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인이 이뇨제 찾는다?…'알닥톤' 품절 잦은 까닭 보니

김경애 / 2023-06-02 09:44:32
탈모 환자들 사이에서 '조합약'으로 입소문
낮은 약가와 불안정한 원료 공급도 품귀 한몫
스피로노락톤 성분 이뇨제들의 일시 품절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어렵사리 재고를 확보해도 다시 품절되곤 한다. 

탈모인들 사이에서 '조합약'으로 입소문을 탄 것이 화근이었다. 이뇨제로 허가받았지만 오프라벨로 탈모 치료에 암암리 사용되면서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이 된 것이다. 오프라벨은 허가사항과 다른 적응증(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으로 약을 사용하는 행위다.

2일 약국가에 따르면 한국화이자제약 '알닥톤'과 구주제약 '구주스피로닥톤', 대원제약 '스피락톤'의 품귀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들 약의 성분은 스피로노락톤이다. 심부전과 고혈압, 저칼륨혈증 환자 치료에 주로 쓰인다. 전문의약품(ETC)으로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다.

평범한 이뇨제인데 들어오는 족족 팔리고 재고가 금방 떨어진다. 사실 약을 처방받은 환자 중 상당수는 이뇨 효과에 관심이 없으며, 그보다 탈모 치료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탈모 치료제로 허가된 '피나스테리드'와 '미녹시딜'에 스피로노락톤을 더한 오프라벨 처방이 일선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 

▲ 대원제약 '스피락톤정 50mg'. [약학정보원 제공]

이는 약이 가진 약리 작용에 기인한다. 본래 용도는 나트륨 재흡수와 칼륨 배출을 증가시켜 혈류량을 늘리고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 '알도스테론'을 차단해 이뇨와 혈압 강화 효과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형 탈모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과 두피 모발 세포 내 안드로겐(남성호르몬 작용을 나타내는 모든 물질) 수용체간 결합을 막는 기능도 있다. DHT는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를 만나 변환된 물질이다. 모낭을 위축시켜 검고 굵은 모발을 가늘고 축 처지게 만든다.

낮은 약가도 품귀에 한몫한다. 1정 기준 건강보험 약가는 알닥톤 56원, 구주스피로닥톤 39원, 스피락톤 70원이다. 보험약가가 100원이 안 되다 보니 제약사들 입장에선 벌이가 시원치 않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료들도 고환율 영향을 받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의사들은 스피로노락톤을 탈모약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혈압과 아랫배 통증, 여성형 유방 등 각종 부작용을 고려하면 처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스피로노락톤을 먹고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린 사례도 적지 않다. 탈모 온라인 커뮤니티 '대다모'에는 "알닥톤 조합약을 3개월만 먹어보고 단일 약으로 관리하려 했으나 일주일 만에 몸이 심하게 망가졌다", "머리털을 지키고 여유증을 얻었다"는 글들이 상당하다.

홍성재 웅선의원 원장(원광대 의학 박사)은 "스피로노락톤은 심혈관에 영향을 주므로 처방에 신중해야 한다"며 "만일 사용할 경우 하루 25mg 이상은 쓰면 안 되며 다른 고혈압 약물과 병행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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