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들여온 시간과 돈이 아까워 포기 못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엔데믹 전환에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좀처럼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 대다수는 과도한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거나 적자폭이 확대됐다. 그럼에도 '본전 생각'에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날 서울 상연재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 7곳과 간담회를 갖고 백신 개발을 끝까지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에스티팜,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큐라티스, 아이진, 진원생명과학이 참석했다. 이 중 SK바이오사이언스만이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고 나머지는 아직 임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에스티팜을 제외한 5곳은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꾸준한 적자를 봤다.
제약·바이오는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한다. 산업 특성상 막대한 돈과 시간을 잡아먹는 R&D에 집중하다보니 만년 적자인 곳들이 많다.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큐라티스, 아이진, 진원생명과학이 그렇다.
이들 5곳 업체의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는 1023억 원이다. 적자는 1년 전보다 2.5%, 2년 전보다 80.7%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8배에 가깝다.
수익성 악화의 주범은 연구개발비다. 2019년 221억 원, 2020년 338억 원, 2021년 651억 원, 지난해 802억 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 비율로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R&D 비중도 2019년 28%, 2020년 46%, 2021년 78%, 2022년 68%다.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등 국내 주요 대형 제약사들의 R&D 비중이 10% 내외인 점에 비춰보면 대단한 수치다.
특히 셀리드와 아이진, 큐라티스의 R&D 비중은 세네자릿수를 기록했다. 셀리드는 지난해 5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연구개발비로 79억 원을 지출했다. 이 회사의 R&D 비중은 무려 1643%다.
그럼에도 백신 개발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데 대해 일각에선 '콩코드 효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콩코드 효과는 성과가 나지 않는 사업인 데도 지금까지 들여온 시간과 인력, 자금이 아까워 그만두지 못하는 현상이다.
프랑스와 영국이 합작해 1969년 선보인 콩코드 비행기에서 유래됐다. 상당한 연료 소모와 비싼 요금, 기체 결함, 심각한 소음 등으로 가망이 없다고 판단됐지만 본전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투자가 이어졌다. 190억 달러를 쏟아부은 끝에 운행이 중지됐다.
국산 백신 개발이 제약주권과 가격 경쟁력, 접근성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 백신 개발이 더는 의미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일부 있으나 신종 감염병 출현을 대비해 가격 경쟁력과 접근성을 갖춘 국산 백신을 지속 개발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코로나19 백신은 평등하게 배포되지 못했다. 국가마다 자국 물량을 최우선으로 두면서 국산 백신이 없는 곳은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우리나라도 100% 수입에 의존했다.
스카이코비원이 개발됐지만 백신 접종률이 크게 하락한 코로나19 막바지에 제품이 공급된 탓에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 매출은 4567억 원으로 2021년에 비해 2배 줄었고 영업이익은 1150억 원으로 4배 감소했다. 이 사이 연구개발비는 591억 원으로 24.7% 늘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코비원 외에도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 예방하는 콤보백신, 코로나바이러스과에 속한 모든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범용 코로나 백신 등 4개 파이프라인도 개발하고 있다. 이들 백신에 임상 기회가 생길지는 미지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엔데믹을 선언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향후 제2, 제3의 신종 감염병 팬데믹이 도래했을 때를 대비해 우리만의 기술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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