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대형 M&A의 실패, 재벌 총수의 헛발질

김기성 / 2023-01-21 20:59:27
CJ그룹의 CJ헬스케어 매각은 최선의 결정이었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도로 곤욕 치르는 HDC현산
대형 M&A ,성공이든 실패든 총수의 몫
HK이노엔의 국산 신약 케이캡이 중국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는 의약품 목록에 등재되면서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케이캡은 2018년 30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은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이다. 중국 뤄신과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지난해 4월부터 중국에서 '타이신짠'이라는 제품명으로 비급여로 판매해 왔다. 그런데 이번 중국 당국의 결정으로 오는 3월부터 중국 의료보험이 적용되면서 본격적인 매출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케이캡과 관련한 중국 시장 규모는 4조2000억 원 수준인데 케이캡은 올해는 2000억 원, 2027년에는 7000억 원까지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뤄신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HK이노엔의 빠른 성장을 점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증권 등은 HK이노엔의 올해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고 목표주가도 상향 조정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HK이노엔의 성장, CJ그룹은 아쉽고 씁쓸할 것

HK이노엔의 이러한 활약에 모두가 부러워하고 기뻐하겠지만 유독 씁쓸한 후회를 감출 수 없는 곳이 있을 것 같다. CJ 그룹이다. HK이노엔은 CJ그룹이 2018년 CJ헬스케어를 2018년 한국콜마에 매각한 이후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HK이노엔의 인적 구성은 물론 기술적 자산도 대부분 CJ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CJ그룹은 2017년부터 '그레이트 CJ'를 내걸고 공격적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높아져 자산과 계열사를 정리해야 했고 매각 대상 중의 하나가 CJ헬스케어였다. 결국 2018년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 원에 한국콜마에 넘긴 것이다.

물론 CJ그룹 입장에서 본다면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큰 숙제가 있었던 데다가 CJ헬스케어가 국내 제약업계에서 위상이 10위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다는 점에서 CJ헬스케어를 매각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었다.

▲ CJ헬스케어 자체 개발 신약 '케이캡'. 그러나 지금은 HK이노엔의 신약이다. CJ그룹은 2018년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 원에 한국콜마에 팔았다.

제약업계의 장기 싸이클에 대한 이해 부족

CJ헬스케어의 인적, 기술적 자산 과소평가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CJ헬스케어의 제약 사업은 30년이 넘는 업력을 가지고 있었다. 제약업계의 특성상 장기 싸이클로 이해해야 함에도 이를 간과했던 것은 후회할 대목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지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있는 케이캡은 매각 당시 이미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우를 범한 셈이다.

여기에다가 HK이노엔은 CJ헬스케어 시절부터 축적해 온 인적, 기술적 자산으로 바탕으로 항암제를 비롯한 다양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HK이노엔은 CJ그룹에게 "놓친 물고기가 더 크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이 CJ헬스케어의 매각을 더 이상 아쉬워하지 않는 방법은 딱 하나 남아 있다. 2021년 천랩을 인수해 CJ바이오사이언스로 이름을 바꿔 다시 뛰어든 신약개발사업에서 성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놓친 물고기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아야 아쉬움을 떨쳐낼 수 있겠지만 그 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게 제약, 바이오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후회막급한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패

CJ그룹은 CJ헬스케어를 팔았다가 후회한다면 그 반대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려다가 덫에 걸린 기업도 있다. 바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도로 곤욕을 겪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HDC현산은 2019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호기롭게 뛰어들어 2500억 원의 계약금을 질렀다.

그러나 인수는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HDC현산은 인수과정에서 재무제표의 중대한 변동이 생겼다며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이를 거부하면서 매각이 무산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면서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HDC현산이 발을 빼려 한 것이 인수 무산의 원인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인수가 무산되자 HDC현산은 계약금 2500억 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달 1심에서 패소했고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재판이 끝나봐야 판가름이 나겠지만 만약 2500억 원을 못 받게 된다면 기업 인수를 위한 수업료로 치부하기에는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 같다.

대형 M&A는 기업 총수의 몫 

CJ그룹의 CJ헬스케어 매각이나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는 그룹 총수의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대규모 M&A는 오너의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뛰어난 참모들이 조언은 하겠지만 최종 결정은 온전히 그룹 총수의 몫이다.

그렇다고 CJ 이재현 회장이나 HDC현산의 정몽규 회장의 능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본인들도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제약, 바이오산업이 뜨고 항공산업이 추락할지 어떻게 알았겠는가. 하늘이 돕지 않았다고 자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수 본인이 참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독선적이지는 않은지, 또 일부 측근의 말에만 솔깃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양한 경로에서 상충하는 의견을 수렴해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재벌 총수다. 그런데 재벌 총수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부분에서 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기성

김기성

SNS