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가성비 협공…'가격 줄인상'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만난 복병

김기성 / 2023-03-28 15:33:58
고든램지 버거, 1만 원대 버거로 배달시장도 겨냥
GS25, 할인율 최대 80%로 1천원미만 햄버거 출시
나홀로 가격인상 프랜차이즈, 가격·품질 경쟁 불가피
정부의 물가안정 동참 요구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가격 인상을 고수했던 프랜차이즈 햄버거 업체들이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프리미엄 햄버거 업체가 가격을 낮춘 캐주얼버전을 출시하는 데다가 편의점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1000원 미만의 햄버거를 내놨다. 품질에서는 프리미엄 버거에 밀리고 가격에서는 편의점 햄버거에 협공을 당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 서울 시내 버거킹 매장. [뉴시스]

햄버거 프랜차이즈, 작년 이후 3차례 가격 인상

프랜차이즈 햄버거 업체들은 작년 이후 가격 인상에 앞장서 왔다. 통상 1년에 한 번 가격을 올리던 인상 주기를 6∽7개월로 단축하면서 지난해 1월 이후 대부분 3차례 가격을 올렸다. 이에 따라 버거킹의 대표 메뉴인 와퍼는 1년 만에 1000원이 오른 71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무려 16%가 넘게 오른 것이다.

프랜차이즈 햄버거 업체들은 원자재나 물류비가 오른 데다가 가맹점의 인건비, 배달비가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고 항변하고 있다.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가격 인상의 이유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격 인상이 앞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고든램지, 1만 원대 스트리트 버거 출시…배달시장 공략 계획

프리미엄 햄버거가 가격을 대폭 낮춘 캐주얼 버전의 출시에 나섰다. 28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 매장이 문을 열었다. 고든램지 버거 브랜드는 10만 원이 넘는 고가의 버거로 유명하다. 그런데 스트리트 버거 매장에서는 단품 기준 1만 원대, 세트로는 2만 원대 메뉴를 선보였다. 스트리트 버거는 영국에만 10개의 매장이 있는데, 무역센터점은 영국 이외 지역에서 선보인 첫 번째 매장이다. 

개장 첫날부터 많은 소비자가 몰려 인증샷을 찍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고든램지 버거 측에서는 가정의 버거 수요를 잡기 위해 앞으로 포장은 물론이고 배달 서비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의 프랜차이즈 햄버거 업체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해외 프리미엄 햄버거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속속 진출했지만, 배달시장을 공략하지 않아서 타격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가격을 대폭 낮춘 프리미엄 버거로 배달시장에 뛰어든다면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GS25, 780원짜리 편의점 버거 출시

편의점 GS25는 각종 할인을 중복 사용하면 정상가에서 80% 할인된 가격에 햄버거를 살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행사카드로 결제하면 정상가의 50%, 통신사 할인 10%, GS25 구독서비스 회원 할인 20%를 적용해 3900원짜리 '찐! 디럭스에그 비프버거'를 780원에 살 수 있다. 또 4000원짜리 버거는 800원에 판매된다.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우려 햄버거를 찾았던 소비자에게는 편의점 햄버거가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물가 상승기에 저가 도시락으로 고객 끌기에 성공한 편의점 업계로서는 또 하나의 미끼 상품으로 햄버거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GS25뿐 아니라 편의점 업계 전반으로 저가 햄버거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정부 압박 덜 했던 햄버거, 시장 논리 작동

정부 입장에서 서민 식품으로 여겨지는 라면같은 식품류는 직·간접적으로 가격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식품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 프랜차이즈 업종 중에서 치킨은 가격 저항이 심한 품목으로 여겨지고 있다. 피자도 냉동 피자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마냥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햄버거는 상대적으로 가격을 올려도 주목도가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를 틈타 1년에 가격을 세 차례나 올리는 용기(?)를 보여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가격에서는 편의점 햄버거와 경쟁하고 품질에서는 프리미엄 버거와 다퉈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가격은 역시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는 정답을 햄버거가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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