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항암제 팔아요"…온라인서 의약품 불법거래 횡행

김경애 / 2023-06-16 13:15:02
처방약 필터링 없이 거래…동물약 비중 상당
금지어 설정해도 양 방대해 제재 힘들어
의약품 불법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약국에서만 구매 가능한 약물이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은 개인들을 연결할 뿐 거래에 관여하지 않는다. 키워드를 금지어로 설정하는 정도지만, 이를 피해가는 게시물도 많아 적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16일 국내 3대 중고거래 플랫폼 앱에서 소화제와 처방약, 억제제, 기침약, 강아지약 등을 키워드로 검색해본 결과 각종 약들이 개인 간에 거래되고 있었다.

일반의약품(OTC)은 물론 처방전으로만 구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ETC)도 판매됐다. 건강기능식품이 약인 마냥 거래되기도 한다. 처방약을 약국에서 대신 가져다 달라는 배달 요청도 있었다.

▲ 중고나라에 올라온 동물용 진통소염제 '프레비콕스'와 당근마켓에서 개인 간 거래로 판매된 동국제약 치질약 '치센'. [김경애 기자]

당근마켓에서 소화제를 검색해 보면 서울 동작구 인근에서 일본 국민소화제로 불리는 복합 위장약 '오타이산'을 판매한다는 글이 이틀 전에 올라와 있었다.

이 판매자는 "지인 선물을 하기 위해 일본에서 오타이산을 사왔다"며 나눠주고 남은 약을 판다고 했다.

하지만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개인이 판매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 당근마켓에 올라온 복합 위장약 '오타이산' 판매글. [김경애 기자]

번개장터에서는 억제제를 검색해 보니 신풍제약 건강기능식품 '위건강'을 판매한다는 글이 전날 올라와 게재중이다.

관련 법에선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고 건기식을 판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규정한다. '사업자인가'라는 기자 질의에 판매자는 "선물로 받았다"고만 답했다.

▲ 번개장터에 올라온 건강기능식품 '위건강'. [김경애 기자]

중고나라에서는 강아지 약으로 검색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초 강아지 항암제로 승인을 받은 '팔라디아'가 판매되고 있었다.

동물용 의약품은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약사법에선 약국·동물병원 개설자가 아닌 사람이 판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 중고나라에 올라온 강아지 항암제 '팔라디아'. [김경애 기자]

의약품은 오용이나 남용 위험이 있어 온라인 판매가 엄격히 금지된다. 특히 전문의약품은 부작용 위험성이 일반의약품보다 크다.

용법과 용량에 대한 의사 진단이 필요하지만, 병원과 약국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개인에게 약을 구매하는 불법 행위는 쉽사리 근절되지 않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거래가 불법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국민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동물용 의약품은 약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쓰다 남은 약을 판매하는 일이 잦다"며 "일부 판매자는 검색 금지 키워드를 고의적으로 피한 게시글을 올려놓기도 한다"고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업체들은 약물 관련 키워드를 검색 금지어로 설정하고 거래 금지 품목을 안내하며 AI(인공지능) 기반 기술을 동원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해도 거래를 막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 처방약 등 키워드 일부는 '정부 지침에 따라 거래가 제한된 상품', '차단된 검색어'라는 안내문을 띄우며 검색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판매글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관련 모든 키워드를 금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 중고나라와 번개장터에서는 '처방약' 키워드로 검색 시 검색 결과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김경애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플랫폼 업체들과 협력해 불법 중고거래를 막기 위한 모니터링을 상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모니터링은 근본 대책이 아니다. 관련법에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거래하는 소비자를 일일이 처벌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식약처가 불법 약 거래와 관련해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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