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선호 현상 팽배…혁신 지정 혜택 '오리무중' '혁신의료기기'를 개발한 업체들이 혁신이라는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모습이다. 외국산을 더 선호하는 풍조가 국내에 만연한 탓에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까다로운 지정 요건을 준수해 혁신의료기기로 선정될 경우 업체에 주어지는 혜택도 '그닥'이라는 반응이다. 허가 속도만 빨라질 뿐 임상 비용 부담이나 건강보험 급여 진입은 어려움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감독원과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혁신의료기기 개발사 31곳 중 30곳이 지난해 영업손익이 적자를 지속하거나 적자로 전환됐다.
영업흑자를 낸 곳은 미래컴퍼니가 유일했다. 이 업체는 2021년 5월 4일 복강경 수술용 '자동화시스템로봇수술기' 제품을 10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받았다.
단일 기업으로 4개의, 가장 많은 혁신의료기기 지정 제품을 보유한 뷰노는 지난해 매출이 83억 원으로 전년보다 4배(268%) 가까이 늘었지만 10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혁신의료기기 지정 제품을 각각 2개씩 보유한 루닛과 메디컬에이아이도 마찬가지다. 루닛은 지난해 매출이 139억 원으로 2배 증가했지만 507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메디컬에이아이는 43% 늘어난 150억 원의 매출과 5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는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국내 의료기관의 외산 선호 현상 탓으로 분석된다. 의료장비 사용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매우 긴 것도 한몫 한다.
루닛이 개발한 기기·소프트웨어는 올해 1분기 매출 중 수출 비중이 80.5%를 차지했다. 내수는 19.5%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 비중은 1.1%포인트 상승하고 내수는 그만큼 하락했다.
2021년 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의료기기 수요 이슈 분석에 따르면 국산 의료기기 수출 기여도는 높지만 내수 자급률은 약 40%로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11%에 불과했다.
루닛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올 1분기 139.7%로 매출을 크게 상회한다. 뷰노도 77.6%로 상당한 수준을 기록했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아도 또 시장 성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혁신의료기기 지정 제도는 2020년 5월 시행돼 그 역사가 짧은데, 수많은 국산 신약이 시장에서 외면받았듯 혁신의료기기도 외산 선호 현상 앞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허가 후 급여 진입이라는 난관도 제도가 해결해 주지 않는다. 의료기기산업법에 따르면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될 경우 허가 속도만 빨라지는 게 아닌 △국가연구개발사업 우대 △세금 감면 △연구시설 건축 특혜 △각종 부담금 면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강보험 급여 관련 혜택은 없다. 심사 과정에선 기존 기술에 상응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혁신의료기기도 기존 기술로 분류되면 보험 등재가 불가하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위한 서류 제작 등에 시간·노력을 들일 만큼, 실익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견해다.
36호 혁신의료기기로 전날 지정받은 딥큐어 고혈압 치료기 '하이퍼큐어'도 이 같은 선례에 비춰볼 때 장밋빛 미래를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혁신의료기기 업체는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매출은 매년 꾸준히 증가세"라면서 "기존에 없던 산업과 시장을 개척하는 차원에서 봐달라"고 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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