590억 원은 사안에 비해 가혹하다. 대한항공은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 세관이 과징금 83억여 루블을 부과하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대한항공 고위관계자는 "당사는 러시아 법규에 따라 모든 서류와 데이터를 제출했으며, 정상적으로 화물을 통관하고 전자문서로 세관 사전승인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모든 규범과 절차를 정상적으로 지켰고, 사소한 실수로 도장 하나 안받은 것 뿐"이라는 얘기다. "꼬투리 잡아서 민간기업에 보복한 것"이라는 얘기가 러시아 진출 기업들 사이에서 나온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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