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청년들…"패배자 되느니 그냥 쉴래요"

김해욱 / 2023-03-21 16:23:24
지난달 '쉬었다'는 청년 약 50만명…통계 작성 이래 최대
"처우 좋은 곳 경력자 위주 채용…지원조차 하기 어려워"
"처우·워라밸 나쁜 곳 내키지 않아…사회적 시선도 부담"
"구직 포기 인구 늘어나면 생산 활동 둔화·세수 감소 우려"
대학 졸업 후 2년간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해왔던 20대 최 모 씨는 지난 1년간 구직 활동을 멈췄다. 그는 "처우가 괜찮다고 할만한 일자리 찾기가 너무 힘들다. 공고가 나와도 경력자만 찾는 곳이 많아 지금은 그냥 쉬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박 모 씨도 2년째 구직 활동을 멈춘 상태다. 그는 "주변에서 눈을 낮춰 취직을 했다가 후회하면서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그렇게 금방 관두면 인사담당자들이 좋지 않게 생각해 이력서에 쓰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어 "차라리 정말 좋은 자리가 나올때까지 기다리자고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2년째 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제활동을 쉬거나 포기하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중 활동상태를 '쉬었다'라고 답한 청년(15~29세)은 49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가 없어 노동 공급을 할 수 없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인구라는 뜻이다. 구직 활동 중인 미취업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청년층이 쉬었다고 답한 수는 지난 2020년 2월 43만8000명, 2021년 2월 44만9000명, 2022년 2월 45만3000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인데 특히 올해는 전년동월 대비 4만5000명 급증했다. 

▲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가 상담을 받기 위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청년들이 쉬는 이유로 처우가 좋은 곳은 경력자 위주로 뽑아 지원조차 하기 어렵다는 점을 주로 꼽는다. 

눈을 낮춰 지원하는 것도 꺼려한다. 얼마 안 되는 돈을 벌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챙기지 못하느니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일정 조건 이상의 직장에 취직하지 못하면 패배자 취급을 하는 사회분위기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졸업 후 2년간 구직 활동을 쉬고 있다고 답한 20대 김 모 씨는 "집안 어른들이나 사회에서 2030 구직자들을 보는 잣대도 크게 작용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정 조건 이상되는 직장에 취직하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이 실패로 낙인찍히는 기분"이라며 "좋은 곳 아니면 취직할 마음이 쉽게 들지 않다보니 어느새 반포기 상태"라고 머리를 저었다. 

현재 처우가 나쁜 편인 직장들의 처우가 미래에 더 나빠질 것이라 예상도 청년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 69시간제' 개편 영향이다. 

2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후 현재는 쉬고 있다는 30대 김 모 씨는 "이전에 다니던 직장은 워라밸 보장되지 않아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안 그래도 처우가 나쁜 곳들은 지원하기 꺼려지는데, 정부에서 주 69시간제 개편으로 근무시간을 더 늘리겠다느니 하는 중이니, 처우는 더 악화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이어 "주변 친구들도 그런 위험이 있는 곳에 취직하느니 차라리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입을 모은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구직 활동을 쉬는 청년층이 증가하면 향후 국가 경제에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 취업률이 현재 4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것이 지속되거나 혹은 더 악화되면 미래에 세수 감소 등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해줄 허리가 약해진다"고 염려했다. 이어 "청년 취업 증가를 위해 정부에서 법인세 인하 등 기업의 투자를 늘릴만한 유인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쉬는 상태가 2년이 넘어가면 근로 의욕이 줄고 낙인 효과까지 더해져 실직 상태가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쉬었다고 답하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 생산 활동 둔화, 세수 감소 등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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