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로나·투게더 등…일부 제품 1년 전比 50% 가격 올라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후 경쟁 사라진 빙과시장의 폐해 빙그레의 가격 인상이 거침없다. 정부 압박 속에 대다수 식품 기업들이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거나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유독 빙그레는 제품 가격 인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빙그레는 이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벨치즈의 일부 제품 가격을 최고 20% 올렸다. 지난해 9월 15% 가격을 올린 데 이어 6개월 만에 또 올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제품 가격은 지난해 9월과 비교해서 30% 이상 올랐다.
빙그레, 일부 빙과류 가격 1년 전보다 50% 인상
빙그레의 가격 인상 본능은 주력 제품인 빙과류에서 더 두드러진다. 올해 1월 편의점 빙과류 가격을 10%∽12% 올렸고 지난달에는 일반소매점 빙과류 가격을 평균 20% 높였다. 이에 따라 주요 제품인 '메로나'와 '투게더'의 소비자 가격은 작년 초와 비교해 무려 50%가 올랐다.
빙그레 측에서는 물류비용과 에너지 가격이 올랐고 원재료인 흰 우유 가격 인상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빙그레의 작년도 실적을 보면 원가 상승분보다 더 많이 올렸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빙그레는 작년에 매출액 1조27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5% 늘었고, 영업이익은 394억 원으로 무려 50.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가격 인상에 따른 효과로 분석하고 있다. 가격 인상 효과는 올해도 이어져 증권업계가 전망한 빙그레의 올해 추정 매출액은 1조3400억 원, 추정 영업이익은 531억 원에 이른다. 영업이익은 올해도 34% 이상 증가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빙그레, 과점 체제에서 거침없는 가격 인상
이처럼 빙그레가 거침없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은 국내 빙과류 시장을 롯데제과와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 합병했다. 그 이전 빙과류 시장은 롯데제과 28.6%, 빙그레 26.7%, 롯데푸드 15.5%, 해태아이스크림 14%, 하겐다즈 4.4%, 허쉬 2.8%, 나뚜루 2.2%로 나뉘어 있었다. 그런데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합병하면서 점유율이 40.7%로 올라섰다. 그러자 롯데제과도 롯데푸드를 합병하면서 점유율이 44.1%에 달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빙그레와 롯데제과 두 회사의 점유율은 85%로 치솟았다.
사실 빙과류 시장은 '배스킨라빈스' 등 프리미엄 시장이 확대되고 아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 할인 판매가 일사와 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빙그레와 롯데제과 두 회사가 시장을 양분하는 체제로 바뀌면서 거침없는 가격 인상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 예상 깨고 경쟁이 아닌 가격인상 택한 빙그레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할 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 심사를 받았다. 당시 빙그레는 롯데그룹의 시장 지배력을 거론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하면 실질적으로 경쟁이 증진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빙그레는 합병이 승인되자 예상과 다른 길을 걸었다. 영업망과 물류체계를 통합해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도외시했다. 오히려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양사 공동 광고모델로 삼는 등 마케팅을 통한 점유율 확대에만 주력했다. 그 결과가 지금 소비자들이 보고 있는 가격 인상이다.
물론 가격은 기업이 정한다. 다만 여러 경쟁자가 있어야 소비자가 가격을 인상한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빙과류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직접적인 침해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시장의 85%를 양분하고 있는 빙그레와 롯데제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는 비싸진 제품을 구매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게 된 것이다. 독과점이 왜 나쁜 것이고 경쟁이 왜 필요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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