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로 흥했다 광고로 망하나…'과장'하는 버릇 못 버리는 귀뚜라미

김기성 / 2023-06-09 15:02:32
온수량 증가 관련 광고, 거짓·과장 광고로 공정위 제재
2015년 '세계 최초', 2017년 '지진 감지 기술' 광고도 제재
1990년대 감각적 광고로 입지 넓힌 달콤한 기억 못 잊는 듯
과장 광고로 여러 차례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던 보일러 제조업체 귀뚜라미가 또 거짓·과장 광고로 공정위로부터 지난 3일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귀뚜라미 미곡 사옥 [귀뚜라미 홈페이지 캡처]

온수량 증가와 무관한 '팽창 탱크' 내세웠다가 공정위 제재

귀뚜라미는 신제품인 '거꾸로 NEW 콘덴싱 프리미엄-17HW' 보일러를 홈쇼핑 방송을 통해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귀뚜라미는 이 제품이 보일러 내부 장치인 '온수 일체형 개방식 팽창 탱크'를 채용해 자사의 기존 보일러와 비교해 온수 공급능력이 34%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신제품 보일러에 장착된 온수 팽창 탱크의 성능은 기존 모델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팽창 탱크는 해당 제품이나 기존 제품 모두 들어가 있고 그 성능에도 차이가 없는데도 마치 팽창 탱크의 기능으로 온수량이 증가한 거처럼 광고하는 것은 거짓·과장 광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귀뚜라미 역시 팽창 탱크 덕분에 온수 공급능력이 늘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실험자료는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보일러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기존 제품보다 개선돼 온수 공급능력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과장 광고 기간이 길지 않고 온수 공급능력이 늘어난 것은 인정된다는 점에서 법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보고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고 경고 조치만 내렸다고 설명했다.

150년 기술도 세계 최초, 지진 감지 기술도 뻥튀기

사실 기업이 제품을 판매하다가 보면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귀뚜라미의 거짓·과장 광고가 너무 잦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귀뚜라미는 2015년에도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그 내용을 보면 '세계 최초 4PASS 열 교환기'라고 광고했지만, 이는 이미 150여 년 전부터 사용된 기술이었다. 또 '세계 최초 콘덴싱' 기술이라고 했지만, 이 기술 역시 1978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개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16년 경주 지진이 발생한 이후 귀뚜라미는 '지진 감지 기술'을 자사의 대표 기술로 내세우며 20여 년 전부터 보일러 내부에 설치해 왔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귀뚜라미가 지진 감지기와 관련해 2005년 실용신안을 받았기 때문에 20년이 지나지 않은 점을 들어 경고 조치를 내렸다. 

경쟁업체 광고 허위라고 제소했다가 체면 구기기도

또 2013년에는 경쟁업체인 경동나비엔이 '국내 판매 1등', '국가 대표 보일러'라는 문구를 사용해 광고하자 귀뚜라미는 허위광고라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약 10년 동안의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기준으로 경동나비엔의 보일러 매출이 귀뚜라미를 넘어서 1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경동나비엔의 광고가 허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귀뚜라미는 1등을 헐뜯은 셈이어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소비자, 전문용어 내세우면 믿을 수밖에 없어

사실 제품 광고에서 어느 정도의 과장은 용인된다. 세상 3대 거짓말 중에 하나가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말이라고 하듯이 소비자들도 어느 정도의 과장은 감수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보일러 같은 제품은 얘기가 다르다. 보일러는 가정에서 꼭 필요로 하는 필수품이지만, 기술적으로 어느 제품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인지를 소비자가 판단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팽창 탱크'니 '콘덴싱'이니 하면 소비자는 대단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거기에다가 '세계 최초'라는 표현까지 더해지면 현혹돼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복잡한 기술을 간결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다고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전문적 기술이나 부품 얘기를 내세우는 것은 거짓·과장임에 틀림없다.

귀뚜라미, 광고로 입지 넓혔지만 광고로 신뢰도 추락 우려

1962년에 설립된 귀뚜라미는 온수로 온돌난방을 하는 연탄보일러를 국내에서 최초로 보급했고 1980년대에는 기름보일러를 가장 먼저 개발했다. 또 해외로 가장 먼저 보일러를 수출한 업체도 귀뚜라미다. 국내 보일러 업계의 맏형뻘인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귀뚜라미는 1990년대 감각적인 TV 광고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네 번 타는 보일러', '거꾸로 타는 보일러' 등의 광고는 제품의 인지도를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귀뚜라미는 광고에서 항상 조금씩 '오버'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공정위 제재의 단골손님이 됐다. 이러다가 오히려 광고 때문에 기업 신뢰도에 타격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고로 흥한 자, 광고로 망가질 수도 있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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