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제품 '영업비밀' 명목 감미료 함량 미표시
"소비자 알 권리 위해 정확한 정보 제공 필요" "'제로 슈거' 탄산음료가 단맛으로 승부한다?" 일견 이상한 표현같지만, 사실이다.
최근 제로 슈거 탄산음료들은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더 달게, 더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비만과 다이어트 주범으로 지목되는 설탕을 없애는 대신, 인공감미료(대체당) 함량을 경쟁사 제품보다 늘려 소비자들을 단맛으로 유혹하는 것이다.
1일 섭취 허용량(ADI)만 넘기지 않는다면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일각에선 음료 업체들이 단맛 중독을 일으켜 제품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세부적 규제와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온·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제로 슈거 탄산음료들의 인공감미료 함량을 비교한 결과 신제품일수록 단맛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 슈거 탄산음료는 설당 대신 들어가는 인공감미료 열량이 극히 미미해 다이어트 음료로도 불린다. 대표 인공감미료로 아세설팜칼륨과 알룰로오스, 에리스리톨, 수크랄로스 등이 있다. 여기에 자극적인 탄산이 더해진다.
에리스리톨을 보면 2021년 3월 출시된 한국코카콜라 '스프라이트 제로'는 355ml 캔 기준 0.7g(350ml 환산 시 0.69g)을 함유하지만 지난 2월 나온 인테이크 '슈가로로 클리어 콜라'는 350ml 페트 기준 1.1g이다. 두 제품 간 에리스리톨 함량 차는 0.41g다.
스프라이트 제로는 에리스리톨 외에도 아세설팜칼륨과 수크랄로스를 함유했지만 최근 맛 향상을 위한 리뉴얼을 단행하며 에리스리톨이 성분에서 제외됐다. 슈가로로 클리어 콜라는 효소처리스테비아,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을 함유하지만 에리스리톨 이외 성분의 함량은 표시하지 않았다.
"규정상 원재료에 대한 함량 표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처 측 설명이다.
알룰로오스의 경우 2021년 1월 출시된 롯데칠성음료 '칠성사이다 제로'는 250ml 캔 기준 4g을 함유하는 반면 지난 달 출시된 광동제약 '비타500 제로 스파클링'는 250ml 캔 기준 6g을 함유한다.
두 제품도 알룰로오스 이외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스테비올배당체, 효소처리스테비아를 함유하고 있지만 이들 성분의 함량은 기재하지 않았다.
음료업체들은 소비자 선호도에 맞게 단맛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인공감미료 각각의 함량에 대해서는 영업비밀 차원에서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거의 모든 제품이 인공감미료를 원재료명으로 안내하지만 각각의 함량은 써놓고 있지 않다. 동아오츠카 '나랑드 사이다'와 LG생활건강 '코카콜라 제로', 롯데칠성음료 '펩시 제로' 등이 그렇다.
A 음료업체 관계자는 "설탕의 단맛을 대체한 제품이라 광고하고 있어 단맛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며 "감미료 함량은 비법과도 같은 것이다. 각각의 비율에 따라 맛이 달라지므로 공개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B 음료업체 관계자는 "총 탄수화물 함량에 포함되는 감미료들을 영양정보에 표시하고 있다"며 "미량이면서 탄수화물과 같은 열량에 영향이 없는 감미료는 표시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인공감미료는 함량이 다소 높다 해도 1일 섭취 허용량 범위라면 문제가 없다. 식약처는 식품첨가물공전에서 감미료들의 사용기준을 안내하고 있다. 사용기준은 감미료를 사용할 수 있는 식품 종류(과자, 김치, 커피 등)와 사용량, 주용도 등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식품첨가물공전에 따르면 아세설팜칼륨을 넣은 음료는 60kg 성인의 경우 하루 30g까지 섭취할 수 있다. 수크랄로스는 24g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허용치는 355ml 캔을 20캔 가까이 마셔야 도달할 수 있는 양이다.
이렇다 보니 단맛을 더욱 강조하는 제로 슈거 음료들이 '헬시플레저'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헬시플레저는 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신조어다. 달콤한 음료를 열량 부담 없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업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인공감미료가 과연 건강한 성분인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역사가 짧다보니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지난 1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감미료 섭취를 자제하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은 인공감미료를 장기간 섭취하면 제2형 당뇨와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체지방 감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업체들의 과열 경쟁이 단맛 중독을 야기하고 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함량 표시가 없어 소비자들은 제품간 비교 구매가 불가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알 권리 차원에서 감미료 함량에 대한 구체적 표시가 필요해 보인다"며 "제품들의 첨가제 함량 변화도 일정 주기로 조사하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총장은 "소비자들은 식품 첨가물에 대해 예민하다. 이런 첨가물을 소비하기 위해 제로 슈거 제품을 찾을 것 같지 않다"며 "감미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도록 식품당국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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