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부작용 방지책 동반되지 않으면 중소기업 기피 현상 확대될 것" "구직활동 중인데 정부의 주 69시간 근무제 개편안 소식을 듣고 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대기업이나 강한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정부가 지난 6일 주 69시간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직장인과 구직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최대 주 69시간까지 일하는 대신 장기휴가 등을 이용해 일정 기간 평균 근로시간은 주 52시간 이내로 조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직장인과 구직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일만 오래 시키고 장기휴가는 못 쓰도록 눈치를 주는, 부작용이 생겨날 것으로 우려한다.
개발자 직종으로 구직활동 중인 20대 김 모 씨는 "개발자 직종은 워라밸이 좋지 않은 걸로 유명해 이번 주 69시간제 개편에 대해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구직활동 중인데 업력이 짧은 중소기업들은 신뢰할 수 없어 최대한 배제하고 지원서를 넣고 있다"고 했다.
한 자동차 수리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최 모 씨는 "최근에 현대차에서 생산직 채용을 했는데 거기에 18만 명이 넘게 몰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높은 급여가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69시간제 개편안 발표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알고 지내는 업계 사람들 중 상당수가 현 직장의 워라밸 악화를 걱정하며 노조가 강한 현대차에 지원서를 넣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주 69시간제 개편으로 구직자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더 심해져 중소기업 구인난 및 청년 실업률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들이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중소기업은 가지 않으려고 할 거란 분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근로시간이 연장된 만큼 근로자에게 휴게 시간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채 이를 시행해버리면 중소기업에 대한 구직자 및 근로자들의 기피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우리나라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고 86~88%가 중소기업 근로자다"며 "이런 식으로 근로자들의 중소기업 기피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는 청년 실업률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임무송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구직자 입장에서 단순히 생각하면 주 69시간제로 인해 중소기업을 좀 더 꺼리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구직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경영계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은 필요하다"고 했다.
임 교수는 "52시간제이던 69시간제이던 기본적으로 주 40시간이 일반적이고, 정부에서도 69시간이 일상화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경영계가 나서서 일이 몰리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추가 근무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어필하는 것은 물론 보완책 역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며칠 사이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근무시간과 추가근무에 대해 확인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소식을 꽤 접했다"며 "중소기업들이 이들의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구인난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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