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에 "당국 감독 문제 있어" 책임론 번져

서창완 / 2023-03-12 13:51:53
1년새 몸집 2배 커진 SVB… WSJ "아슬아슬한 질주"
파산 절차 뒤 직원 8500여명 해고 위기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 스타트업의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한 순간에 파산하면서 미 테크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SVB 파산은 눈앞에 존재하던 위험을 당국이 미리 에방하지 못한 탓이라는 진단이 미 현지에서 나왔다.

▲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경찰관들이 나오고 있다. [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서 연방준비은행 관계자와 금융계 전문가들은 SVB 파산 사태에 대해 당국 감독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SVB는 예금주에 저금리를 주고 단기 자금을 끌어모아 장기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렸다. 당국이 이런 위험을 간과한 게 아니냐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 자문 회사인 '페더럴 파이낸셜 애널리틱스'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감독에 관련한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SVB는 최근 급속히 자산 규모를 키웠다. 1년 사이 예금 규모를 두 배 가까이 끌어모으면서 2021년 말 총자산이 2110억 달러(279조원)에 달했다. 직전 해 1160억 달러에서 크게 불어난 것으로 미 은행 순위로 16위(2022년 말 기준) 수준을 기록했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질주에서 SVB가 전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고 WSJ는 짚었다. WSJ는 SVB가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손실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신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불안감에 빠진 예금주들이 이틀 만에 예금을 빼간 게 파산의 불씨가 됐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이자율 위험을 떠안은 상황에서 당국이 이를 그대로 놔둘 수 있었냐는 게 WSJ의 문제의식이다.

SVB 예금 중 거의 90%가 당국의 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을 부추긴 요인일 수 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예금은 1754억 달러(232조원)다. 이중 FDIC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규모는 86%에 달하는 1515억 달러(200조4000억원)로 추정된다.

한편 SVB가 파산하면서 8500여명 직원들도 대거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과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 등에 따르면 SVB의 파산 관재인인 FDIC는 지난 10일 SVB 직원들에게 평소 1.5배 급여에 45일간 일할 것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또 필수 근로자와 지점 직원 등을 제외하고 기존 재택근무를 계속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SVB가 파산해 기존 경영진이 물러나고 FDIC가 새 주인이 되면서 직원들에게 새로운 고용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남은 업무 처리를 위해 45일간은 직원들이 은행에서 일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FDIC 대변인은 "SVB 처리를 위해 직원들에게 함께 일하도록 요청하고, 질서있는 전환을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45일 이후에는 해고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SVB 직원은 8528명이었다.

직원들은 45일간 근무한 뒤 SVB의 파산 절차가 모두 끝나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SVB를 인수하겠다는 은행이나 기업이 나오면 직원들은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이에 SVB를 다른 은행 등이 인수할 수 있도록 미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규제당국은 예금자들의 예치금을 돌려주기 위해 SVB 자산 매각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면서 인수자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PI뉴스 /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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